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59호 (2018년 02월 07일)

9번째 생일 맞은 비트코인의 제너시스

[커버스토리: Part1 블록체인 경제학]
과거의 시스템에 대한 도전…‘개인간의 완벽한 금융거래’ 꿈꿔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완벽한 P2P 버전의 전자 화폐는 온라인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직접 전달될 수 있다. 금융회사의 도움 없이 말이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논문 ‘비트코인 : 개인 간 전자화폐 시스템(Bitcoin :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에서
비트코인이 1월 3일 아홉 살이 됐다. 비트코인의 첫 블록인 ‘제너시스 블록’은 9년 전인 2009년 1월 3일 오후 6시 15분에 처음 채굴됐다. 당시 보상으로는 50비트코인이 주어졌다. 채굴자는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로 추정된다.

여러 사람들이 특정한 계약에 대해 공증한다는 블록체인 기술의 개념은 이미 1990년대 정립됐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을 어떻게 계약에 참여시키느냐가 문제였다. 비트코인은 공증하면 보상을 주는 이른바 채굴이라는 방법을 도입해 여러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데 성공했다.

‘9장짜리 논문’이 만든 변화

2월 1일 현재 1비트코인의 가격은 1080만원, 시가총액은 173조원까지 불어났다. 아무 가치가 없는 디지털 장부가 창조적 아이디어 하나로 9년 만에 이만큼이나 성장한 것이다.

비트코인의 역사는 한통의 e메일에서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했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직후인 2008년 10월 31일, 수백 명의 공학자와 컴퓨터 프로그래머에게 e메일이 도착했다. 발송자의 이름은 사토시 나카모토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메일을 휴지통으로 옮겨버렸지만 호기심이 넘치는 일부는 메일을 열었다.

메일에는 9장짜리 논문이 링크돼 있었다. 내용은 이랬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조작이 불가능하고 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거래의 투명성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통화 시스템과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제안했다. 시스템에서 사용할 화폐의 이름은 컴퓨터의 정보 저장 단위인 ‘비트’와 동전을 뜻하는 ‘코인’을 합쳐 ‘비트코인(bitcoin)’이라고 지었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실체는 지금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 하지만 그가 가상화폐를 통해 추구한 이상은 명확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2009년 1월 최초의 비트코인을 직접 만들어 낸 뒤 ‘완벽하게 탈중앙화(decentralized)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금융회사가 금융거래 정보를 독점하면서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기존 시스템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논문에서 “금융회사에 점차 더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하고 금융회사는 사고를 막겠다는 이유로 쓸데없이 더 많은 개인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사토시 나카모토는 제네시스 블록을 채굴했다. 하지만 그 블록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의 주장대로 ‘거래’가 이뤄져야 통화로서의 가치가 생기기 때문이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다시 여러 프로그래머들에게 제네시스 블록이 탄생했다는 것을 알리는 메일을 보냈다. 처음 메일을 보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메일을 휴지통에 버렸다.

하지만 프로그래머 할 피니는 이 내용을 유심히 지켜봤다. 할 피니는 ‘채굴’이라고 알려진 ‘작업 증명’ 방식을 고안한 인물이었다. 그는 비트코인의 전자지갑을 설치하고 사토시 나카모토에게 연락해 10비트코인을 전송받는다. 비트코인이 ‘통화’가 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후 할 피니는 사토시 나카모토와 함께 비트코인을 꾸준히 발전시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2014년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뜬다. 이 때문에 일부는 할 피니가 사토시 나카모토 본인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할 피니와 사토시 나카모토 간의 전송 실험이 입소문을 타면서 비트코인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암호학자들 사이에서 ‘재미있는 장난감’으로 인정받았다. 이들은 비트코인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아 네트워크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비트코인 채굴 작업에도 착수했다. 상호 간의 소통을 위해 이들 중 상당수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만든 ‘비트코인오알지(bitcoin.org)’ 사이트에 개설한 채팅 채널에 들어왔다. 이 채팅방은 그해 비트코인 포럼이라는 이름으로 공식화됐다.

매년 5월 22일은 비트코인 사용자들에게 기념비적인 ‘피자 데이’다. 2010년 5월 22일 프로그래머 라스즐로 하녜크즈가 비트코인 포럼에서 한 친구에게 1만 비트코인에 파파존스 피자 두 판을 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피자 두 판의 가격은 30달러로, 당시 하녜크즈는 컴퓨터에서 캐낸 이 코인을 코인당 0.003센트로 계산했다. 1만 비트코인의 2월 1일 기준 가치는 약 100억원이다.


