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찾아라…불꽃 튀는 신약 전쟁]
-제약·바이오업계, 사상 최대 R&D 투자 나서…‘후보물질만 1006개’
-1999년 이후 국내서 29개 신약 개발…‘국산 신약 30호’ 주인공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찾아라…불꽃 튀는 신약 전쟁
(사진) 경기 용인 동아에스티 혁신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다. /동아에스티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제약·바이오산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핵심이다. 업계에 따르면 약 5000개의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중 단 하나의 파이프라인만 상용화에 성공한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후보물질 개발부터 임상 시험·허가·생산·판매까지 최소 10년의 기간은 물론 수천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잘 만든 글로벌 신약 하나는 수십조원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의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휴미라’는 2016년 18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세계 최대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휴미라 한 제품의 연매출이 국내 전체 제약 시장 규모(약 21조원)와 맞먹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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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약 산업은 올해로 121주년을 맞았다. 국내에서는 1999년 ‘1호 신약’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29개의 신약이 탄생했다. 국산 신약의 상징성은 막강하다. 국내 전체 제약·바이오 기업 1300여 곳 중 신약을 보유한 곳이 단 20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을 신약 개발에 쏟아붓는 이유다.

보건 산업 세계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1조9000억 달러(약 2000조원)다. 자동차 산업(6000억 달러·약 654조원)이나 반도체 산업(4000억달러·약 436조원)보다 크다. 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자동차 100만 대를 수출하는 효과와 맞먹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가 배출한 첫 신약은 1999년 7월 허가된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다. 2001년 5월 대웅제약의 당뇨성 족부 궤양 치료제 ‘이지에프’가 2호 신약으로 기록된 이후 지난해까지 총 29개의 신약이 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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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부진으로 시장에서 자취 감추기도

국내 제약 기업이 개발한 신약 가운데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블록버스터’로 등극한 제품도 있다. 2010년 9월 신약 허가를 받은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가 주인공이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단일 품목의 연간 매출이 100억원을 넘으면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분류한다.

보령제약에 따르면 카나브는 지난해 38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290억원)’,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놀텍(230억원)’, 종근당의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171억원)’, 대원제약의 골관절염 치료제 ‘펠루비(146억원)’도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매출 부진 등으로 시장에서 사라진 제품도 있다.

SK케미칼의 선플라는 ‘국산 신약 1호’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제품 출시 이후 지속된 판매 부진으로 2009년 생산이 중단됐다.

동화약품의 ‘밀리칸’은 국산 신약 3호(2001년 7월 허가)이자 방사성 간암 치료제라는 특수한 개발 사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실제 적용 범위가 좁아지면서 시장성을 상실했고 동화약품은 2015년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CJ헬스케어의 농구균 예방 백신 ‘슈도박신’은 2003년 5월 임상 3상 전, 조건부로 식약처의 품목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임상 3상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고 2010년 품목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JW중외제약의 발기부전 치료제 ‘제피드(2011년 8월 허가)’는 동아에스티의 ‘자이데나’와 함께 오리지널 발기부전 치료제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화이자 ‘비아그라’와 릴리 ‘시알리스’의 특허 보호 기간 종료로 수많은 복제약이 쏟아지면서 판매 부진에 시달리다 지난해 7월 생산이 중단됐다.

◆항암제 임상 건수 251건으로 최다

신약 개발은 보통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동물시험), 임상 1상, 임상 2상, 임상 3상 등의 과정을 거친다. 임상 3상 이후 신약 허가 심사와 시판 승인을 거쳐 제품으로 최종 출시된다.

임상 3상은 유효성 확증 및 입증, 안전성 자료 확립, 용량과 반응에 대한 관계 확립 등을 목적으로 하는 치료적 확증 임상 시험으로, 주로 품목 허가 신청 시 안전성·유효성 입증 근거가 되는 핵심 임상 시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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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실험을 하고 있다. /서범세 기자

신약 개발 등과 관련한 국내 임상 시험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식약처는 지난해 총 658건의 국내 임상 시험 계획을 승인했다. 이는 전년의 628건 대비 4.8%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의약품 개발 등을 목적으로 하는 ‘제약사 임상 시험’이 476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연구자가 기존에 허가받은 의약품 등을 활용해 새로운 효능이나 용법·용량 등을 탐색하는 ‘연구자 임상 시험’은 182건이었다.

지난해 실시된 임상 시험을 효능군별로 살펴보면 항암제가 251건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심혈관계(61건)·중추신경계(54건)·내분비계(45건)·소화기계(41건) 등의 순이다.

항암제 중에선 특정 표적 인자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표적 항암제가 114건(45.4%)으로 가장 많았다. 기존 화학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다양한 암에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면역 항암제는 89건(35.5%)으로 뒤를 이었다.

부문별로는 합성의약품이 422건(64.1%)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바이오 의약품 213건(32.4%), 생약(한약) 제제 23건(3.5%)의 순이었다.

바이오 의약품은 화학적 합성 방식이 아닌 생물체나 그 유래 물질을 이용하거나 유전자 재조합 기술 등 생물공학을 응용해 제조한 의약품을 통칭한다. 생물학적 제제, 유전자 재조합 의약품, 세포 치료제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등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은 총 1006개다. 한국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국내에 본사를 둔 제약사·기업·연구소·대학 등의 개발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을 분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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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 임상 3상 파이프라인 최다 보유

임상 단계별로는 전임상 단계가 356개로 가장 많았고 파이프라인 도출 단계와 임상 1상이 각각 264개, 158개로 뒤를 이었다. 임상 2상 단계인 파이프라인은 105개, 임상 3상은 98개였다.

제약사별 파이프라인 보유 개수는 대웅제약이 42개로 가장 많았다. 종근당(33개)과 한미약품(31개)이 그 뒤를 이었고 유한양행·SK케미칼(각 23개), LG화학(19개), 제일약품·CJ헬스케어(각 18개), ABL바이오·영진약품(16개) 등의 순이었다.

임상 3상과 허가 예비 등록 단계 파이프라인 기준으로는 종근당이 12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CJ헬스케어(6개)와 유한양행·한미약품·SK케미칼(각 5개) 등의 순이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6년을 기준으로 R&D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곳은 셀트리온(2640억원)이었다. 이어 한미약품(1626억원)·GC녹십자(1170억원)·대웅제약(1165억원)·종근당(1022억원)·유한양행(865억원)·동아에스티(726억원) 등의 순이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셀트리온(39.4%)·한미약품(18.4%)·대웅제약(13.2%)·동아에스티(13.0%)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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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윤석표 팀장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R&D 관련 트렌드는 크게 ‘약제의 다양화’와 ‘질병의 세분화’를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신약 개발은 합성의약품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생명과학의 발전과 함께 단백질 및 항체 의약품 등 바이오 의약품이 주류에 편입했다. 또한 유전자 치료제, 세포 치료제 등 더욱 다양한 치료 기술이 개발되는 추세다.

특히 같은 질병일지라도 환자마다 그 원인과 특성이 다른 만큼 치료법이나 치료제도 세분화하는 추세다. 이러한 접근은 항암제나 희귀 질환을 넘어 당뇨병 등 일반 질병에도 적용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두 개 이상의 치료제 혹은 치료법을 병행해 기존의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는 새로운 적응증을 찾아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전자 가위, 마이크로 바이옴, 역분화 줄기세포, 프로탁(PROTAC) 등 혁신적인 신기술이 신약 개발에도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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