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PART 3 : 그룹별 전략-현대차]
- 정의선 부회장 “IT 기업보다 더 IT스러운 기업으로”…글로벌 협업 시스템 가동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움직임은 진취적이다. 미래 자동차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외부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고 내부 조직 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부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주도 아래 로봇·인공지능(AI)·스마트카(자율주행·커넥티드카), 차량 전동화, 미래 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등 5대 미래 핵심 분야를 선도하기 위한 전략기술본부를 설립하고 5년 동안 2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독자 개발을 추진했던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의 협업을 다각도로 추진 중이다.
현대차, ‘위기를 기회로’ 혁신기술에 23조 투자
◆ 친환경차 2025까지 38종으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현대차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회사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과 중국 등 주력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와 통상임금 소송 1차 판결로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오히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위기 상황에 대해 “좋은 주사를 맞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1월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18’에서 기자들과 만나 “실제로 작년엔 굉장히 심각했다”면서 “오히려 좋은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하고 상품과 디자인, 조직 측면에서 깨달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래를 먼저 대비하느냐가 사느냐, 죽느냐를 결정한다”며 “IT 기업보다 더 IT스러운 기업이 돼야 하고 의사결정 속도, 방법 등에서 고쳐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직접 실천에 옮기고 있다. 특히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규모 투자도 결정했다.

현대차는 앞으로 5년간 로봇·AI, 스마트카, 차량 전동화, 미래 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등 5대 신사업 분야에 23조원을 투자한다. 연구·개발(R&D)을 최우선으로 시설 투자 그리고 세계 최고의 우수 인력을 보강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이 투자를 통해 현재 13종인 친환경차를 2025년까지 38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실현되면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2위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이 밖에 현대차는 그동안 미래 전략에 가장 취약점으로 꼽히던 보수적인 독자 개발 정책도 대폭 수정하고 수많은 글로벌 ICT 기업과 합종연횡을 하며 협업에 나서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기업 시스코와 차량 내 네트워크 플랫폼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차량 내 네트워크를 통해 자동차를 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커넥티드 기술을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기본적인 토대다.

1초에 1기가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고 보안성을 강화한 현대차의 차량 내 네트워크 플랫폼은 미래 현대차의 혈맥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2019년 이후 출시될 신차에 이 플랫폼을 탑재할 예정이다.

이 밖에 현대차는 아마존과 함께 안면 인식 기술, 능동 보행자 경고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현대차가 2021년 상용화를 선언한 자율주행 차량 개발과 관련해 자율주행 전문 기업 오로라와 협업이 한창이다.

오로라는 구글·우버·테슬라 등 자율주행 R&D를 선도하는 기업 출신 연구 책임자들이 만든 자율주행차 전문 기업이다. 특히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인 로봇 공학과 기계 학습에 강점이 있다.

현대차는 오로라와의 전방위적 협업을 통해 완전 자율주행차(레벨4)를 만들 계획이다.
현대차는 차량 공유 분야에서도 동남아시아 최대의 카헤일링(차량 호출) 업체인 그랩(grab)과 협업에 나서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은 현재 동남아시아 카헤일링 서비스의 75%를 점유하는 독보적인 회사다. 동남아 8개국 168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등록 운전자 수는 230만 명, 하루에 350만 건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는 동남아 지역 카헤일링 서비스에 자동차 공급을 확대하고 아이오닉 EV 등 친환경차를 활용한 차별화된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현대차는 카풀 업체인 럭시에 50억원을 투자하고 지난해 8월부터 카셰어링 시범 서비스 ‘위블’을 선보이며 국내에서의 차량 공유 사업을 준비해 왔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공유로 넘어가는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랩과 손잡게 됐다.

◆ 5개국 ‘오픈이노베이션센터’ 설치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내 전 세계 5곳에 미래차 기술 R&D를 전담할 ‘오픈(개방형) 이노베이션(혁신)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 미국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텔아비브 외에 한국, 중국 베이징, 독일 베를린 거점을 추가해 이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 유망 스타트업을 ‘저인망’식으로 훑겠다는 구상이다.

상반기 중 한국 센터가 문을 열고 기존 현대·기아차 R&D 협력사 및 유망 스타트업들과 혁신 아이템을 발굴, 사업화한다. 이어 연말까지 중국 베이징, 독일 베를린에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베이징은 상하이·선전과 함께 중국 창업 열기를 주도하고 있고 베를린은 유럽 ‘스타트업의 허브’로 통한다.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가 가장 왕성히 활동하는 지역에 혁신 네트워크를 갖추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하고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에 대한 강력한 대응 체계를 갖추기 위한 차원이다.

이들 센터는 해당 지역 특장점에 따라 특화될 예정이다. 한국 센터는 본사 및 다수 협력사와 다양한 혁신 실험을 수행하고 베이징 센터는 AI에 주력하는 한편 대형 ICT 기업과 협업을 모색할 거점으로 키울 계획이다. 베를린 센터는 유럽이 강점을 지닌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솔루션 기반의 신사업 확보 미션을 받았다.

이 밖에 정 부회장은 AI·자율주행·공유경제 등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고 이와 관련된 신기술을 연구할 전략기술연구소를 지난해 설립하는 등 미래 먹거리 준비를 위한 조직 개편과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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