(사진) 사토시 나카모토와 비트코인을 처음을 거래한 프로그래머 할 피니

100억짜리 피자 탄생한 5월 22일

2010년 8월 15일은 비트코인 역사에서 오명을 남긴 날이다.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이용해 1840억 비트코인을 생성하는 일이 생겨났고 이 비트코인들은 두 개의 계좌에 나뉘어 전송됐다.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거래 기록에서 이 거래들이 지워졌고 곧바로 버그가 수정된 비트코인 프로토콜이 업데이트됐다. 이것이 지금까지 비트코인 시스템의 유일하게 알려진 오류다.

2011년을 지나면서 위키리크스와 위키피디아 등 몇몇 재단들이 비트코인으로 기부를 받기 시작했다. 위키피디아의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는 2017년 10월 트위터를 통해 이때부터 받은 비트코인이 무려 5만%의 수익을 냈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위키리크스에 기부가 시작되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이 기부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온라인상에서도 사라졌다

2012년 9월 비트코인재단이 발족됐고 그해 10월 비트페이는 1000개가 넘는 가게에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 중이라고 발표했다.

2013년 10월은 비트코인의 이미지가 크게 후퇴한 시기다. 미연방수사국(FBI)이 가상화폐·무기 암시장 ‘실크로드’의 소유자 로스 윌리엄 울브리히트를 검거하면서 웹사이트에서 2만6000개의 비트코인을 압수했다. 이 사건으로 지금까지도 비트코인이 ‘범죄자들이 활용하는 화폐’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반면 그해 11월 금융 위기를 겪고 있던 키프로스의 니코시아대가 비트코인을 ‘내일의 금’으로 지칭하며 등록금을 비트코인으로 받겠다고 발표했다.

2014년 2월은 비트코인 역사에서 변곡점이 되는 날 중 하나다. 당시 세계 최대이자 최초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틴곡스가 74만4000개의 비트코인을 해킹으로 분실하고 파산했다. 당시 금액으로 4800억원 규모였다. 이 기록은 2018년 1월 27일 일본의 비트코인 거래소 코인체크가 560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해킹당하면서 깨지게 된다.

2015년 1월에는 비트코인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75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마운틴곡스 해킹 후 비트코인은 무려 70%나 폭락했다. 하지만 코인베이스가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이후 여러 거래소들 등장하면서 서서히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2017년 12월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시작됐다.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상품 자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hawlling@hamkyung.com



[기사 인덱스]

PART1: 블록체인·암호화폐 한번에 이해하기

- '알쏭달쏭' 블록체인 한번에 이해하기

- 암호화폐 블록체인, 경제시스템을 해킹하다

- 9번째 생일 맞은 비트코인의 제너시스

- 암호화폐를 움직이는 사람들 '누구'

- 블록체인에 푹 빠진 세계의 중앙은행들

PART2: 블록체인, 산업 지도를 바꾼다

- 삼성SDS,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2015년부터 집중 투자

- 하나은행, 블록체인으로 '글로벌 결제 허브' 만든다

- 글로스퍼 '지역화폐의 진화'...블록체인으로 활용성 업그레이드

- 메디블록, 앱으로 활용하는 내 비밀스런 의료 정보

- 블록체인으로 게이머와 개발사 직접 잇는다

- 나이지리아 진출...'코인'에 신용정보 저장

- 이더리움 기반 모바일 게임 '크립토 탱크'

- 월마트, 돼지고기에 부착한 블록체인 '안전 이력서'

- 자율주행차 안전, 블록체인이 지킨다

- 코닥, 130년 사진 명가의 암호화폐 실험

- 글 올리면 돈 되는 '스팀잇'의 마법

- 에스토니아, 암호화폐 발행준비...두바이 '블록체인 정부' 선언

- 통신·SI·금융업계 "블록체인 신시장 잡아라"

PART3: 미리보는 '블록체인 혁명'

- 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 "암화화폐와 법정화폐 모두 통용되는 세상 올 것"

- 김서준 해시드 대표 "참여자 모두 돈 버는 '토큰 이코노미' 가능하죠"

- 장화진 한국IBM 대표 "AI IOT 빅데이터 등 블록체인 위에 자리 잡을 것"

-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암호화폐 빠진 블록체인은 무용지물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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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2-0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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