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궁극의 친환경' 현대차 넥쏘의 질주]
-울산 옥동 충전소 가보니…전문 기업 활성화 필요
첫발 뗀 수소 충전소 보급 ‘갈 길 멀다’
[울산=이명지 한경비즈니스 기자] 울산은 수소 산업이 활성화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다. 우선 석유화학단지와 공단 등 대규모 공업단지에서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수소가 많아 운반이 용이하다. 수소전기차 생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현대차의 공장도 들어서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시 차원에서 수소전기차용 충전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울산의 수소 충전소는 총 5곳으로 늘어난다. 선진국에 비해선 아직 모자라지만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단연 눈에 띄는 수준이다.
첫발 뗀 수소 충전소 보급 ‘갈 길 멀다’
◆충전소 찾는 수소전기차 ‘하루에 10대’

울산역을 지나 남부순환도로를 타고 약 25분을 달리다 보면 ‘LPG·수소 복합 충전소’라는 간판을 볼 수 있다. 이곳은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수소 충전소 중 유일하게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울산 옥동 LPG복합충전소’다.

2018년 4월 현재 울산에서 운영 중인 수소 충전소는 울산시 남구 매암동에 자리한 덕양 충전소와 옥동에 있는 옥동 LPG 충전소 두 곳이 있다. 이 중 2017년 10월 문을 연 옥동 LPG 충전소는 액화석유가스(LPG)와 수소 충전 기능을 갖춘 국내 최초의 ‘복합 충전소’다.

울산 시내에서 약 8km 떨어져 있는 이 충전소는 최근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차의 넥쏘가 출시 전부터 인기를 끌면서 충전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옥동 LPG복합충전소의 김재용 대리는 “요즘 들어 수소전기차 충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관이나 업체에서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옥동 충전소를 오가는 수소전기차는 하루 평균 10대 내외다. 충전소를 방문한 4월 11일에는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다섯 대의 차량이 충전소를 찾았다. 옥동 충전소는 하루 12시간 기준 50대를 충전할 수 있다. 차압식 충전 방식으로 충전 시간도 대당 5분 이내에서 3분 이내로 상당히 짧다.

현재 울산 시내를 달리고 있는 수소전기차는 39대다. 이 중 수소택시는 덕양 충전소를, 민간 차량과 울산과학대·울산시청·울산테크노밸리 등에서 이용하는 관용 차량은 옥동 충전소를 이용하고 있다.

옥동 충전소가 수소 충전 기능을 갖추게 된 것은 넓은 부지 때문이다. 수소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수소 트레일러를 둘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옥동 충전소의 부지 면적은 3166㎡다. 수소 트레일러를 두기 위해서는 230㎡의 여유 면적이 필요했다.

울산시는 입지 조건을 고려해 여러 주유소를 물색하던 중 옥동 충전소가 적합하다고 판단해 먼저 연락했다. 김 대리는 “애초에는 유휴 공간에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을 낼까 고민도 했었다”고 말했다. 남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하던 차에 수소 충전소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시로부터 먼저 왔다. 충전소 측은 친환경적인 수소전기차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수소 충전소가 수소를 가져오는 방식에는 온사이트(on-site : 현지 생산방식)와 오프사이트(off-site : 중앙 공급 방식)가 있다. 온사이트는 수소 충전소에서 직접 천연가스나 LPG를 개질하거나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해 이용한다. 이송비용이 들지 않지만 초기 수소 충전소 설치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단점이 있다.

오프사이트는 일정 지역에서 대량생산한 수소를 파이프라인이나 튜브 트레일러를 통해 충전소로 가져온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문을 열었던 24곳의 수소 충전소 중 8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오프사이트 방식으로 수소를 확보했다.

옥동 충전소도 마찬가지다. 수소 충전기 뒤에 빨간색 트레일러를 실고 있는 큰 트럭이 놓여 있었다. 이는 인근 울산 공업단지에서 발생한 부생수소다. 이 트레일러는 한 번에 150kg의 수소를 싣고 오는데, 현재는 1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수소를 가지고 온다. 김 대리는 “넥쏘 공급이 활성화되거나 울산시에 수소 버스가 늘어나면 3일에 한번 씩 트레일러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첫발 뗀 수소 충전소 보급 ‘갈 길 멀다’
◆지원 받아도 큰 부담인 ‘운영비’

옥동 충전소에서는 kg당 5500원에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타 지역이 7000원, 독일이나 일본이 약 1만원대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이 가격은 옥동 충전소가 정한 것은 아니다.

