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59호 (2018년 02월 07일)

“암호화폐·법정화폐 모두 통용되는 세상 올 것”

[커버스토리: Part3 미리보는 '블록체인 경제']
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 “분산된 권력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경비즈니스= 김영은 기자 ]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선 고강도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암호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전혀 다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으며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암호화폐 규제’와 ‘블록체인 육성’을 같이할 수 있을까.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은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을 움직이게 하는 원료”라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해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해 “암호화폐의 본질이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기 때문에 규제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면서도 “거래소에 대한 규제는 세금이나 자금 세탁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이미 규제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탈중앙화’라는 본질을 유지하기 위해 그 속에서 권력이 생산되지 않도록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려는 자정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Q. 얼마 전 다보스포럼(WEF)에 참석한 경제학자들이 암호화폐에 비판을 쏟아냈지만 블록체인 기술 대해서는 일제히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습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 대응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다보스는 모든 지적 생태계의 상위가 아닙니다. 오랜 세월 동안 기존 경제 시스템을 공부하고 유지해 오던 경제학자들로선 중앙의 신뢰 없이도 금융거래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은 금융시장의 핵심을 건든 일이죠. 이 때문에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 겁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돌아가게 만드는 피예요.

블록체인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은 공짜가 아닙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세계에서 인센티브 역할을 합니다. 블록체인은 거래 기록을 제3의 신뢰 주체가 아니라 네트워크에 연결된 노드들이 검증합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신뢰를 형성하고 네트워크 참여를 독려하는 기반입니다. 자동차가 움직이려면 연료가 있어야 하듯이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의 핵심입니다.”

Q.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인센티브로서 암호화폐가 필요 없지 않나요.

“인센티브 차원에서 마이닝(채굴)이라는 프로세스에 대한 보상은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프라이빗 블록체인도 자체 보상 체계가 필요하죠. 또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허가받은 소수만 참여할 수 있는 특정 집단의 인트라넷 격입니다.

정부나 대기업에서 프라이빗 블록체인만 장려하고 마이닝이 필요한 퍼블릭 블록체인은 방치한다는 것은 디지털화·민주화·탈중앙화가 핵심인 블록체인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의 철학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한 투기가 아니에요. 중앙집권화돼 있던 금융도 민주적인 방법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아이디어입니다.”

Q. 암호화폐는 어디까지 규제해야 합니까.

“암호화폐를 어떻게 규제합니까. 암호화폐는 탈중앙화된 사회에서 개인들끼리 협의를 통해 만든 것입니다. 암호화폐의 본질 자체가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요.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는 세금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합니다. 금융 안정 차원에서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지 정부로선 걱정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 보호입니다.

사실 블록체인의 본질은 P2P입니다. 거래소는 철저하게 사람들의 편리함을 위해 존재할 뿐 필수가 아닙니다. 거래소는 가상 세계와 현실을 연결하는 출입국관리소라고 보면 됩니다. 출입국관리소를 통과할 때 여권과 세금이 필요하듯이 이익을 냈으면 세금을 내야 합니다. 적절한 규제가 더 일찍 이뤄졌어야 했어요.

한국은 외환거래법에 따라 법정화폐를 달러로 바꿀 때 신고해야 합니다. 그동안 법정화폐를 가상화폐로 전환하는데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죠.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는 지금 논의할 게 아니라 이미 1년 반 전부터 도입됐어야 하는 사후약방문입니다.”

Q. ICO에 대한 규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암호화폐공개(ICO)는 당연히 허용해야 합니다. 무분별한 투기를 막기 위해 ICO는 금지해 놓고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킨다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죠. ICO는 당장에는 사기처럼 비쳐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점점 견고화되면서 제도권으로 편입될 것입니다. 나스닥도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의 ICO도 사회적인 공감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ICO는 젊은이들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창업하고 돈을 그러모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예요. 탈중앙화 플랫폼을 키우겠다면서 피(암호화폐) 공급을 막아서는 안 됩니다.”

Q. 그러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아직까지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자리 잡지 못한 과도기여서 정부도 공부하는 과정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면 규제나 법도 새로운 기술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는 연결된 해결 방식을 요구합니다.

입체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행정 시스템도 유기적인 형태가 돼야 합니다. 한 부처만의 시각으로 파악하고 행정 조치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에 얽힌 모든 고리를 파악하고 정부의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대처해야죠.

