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금융소비자 750명 설문 '2018 은행 모바일뱅킹 평가']
-사용 편한 인터넷은행 새 위협으로…플랫폼 통합·기술고도화로 ‘맞불’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손안의 은행’ 시대를 맞아 모바일 뱅킹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통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었다. 비대면 시대에는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이 금융 소비자와의 최접점이 된다. 모바일 뱅킹 앱이 은행의 얼굴이자 수익원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모바일뱅 킹 앱의 차별화가 단순한 채널 경쟁력을 넘어 금융지주, 즉 금융회사의 경쟁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뱅킹의 중요성이 커지자 은행들은 기능별로 분산됐던 모바일 뱅킹 서비스 앱의 통합 플랫폼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 또 모바일 뱅킹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생체 인증’에서 ‘채팅 로봇(챗봇)’까지 기술 고도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리딩’ 모바일 뱅크를 선점하기 위한 금융권 의 각축전을 살펴봤다.
‘리딩 뱅크 경쟁’ 점포에서 모바일로 전선 이동
◆물량공세에서 ‘통합’으로 트렌드 바뀌어

“당신의 스마트폰에는 몇 개의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이 깔려 있습니까.” 시장조사 업체인 오픈서베이와 공동으로 20~59세 금융 소비자 750명 대상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모바일 뱅킹 앱을 2개 이상 내려 받았다고 응답한 이는 74.9%에 달했다. ‘5개 이상’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12%다.

설문 내용을 모바일 뱅킹 앱이 아닌 ‘모바일 뱅킹 관련 서비스 앱’으로 바꿨다면 아마 개수는 더욱 늘어났을 것이다. 앞서 국내 은행들은 2009년 이후 스마트폰의 보급화가 본격화되자 경쟁적으로 모바일 뱅킹 관련 앱을 늘렸다.

금융거래 기능을 담은 앱과 자산 관리 서비스, 간편 송금, 환전, 중금리 대출, 멤버십 등 각종 금융 서비스들을 별도의 앱으로 출시했다.

이 결과 KB국민은행(이하 국민은행)·신한은행·KEB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이하 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모바일 뱅킹 관련 앱 수만 90여 개(추정치)를 넘었다.

이 밖에 13개 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 2곳까지 확대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회사당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20개가 넘는 모바일 뱅킹 앱 서비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앱이 무분별하게 늘어나면서 금융 소비자의 불편도 커졌다. 서비스 영역별로 분리된 종전의 모바일 뱅킹 앱은 금융 소비자에게 혼돈과 불편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최근 은행들은 모든 은행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모바일 뱅킹 앱과 빠르고 간편하게 조회하고 이체할 수 있는 간편 모바일 뱅킹 앱 두 개로 각각 통합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른바 ‘투 앱’ 전략이다. 모바일 풀 뱅킹 서비스인 ‘NH스마트뱅크’와 간편 뱅킹 서비스인 ‘올원뱅크’를 두 축으로 끌고 가는 농협은행이 투 앱 전략의 단적인 예다.

두 개도 많다며 하나로 통합에 나선 곳도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여러 개의 금융 앱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한S뱅크·써니뱅크·S통장지갑·신한스마트비대면실명확인 등 5개의 금융 앱을 하나로 합친 ‘신한 쏠(SOL)’을 선보였다. 4월부터 5개 앱의 서비스를 중단하고 쏠로 서비스 통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은행의 통합 플랫폼 경쟁이 심화한 데에는 2017년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의 역할이 컸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을 단순화한 모바일 뱅킹 앱을 출시하면서 금융권 전반에 ‘메기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실제 시중은행의 모바일 뱅킹 앱은 카카오뱅크 출시 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27일 출범 하루 만에 앱 다운로드 수 65만, 신규 계좌 개설 30만500계좌를 돌파했다. 이는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1년간 16개 은행의 월평균 비대면 계좌 개설 합산 건수인 1만2000건보다 무려 30배 정도 많은 것이다.

한경비즈니스와 오픈서베이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사용해 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60.9%가 카카오뱅크(50.6%)와 케이뱅크(10.3%)를 5대 은행과 병행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써 보고 싶은 은행 앱 1위 ‘국민’

이제 은행의 모바일 뱅킹 경쟁은 기술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모바일 뱅킹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챗봇 서비스는 이미 보편화됐다.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인 블록체인 기술까지 도입되며 금융업 전반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AI를 잘 활용하는 은행 중 하나다. 금융권 최초 음성인식 AI 뱅킹인 ‘소리(SORi)’는 음성과 텍스트 입력만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또한 로봇 투자 전문가(로보어드바이저) ‘우리로보-알파’를 통해 고객별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모두 모바일 뱅킹 앱을 통해 금융에 스며든 AI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국민은행 또한 딥러닝 기반 AI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케이봇 쌤(KBotSAM)’을 내놓았다. 케이봇 쌤은 경제 상황과 고객의 투자성향·규모 등을 스스로 분석 학습한 뒤 맞춤형 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똑똑한 로봇 투자 전문가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뱅킹 통합 플랫폼인 쏠을 출시하면서 상담과 뱅킹 서비스가 동시에 가능한 AI 금융 챗봇 ‘쏠 메이트’와 금융권 최초로 선보이는 증강현실(AR) 기반의 상품 안내장, 가상현실(VR)을 통해 자산 관리가 가능한 쏠AR을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 경쟁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 소비자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시중은행 사이에서 ‘뺏고 빼앗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핀테크 업체의 도전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어떤 은행이 향후 금융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까. 5대 은행을 사용하는 금융 소비자 750명(각각 150명)에게 지금 사용하는 모바일 뱅킹 외에 어떠한 은행의 모바일 뱅킹 앱을 사용해보고 싶은지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 중 26.1%가 국민은행을 사용해 보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신한은행(20.5%)·우리은행(17.9%)·하나은행(17.9%)·농협은행(12.9%) 순이다. 기타에 의견을 남긴 이들도 3.7%였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 금융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올해에도 핀테크 업체들은 다양한 모바일 뱅킹 앱을 출시하며 수익 창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앱애니 관계자는 “모바일 뱅킹 앱을 단순히 웹사이트의 축소판으로 만들지 말라”고 강조했다. 하나의 앱에 웹사이트 전부를 담기보다 잔액 확인이나 계좌 이체, 고객 서비스와 같은 핵심 서비스를 우선순위에 두고 모바일 경험을 최적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관계자는 “이를 하지 못하면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전문 핀테크 스타트업에 시장점유율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poof34@hankyung.com

[커버스토리 '2018 은행 모바일뱅킹 평가' 기사 인덱스]

-'리딩 뱅크 경쟁' 점포에서 모바일로 전선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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