김 대리는 “울산시가 시내에 있는 충전소는 모두 5500원이라는 같은 가격을 정해 줬다”고 설명했다. 이는 향후 문을 열 충전소에도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타 지역보다 충전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줌과 동시에 울산에 있는 충전소들끼리의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이라는 취지도 좋지만 자영업자가 수소 충전소를 운영해 수익을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에 대한 답변을 먼저 하자면 지금으로서는 수익 확보를 기대할 수 없다. 김 대리도 “2020년은 지나야 (수소전기차 충전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현재 울산 시내를 달리고 있는 수소전기차는 총 39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4월 11일 오후 다섯 시 반부터 여섯시 반까지 한 시간 동안 울산역 앞 택시 승강장을 오간 100여 대의 택시 중 수소전기차는 단 한 대뿐이었다. 울산 시내에서 만난 한 택시 운전사는 “시에서는 수소 택시를 보급한다고는 하는데 지금은 동아운수에서 운영하는 10대가 전부”라고 말했다.

옥동 충전소는 설립 당시 환경부로부터 15억원, 울산시로부터 15억원을 지원받았다. 또 인건비·유지비를 비롯해 연간 1억원의 운영비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운영비는 2019년까지만 주어진다. 자영업자에게 연간 1억원이 넘는 운영비는 큰 부담이다. 그중에서도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높다. 최저임금까지 오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김 대리는 “만약 수소 충전소를 단독으로 운영한다면 ‘안전관리자’ 한 명과 이와 교대할 인력이 필요해 총 두 명은 무조건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발 위험이 있는 수소 충전소를 운영하기 위해선 별도의 교육을 이수한 안전 관리자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옥동 충전소는 기존 인력들을 활용할 수 있었다. 김 대리는 옥동 충전소의 안전관리자로 별도의 교육을 이수했다. 하지만 수소전기차 보급이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건비 지출을 무릅쓰고 민간 사업자가 수소 충전 시장에 진출하기에는 큰 각오가 필요해 보였다.
첫발 뗀 수소 충전소 보급 ‘갈 길 멀다’
◆충전소 자발적 성장, “2028년은 돼야”

2018년 기준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수소 충전소는 총 19곳(운영하지 않는 5곳 포함)이다. 이 중 민간에게 개방된 곳은 7곳이다. 이마저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내에는 전무하다. 최근에서야 현대차가 넥쏘의 시판을 앞두고 양재 그린에너지스테이션을 일반인에게도 문을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소전기차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충전소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지만 ‘설립’과 ‘유지’ 모두 쉽지 않다. 수소 충전소를 조성하기 위해선 20억원 정도의 설비비, 5억~6억원의 건축물 및 부지 확보 비용이 필요하다. 여기에 인건비·전기료·유지관리비 등 총 운영비로 연 2억원이 소요된다.