모든 부처의 인식 체계가 같아야 하는데 그게 블록체인과 같은 사고방식입니다. 세계적인 추세는 중앙 금융도 소비자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PSD2(은행이 보유한 개인의 금융 데이터를 제삼자가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결제 지침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단, 반드시 정해진 원칙을 따라야 하며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특히 사생활을 침해하면 징벌적인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정보를 줘도 악용될 것이라는 의심을 덜 하는 거죠.”



Q. 법정화폐와 암호화폐가 둘 다 통용되는 시대가 오면 그 둘의 균형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중앙은행이 중앙은행 중심의 통제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곧 법정화폐와 암호화폐가 모두 통용되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암호화폐는 국경을 넘는 개념이에요. 각국 은행이 이를 통제하는 것은 국민을 통제하는 게 됩니다.

암호화폐를 중앙은행이 발행한다면 달러처럼 미국 중심의 암호화폐가 통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잖아요. 버블은 가급적 피하면서도 기술이 확산되고 검증을 거쳐 용처가 넓어지면 좋겠죠. 암호화폐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과거 중앙집권에만 한정적이었던 권력이 분산되고 사람들끼리 연결됐다는 점입니다. 중요한 것은 투기가 아니라 ‘시민들에게 분산돼 주어진 권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입니다.”

Q.그러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진짜 암(暗)은 무엇입니까.

“암호화된 블록체인 세상에서 모든 것이 민주적으로 잘 돌아갈 것 같나요. 아닙니다. 암호화폐의 대부분을 소수가 장악하고 있고 개발자나 특정 커뮤니티에 의해 변동 가능성이 너무 크죠. 암호화폐에 관련된 이너서클(권력을 가진 핵심층)들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하드 포크가 일어나는 겁니다. 그 판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면 판을 다시 짜 튀어나와야 합니다.

암호화폐는 누가 발행하고 어떤 식으로 유지하느냐가 모든 판단의 핵심이에요. 건전한 생태계를 키우는 차원에서 안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건전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탈중앙화·디지털화·익명성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비트코인을 개발한 사토시 나카모토가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사토시 나카모토가 사라졌어도 커뮤니티에 의해 비트코인이 유지되고 있죠. 사토시 나카모토가 존재를 밝혔다면 일반인들의 신뢰를 얻기 어려웠을 거예요. 커뮤니티와 네트워크에 의해 유지되기 때문에 투자할 수 있는 겁니다.

결국 앞으로 운영 주체와 사회적인 신뢰를 잘 쌓아 가는 암호화폐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디지털 격차 현상입니다. 디지털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디지털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활용하지 못해요. 많은 사람들이 기술에 친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잖아요. 기술로 벌어진 격차는 기술로 극복해야 합니다.

사용자 환경(UI)이나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사회적으로 포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일부 투자자와 개발자만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은 한계가 있어요. 모두가 알고 사용할 수 있어야 사회적 지속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암호화폐든 블록체인이든 모든 사용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kye0218@hankyung.com

[기사 인덱스]

PART1: 블록체인·암호화폐 한번에 이해하기

- '알쏭달쏭' 블록체인 한번에 이해하기

- 암호화폐 블록체인, 경제시스템을 해킹하다

- 9번째 생일 맞은 비트코인의 제너시스

- 암호화폐를 움직이는 사람들 '누구'

- 블록체인에 푹 빠진 세계의 중앙은행들

PART2: 블록체인, 산업 지도를 바꾼다

- 삼성SDS,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2015년부터 집중 투자

- 하나은행, 블록체인으로 '글로벌 결제 허브' 만든다

- 글로스퍼 '지역화폐의 진화'...블록체인으로 활용성 업그레이드

- 메디블록, 앱으로 활용하는 내 비밀스런 의료 정보

- 블록체인으로 게이머와 개발사 직접 잇는다

- 나이지리아 진출...'코인'에 신용정보 저장

- 이더리움 기반 모바일 게임 '크립토 탱크'

- 월마트, 돼지고기에 부착한 블록체인 '안전 이력서'

- 자율주행차 안전, 블록체인이 지킨다

- 코닥, 130년 사진 명가의 암호화폐 실험

- 글 올리면 돈 되는 '스팀잇'의 마법

- 에스토니아, 암호화폐 발행준비...두바이 '블록체인 정부' 선언

- 통신·SI·금융업계 "블록체인 신시장 잡아라"

PART3: 미리보는 '블록체인 혁명'

- 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 "암화화폐와 법정화폐 모두 통용되는 세상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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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암호화폐 빠진 블록체인은 무용지물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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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2-0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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