커버스토리 제 1154호 (2018년 01월 10일)

7만명 출근 전쟁에 주차난 '아직 먼 길'

[커버 스토리=‘한국판 실리콘밸리’ 판교]
판교 신도시 현장 르포…금토동 “토지보상 반대” 플래카드



(사진) 판교 제2테크노밸리를 조성 중인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270. 현재 제2테크노밸리 홍보관이 들어서 있다./ 김기남 기자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1300여 기업이 들어서 있고 7만여 명의 노동자가 매일 출퇴근하는 판교신도시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동네다.

지역 경제의 기반인 ‘판교테크노밸리’가 자리 잡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게임·바이오 등의 신성장 산업의 기술과 제품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판교신도시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직 한국의 실리콘밸리는 완성된 모습이 아니다. ‘미완’이다. 3분의 1밖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4년은 더 지나야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2019년 조성될 ‘제2테크노밸리’와 2022년 완성 계획인 ‘제3테크노밸리’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야 비로소 큰 그림이 완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교신도시는 벌써부터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현재 한껏 달아올라 있다.

물론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과 주민들을 제외하더라도 미래 먹거리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게 될 산업 단지 개발 소식은 호재가 분명하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우려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찾아온 부동산 시장 침체로 산업 단지가 자리 잡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경험도 있다. 교통난도 풀어야 할 과제다.

◆ ‘교통지옥’ 테크노밸리, 출퇴근길 ‘전쟁’

2018년 새해 첫 출근 날인 1월 2일 오전 8시 30분. 각종 개발 호재로 들썩이고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의 출근길 풍경은 무척이나 혼잡했다.

유일한 지하철역인 판교역은 지하철이 도착할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신분당선(왕십리~수원)과 경강선(판교~여주) 환승역인 판교역을 이용하는 승객은 6만 명이 넘는다. 

지하철역 밖도 혼잡스럽긴 마찬가지다. 판교역 3번과 4번 출입구 앞 버스 정류장은 작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뛰어다녔고 만원이 된 마을버스에 어떻게든 몸을 실으려는 사람들로 앞문과 뒷문은 금세 엉켰다. 22인승인 버스는 순식간에 정원을 훌쩍 넘겼다.

버스에 탑승하지 못한 한 여성은 “집이 왕십리인데 출퇴근길이 지옥”이라며 “만원인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타고나면 진이 다 빠진다”고 말했다.

반면 느긋한 사람들도 보였다. 인근에 대기하고 있는 자사 셔틀버스에 올라타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판교신도시 대기업에 다니는 이들이다. 출근 버스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직원의 차이가 나타난다. 

2016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판교테크노밸리 노동자가 7만2820명으로 이 중 성남 거주자는 27.9%, 성남시외 거주자는 72.1%라는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진흥원은 판교신도시의 집값이 비싸 직주(職住) 분리가 심각해 대중교통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의 출근길 풍경은 2년 전의 이런 지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판교신도시의 대중교통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분당구 구미동에서 판교테크노밸리로 출퇴근하는 김미진(여·28) 씨는 회사까지 승용차를 이용해 15분이면 출근할 수 있지만 미금역까지 걸어 나와 지하철(정자역 환승)을 이용하든지 아니면 분당을 돌아가는 버스 노선을 이용해야 한다. 내려서도 마을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에 회사까지 1시간이 걸린다.

판교신도시는 자가용을 이용하기도 녹록하지 않아 보였다. 잠시 차량을 주차하기 위해 판교역 일대와 테크노밸리 인근을 돌아다녔지만 대부분이 유료 주차장이었고 30분에 1500원, 월 이용료로 20만원이 책정돼 있었다.

그나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판교역 인근 공영 주차장으로 이동해 주차했지만 주차할 수 있는 면은 몇 군데 남아 있지 않았다.

◆ 인프라는 좋은데, 문제는 주차장

실제로 판교신도시의 주차장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2016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판교신도시 내 주차장은 2만2084면이다. 여기에다 해를 거듭할수록 스타트업 캠퍼스 등 각종 지원 시설과 기업체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주차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제2테크노밸리 가 조성되는 2019년까지 추가적인 교통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으로 보였다. 하지만 당장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제2테크노밸리에 추진됐던 신분당선 연장선과 판교역~제2테크노밸리를 연결하는 트램(노면 전차) 사업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대안으로 판교역과 제2테크노밸리를 연결하는 자율주행 버스 도입과 셔틀버스 운행 계획 그리고 경부고속도로에서 제2테크노밸리로 이동할 수 있는 광역버스 환승 정류장 구축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교통 불편을 어디까지 해결해 줄지 미지수다.

도로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판교역에서 제2테크노밸리 조성 예정지로 이동했다. 내비게이션에 찍은 주소는 수정구 금토동 270. 현재 제2테크노밸리 1구역으로 홍보관이 들어선 곳이다.