권성욱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실장은 “수소전기차 보급이 성숙기에 들어설 때까지 수소 충전소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외부의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까지 국내에 전기차 35만 대, 수소전기차 1만5000대를 보급한다는 로드맵을 그렸다. 업계는 이 로드맵이 순차적으로 실현된다는 가정하에 2027년에서 2028년은 돼야 수소 충전 시장의 자발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 지원의 주체는 정부와 기업으로 나뉜다. 앞서 찾은 울산은 지방자치단체가 비교적 효율적으로 수소 충전소를 구축하고 있는 ‘모범 사례’다. 하지만 지자체는 수소 충전소 전문 기관이 아니다. 자연스레 시행착오가 생길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지자체에 또 다른 부담이 된다. ‘지속 가능한 모델’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수소 충전소를 구축하는 전문 기업(SPC)의 설립을 주장한다. 권 실장은 “SPC가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보급을 대행하면 민관 협력은 물론 전문성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사례를 보자. 현재 50여 개의 충전소를 구축한 독일은 다임러·쉘 등 6개 기업이 참여한 SPC를 앞세워 충전소 보급에 나서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독일은 2030년까지 수소 충전소를 400개로 늘린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권 실장은 “민간 기업의 연합체인 SPC를 정부가 협력 파트너로 공식 인정하고 이들이 보급 사업을 대행할 수 있도록 현행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 충전소의 수익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안도 고민거리다. 울산시가 4월 5일 주최한 ‘수소전기차 보급 및 충전소 활성 방안’에서는 수소 충전 가격을 현재의 kg당 5500원보다 훨씬 높은 1만원으로 가정하더라도 충전소가 적자 운영을 면하기 위해서는 충전소당 345대의 차량이 고정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현재 울산시를 오가는 수소전기차가 39대인 것을 감안하면 수요는 턱없이 모자란다. 울산시가 내년까지 수소전기차 800대, 충전소 8기를 보급한다고 가정해도 2019년도 수소 충전 가격이 1만7000원은 돼야 충전소 운영비를 보전할 수 있다.

이는 옥동 충전소와 같은 ‘복합 충전소’의 확대로 해결할 수 있다. 한국수소산업협회는 수소 충전소를 단독 시설로 운영한다면 연간 2억2670만원이 필요하지만 LPG·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와 함께 운영하면 인건비 지출이 감소해 1억2660만원으로 운영비가 절반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울산과 창원에 문을 열 다섯 곳의 충전소 중 3곳이 복합 형태다.

한 걸음 더 진화한 형태도 나온다. 올해 6월 울산 북구 연암동에 문을 열 수소 충전소는 ‘국내 1호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이다. 이곳에서는 휘발유·경유·LPG는 물론 수소와 전기까지 모두 충전할 수 있다.

효과적인 수소 운송책도 필요하다.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로 대규모 산업단지에서 생산되는데 운송비용이 상당이 높다. 산업단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심에서는 수소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도시 주변에서는 천연가스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소 생산 시설이 들어서야 한다. 수소의 수요가 충분하다면 운송비용을 낮출 수 있어 수소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수소 트레일러도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수소 충전소는 회당 180kg의 수소를 운송할 수 있는 산업용 튜브 트레일러를 통해 수소를 공급받는다. 이는 미관상 보기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운송 효율성도 떨어진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회당 1톤의 수소를 운반할 수 있는 초대형 튜브 트레일러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성행하고 있는 ‘모듈형 수소 충전소’는 좋은 모범 사례다. 국내에서도 평창 올림픽 기간 내 강릉에서 모듈형 수소 충전소가 일시적으로 운영됐다. 권성욱 실장은 “모듈형 수소 충전소는 컨테이너 박스 안에 모든 설비가 들어가 있어 부지도 적게 차지하고 설비도 표준화가 가능하다”며 한 번에 편의성과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배우는 수소 인프라 구축

2020년 도쿄 올림픽 전까지 ‘수소 강국’ 만든다

수소전기차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본은 수소 충전소 확대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 로드맵’을 가속화해 왔고 그에 대한 대책으로 수소에 주목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도요타의 차세대 수소전기차 모델 ‘미라이’가 공개되는데 이 시기 전까지 수소전기차 인프라를 닦아 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본은 2014년 발표한 ‘수소연료전지 로드맵’을 통해 수소 충전소를 2020년까지 160개, 2030년까지 900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일본에서는 79개의 충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충전소를 설치할 때는 규모와 공급 방식에 따라 보조금이 책정된다. 보조금의 비율은 50%로 최대 29억원까지 지원 받을 수 있다.

수소 충전소 확대를 위해 기업들도 뭉쳤다. 자동차·인프라 분야 대기업 11곳이 ‘일본 수소 스테이션 네트워크 합동회사(JHyM)’를 설립했다. 이 회사에는 도요타·닛산자동차·혼다기연공업·도쿄가스·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이 참여했다.

2021년까지 4년간 80개의 수소 스테이션을 우선 정비한다. 정부와 기업이 활발히 수소 충전소 구축에 참여함으로써 한국보다 훨씬 앞서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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