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을 가다]
- 융합·플랫폼이 새로운 생산양식, 글로벌 시장도 ICT 중심 재편

4차 산업혁명이란 거대한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클라우드·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혁명이 가속화하면서 기존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비즈니스 모델이 급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의 승자가 되기 위해 ‘성장 DNA’를 바꾸는 대대적인 혁신을 꾀하고 있다. 삼성·현대차·SK·LG 등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에 선 국내 기업들과 최대 격전장이 될 핵심 기술을 살펴본다.
‘흔들리는 제조업 경제’…‘제품’ 중심 사고 버려라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악수하면 서로의 정보가 개인 서버에 자동 저장되고 옷을 입고 있으면 피로가 풀린다. 집에 사람이 없어도 난방과 조명을 조절할 수 있고 병원에 가지 않아도 건강을 체크할 수 있다.

주차 걱정도 필요 없다. 차를 세워두고 자리를 떠나면 차가 스스로 주차한다. 이러한 상품과 서비스들이 지금 자고 나면 생겨나고 있다. 공상과학소설과 영화 속에서나 보던 꿈의 기술이 어느덧 실제로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 4차 산업혁명은 경제구조의 ‘변혁’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앞세워 기계화를 급속하게 발전시켰고 제조업의 붐과 관련 산업의 일자리를 창출해 냈다.

2차 산업혁명은 19세기 후반 시작돼 전기·철강·자동차·통신 분야의 혁신을 가져왔다. 대량생산 체제라는 구조적 변화도 이때 이뤄졌다.

3차 산업혁명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도체·컴퓨터·인터넷 등의 기술 발전이 본격화돼 ‘디지털 혁명 시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때 수많은 정보기술(IT) 기업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이전 혁명 시대와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 없던 기술의 탄생으로 산업구조가 바뀐 것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생산양식은 융합과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IT 기반의 정보통신기술(ICT)이 각종 산업군과 융합하면서 파괴적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네트워크에 탑재된 플랫폼을 통해 맞춤형 생산과 소비를 하고 소비자가 바로 생산자가 되는 ‘프로슈머 시대’가 열리고 있다.

네트워크 경제, 플랫폼 경제라는 용어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는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앞선 기업과 상품이 전 지구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면서 선택된 상품은 바꾸는 데 많은 비용과 불편이 따르기 때문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은 소비자 후생과 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기준으로 약 460조원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흔들리는 제조업 경제’…‘제품’ 중심 사고 버려라
(사진) 132년의 역사를 자랑했던 카메라 필름 제조사 이스트만 코닥은 2012년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지 못하며 결국 파산했다.

◆ IT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현재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산업군은 ICT다. 3차 산업혁명이 디지털 혁명을 앞세워 산업의 자동화 시대를 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여기에 지능화를 더해 완전한 무인화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인간의 사고력·판단력·융통성·사회적 경험치들을 습득한 ‘똑똑한’ 기계들이 속속 만들어지며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2017년 글로벌 기업들의 시가총액 기준으로 순위를 살펴보면 1위 애플, 2위 알파벳(구글), 3위 마이크로소프트, 4위 아마존, 5위 페이스북까지 모두 IT 기업이 독차지했다.

이들 기업 중 10년 전에 5위권 내에 든 곳은 한 곳도 없었다. 2007년 당시 시가총액 순위는 1위 페트로차이나, 2위 엑슨모빌, 3위 제너럴일렉트릭(GE), 4위 차이나모바일, 5위 중국공상은행 순이었다. 차이나모바일만 유일한 ICT 기업일 뿐 1·2위 에너지, 3위 제조업, 5위 금융 기업이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1~5위까지 특정 산업군의 기업이 독점한 사례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은 1차 산업혁명 이후 이어져 온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자본시장을 이끈다는 법칙마저 무너뜨렸다.

그나마 1~5위 기업 중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애플뿐이다. 애플은 매출의 80%를 아이폰 하나로 채우는 사실상 단일 제품 판매 기업이다. 스마트폰 한 품목으로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2위 구글은 매출의 90%가 광고다.

월 방문자 수 70억 명인 사이트에서 살짝 광고판만 올려놓고 세계 2위 자리에 올랐다. 3위 마이크로소프트도 3년 전부터 오프라인 영업을 거의 정리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기반의 비즈니스로 전환하고 주가가 2배나 상승했다.

4위 아마존은 유통과 물류 기업이다. 아마존의 주 타깃은 스마트폰 사용자다. 심지어 매장에 오라고 미디어 광고도 하지 않는다. 5위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대표 기업이다.

◆ 앞으로 더 진일보할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는 ‘자율주행차’다. 운전자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최고 단계’의 자율주행차가 실제로 도로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9년 자율주행차 개발에 착수한 이 분야 선두 주자 구글은 2017년 말 도로에서 보조 운전자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의 시험 운전을 시작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해 디트로이트 공공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쉐보레 볼트의 시험 운전을 시작했다. 완전한 자율주행차의 도로 운행은 당초 2020년쯤으로 예상됐었다.

일상생활에 급속히 파고드는 또 다른 혁신은 AI다. 빅데이터를 원료로 삼는 AI의 핵심 기술은 머신 러닝, 자연어 처리, 이미지 인식 등이다. 이를 활용한 주력 시장은 금융거래 알고리즘, 이미지 분류, 환자 데이터 처리, 각종 예측 서비스 분야 등에서 형성되고 있다.

AI는 지난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액만 390억 달러(약 42조원)에 이를 정도로 뜨거운 시장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AI 스피커’ 경쟁이 치열해지며 생활 속 각종 편의를 돕는 AI 비서 형태가 각광받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SK텔레콤의 ‘누구’, KT의 ‘기가지니’를 비롯해 네이버의 ‘웨이브’,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등이 잇따라 출시돼 관심을 모았다. 글로벌 시장의 이 분야 선도 업체는 아마존의 알렉사로, 음성인식 기술을 API 형태로 공개하며 160여 개에 달하는 응용 서비스를 탄생시켰다.

사물인터넷(IoT)과 3D 프린터를 갖춘 스마트 공장에서의 ‘제조업 4차 산업혁명’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부품과 기계가 상호 교신하면서 주어진 설계에 상응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스마트 공장은 이전까지의 대규모 생산이 아닌 ‘맞춤형 온디맨드(소비자 수요에 맞춘 즉각 생산) 경제’를 실현한다.

1993년 마지막 공장 문을 닫은 지 23년 만에 독일에서 생산을 재개한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는 상주 인력 10여 명, 100% 로봇 자동화 공정으로 연간 운동화 50만 켤레를 생산하고 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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