금토삼거리까지 편도 3~4차로 도로를 지난 후 편도 1차로 도로로 빠져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로가 전혀 막히지 않아 승용차로 정확히 10분이 걸렸다. 이곳은 입구부터 이미 공사가 한창이다. 홍보관 뒤쪽에 많은 건물들이 세워지고 있었고 이미 건물들의 층수도 꽤 올라간 상태였다.

홍보관 건물을 방문해 제2테크노밸리의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를 만나 ‘기업들의 입주 문의나 2구역 용지 분양에 대한 문의는 얼마나 있는지’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문의 전화가 많아 정신이 없다”였다. 실제로 사무실은 매우 분주했다. 직원 5명이 울려대는 전화를 쉴 틈 없이 받고 있었다.

제2테크노밸리 1구역은 정부가 조성해 벤처기업들에 사무실과 건물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2구역은 1월 17~19일과 1월 24~26일 2회에 걸쳐 민간에 용지 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다. 

홍보관을 나와 제2테크노밸리와 제3테크노밸리 개발 예정지인 금토동 일대를 돌아봤다. 경부고속도로 대왕판교 나들목(IC)이 가까워 강남 접근성이 좋을 것으로 보였다. 판교분기점(JC)도 지근거리에 있어 용인서울고속도로·서울외곽순환도로·경부고속도로 등으로 진출입이 편리한 자리였다.


(사진) 제2·3테크노밸리 개발 예정지 중 아직 부지 수용이 이뤄지지 않은 부지에 비닐하우스가 쳐져 있다./ 김기남 기자

◆ 넘어야 할 ‘큰’ 산… 토지보상 ‘골치’

다만 금토동 일대 주변 분위기는 홍보관 주위를 제외하고 이렇다 할 게 눈에 띄지 않았다. 비닐하우스와 논밭 사이로 저층의 1~2층 건물과 식당들만 띄엄띄엄 들어서 있다.

곳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성남시는 금토동 주민의 생활권과 재산권을 보호하라’, ‘주민 피해 눈덩이다 LH는 책임져라’ 등의 플래카드가 자주 눈에 띄었다. 이들 플래카드는 정부의 토지 수용 보상비에 반발한 금토발전추진위원회에서 내건 것이다.

현재 제2테크노밸리는 2구역 조성 부지 중 30% 정도, 제3테크노밸리는 대부분의 땅을 아직 수용하지 못했다.

이곳저곳에 문의해 해당 부지의 토지 주인을 만나봤다. 자신을 금토동 토박이라고 소개한 토지 주인 이 모(68) 씨는 제2테크노밸리 2구역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내 땅 실거래가가 3.3㎡당 800만원인데 250만원에 빼앗으려 한다”며 “이 땅에서 농사 지어 자식들 가르치고 먹고산 세월이 얼만데 돈 몇 푼 쥐여주고 내쫓는 게 말이 되느냐”고 흥분했다.

실제로 금토동 소재 공인중개소에 확인한 결과 테크노밸리 수용이 예정된 금토동 일대 실거래가는 3.3㎡당 750만~9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상비가 낮게 책정된 이유는 통상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수용하면 공시지가의 150% 정도를 수용금으로 내주기 때문이다.

주변 공인중개소들은 토지주의 반발이 워낙 심해 정부가 이들 땅을 수용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제2·3테크노밸리 조성이 계획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더 큰 문제는 제3테크노밸리의 부지 수용 문제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미 이곳 토지 주인 상당수가 제2테크노밸리 조성 사업에 따른 강제수용을 경험한 상태여서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토동 일대의 땅값은 이미 오를 대로 올라 더 이상 투자처로는 매력이 없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금토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 부부는 “금토동 땅이 수년 전만 해도 50만~100만원대였지만 최근에는 대지를 지을 수 있는 건물은 3.3㎡당 1000만~1500만원을 형성할 정도로 폭등했다”며 “그마저도 나오는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 토지 가격이 너무 올라 이제는 투자해도 수익을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신도시의 아파트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판교 역세권 단지인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면적 117㎡는 최근 17억원에 거래됐다. 공급 면적(145㎡) 기준으로 3.3㎡당 3860만원꼴이다.

이 주택형은 서너 달 전까지만 해도 14억~15억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호가가 뛰었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백현동 W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제2·3판교테크노밸리 조성과 미래에셋의 알파돔시티 투자 등의 호재로 판교신도시 내 아파트 대부분이 두 달 사이 5000만~1억원 정도 가격이 뛰었다”며 “그마저도 최근에는 매물이 씨가 말랐다”고 설명했다.

cwy@hankyung.com


[‘한국판 실리콘밸리’ 판교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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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기업 4년 새 두 배…매출액 합계 77조
-미래에셋·신한 이어 해외 자본 ‘각축’
-판교, 오피스시장 ‘4大 권역’으로 부상
-7만명 출근 전쟁에 주차난 ‘아직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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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1-0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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