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세상을 바꾸는 그녀들, 스타트업 여성CEO 전성시대]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 직장인이자 엄마로 살기 위한 ‘아이 돌봄 서비스’
“아이 맡길 곳 없어 발 동동… 왜 이런 서비스 없나 싶었죠”
약력 : 중앙대 경영학과 졸업.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졸업.2003년 리바이스코리아 마케팅팀장. 2009년 매일유업 유아식사업본부 사업부장. 2016년 째깍악어 대표(현).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대표 김희정, 강지민 엄마.’ 찾아가는 아이 돌봄 매칭 서비스 째깍악어 김희정(42) 대표의 명함에는 다른 명함에선 보기 힘든 소개 문구 하나가 더 새겨져 있다. 바로 ‘엄마’라는 직업이다.

김 대표는 째깍악어를 창업하기 전 마케팅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 왔다. 한국화장품·한국존슨앤드존슨·리바이스코리아 등에서 근무했다.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고 사람들의 생활에 변화를 주는 게 좋았다.

하지만 결혼한 후 ‘엄마’가 되고 나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매일유업으로 이직했다. 워킹맘의 삶은 예상만큼이나 험난했다. ‘직장인’이자 ‘엄마’로 동시에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김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계기다.

◆보육 문제 해결, 업계 첫 임팩트 투자 유치

올해로 열한 살이 된 김 대표의 딸 지민 양은 그가 창업을 결심한 순간부터 가장 든든한 응원군이자 사업 파트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째깍악어라는 이름도 지민 양이 지었다. 동화 ‘피터팬’에서 아이들의 적인 후크 선장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째깍악어’라는 의미다. 김 대표는 “째깍악어는 최고경영자(CEO)이자 엄마로서 우리 딸아이와 함께 만들어 가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째깍악어는 엄마들이 한두 시간 아이를 맡길 필요가 있을 때 대학생들이나 유치원 보육교사 출신의 돌보미 선생님들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김 대표가 잠시 회사 소개를 멈추고 진지하게 다음 말을 이어 간다. 째깍악어를 운영하는 동안 가능하면 ‘아이를 돌보는 엄마’라는 표현을 쓰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돌보는 주체가 ‘엄마’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는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19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해왔고 지금도 일을 하고 있지만 업무를 하다 바쁜 일이 생겼을 때 아주 잠깐만 아이를 맡아주면 되는 데 그 사람을 찾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어떻게 보면 째깍악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저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였던 거죠.”

김 대표는 국내의 보육 관련 정책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아빠들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데다 최근에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단축근무나 유연근무제 등도 잘 보장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하며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딱 꼬집어 말로 하기 힘든 분위기 같은 게 있어요. 예를 들어 오후 5시쯤이면 부서 회의를 시작해요. 저는 유연근무제를 신청하고 오후 4시에 퇴근이 예정돼 있어요. 이때 제가 오후 4시에 퇴근하게 되면 그 이후 일어나는 업무 정보를 알 수 없는 거죠. 그렇다고 엄마로서의 삶을 포기할 수도 없어요.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엄마가 느끼는 자괴감은 말로 못해요. 이럴 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몰라요.”

당시 김 대표가 참고한 스타트업 모델은 ‘태스크래빗’이라는 미국의 단기 아르바이트 중개 서비스였다. 2016년 김 대표는 육아휴직을 한 후 3개월 동안 사업계획서 작성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우연히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 째깍악어 또한 ‘보육’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 모델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 없이 지원했다가 덜컥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팀’에 선정됐다.

얼마 뒤 임팩트 투자(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HGI이니셔티브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았다. 업계 첫 임팩트 투자 대상이 된 것이다.
“아이 맡길 곳 없어 발 동동… 왜 이런 서비스 없나 싶었죠”
◆선생님이 웃어야 아이들도 웃는다

째깍악어의 3월 29일 기준 부모님 회원은 1만281명, 등록된 선생님은 489명이다. 이용 후 부모님의 만족도는 5.0점 만점에 4.86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7월 부모님 회원이 2000명 안팎이었으니 8개월여 만에 회원이 5배 정도 늘어난 셈이다. 사용료는 기본 2시간에 2만8000원 정도다.

째깍악어가 이처럼 이른 시간 안에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엄마들 사이의 입소문’이 컸다. 업무 중 급한 일이 생긴 워킹맘은 물론이고 일반 주부들도 서비스를 사용할 때가 많다. 갑자기 몸이 아프다거나 외출할 일이 생겼을 때 유용할 수 있다.

“양육자가 믿고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믿을 수 있는’ 선생님이 가장 중요하죠. 신원 증빙, 인·적성, 범죄 이력 조회까지 까다로운 과정들을 모두 거치고 면접까지 통과해야 째깍악어의 ‘악어 선생님’으로 등록할 수 있어요. 여기에 선생님들마다 동영상 프로필을 따로 제작해요. 그래야 양육자들이 선생님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까다로운 검증 작업을 거쳐 선생님들을 선발하다보니 자연스레 또 다른 고민이 이어졌다. 이처럼 높은 조건을 충족하는 선생님들이 째깍악어로 모여들게 하려면 ‘이 선생님들이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야 했다.

“어느 날 우리 딸이 얘기하더라고요. ‘엄마 오늘은 선생님이 행복해서 나도 좋았어’라고요. 그 한마디가 째깍악어의 지향점이 됐어요. 선생님들이 웃으면서 일할 수 있어야 우리 아이들도 웃을 수 있다는 거죠. 우리 서비스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선생님들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해 줘야죠.”

이를 위해 째깍악어는 최근 변화를 시도 중이다. 먼저 기존의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도우미 선생님을 선발하던 데서 그 범위를 ‘전·현직 유치원 및 어린이집 교사들’까지 확대했다. 국가 공인 자격증인 ‘보육교사’와 ‘유치원 정교사’를 기준으로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사용료는 2시간에 3만6000원이다.

“한국의 유치원 선생님들을 보면 현재 보육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의 20%만 일을 하고 있어요. 나머지 80%는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경단녀’가 된 분들이에요. 그런 이들이 째깍악어에 와서 한두 시간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전문 지식도 살릴 수 있어요. 이런 이들에게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 거니까요. ‘엄마’이기 때문에 째깍악어와 같은 스타트업을 운영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이를 통해 더 많은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로 키워 나가고 싶어요.”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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