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기적을 만드는 최강의 혁신팀27] 이마트 피코크개발팀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잘 키운 혁신 조직은 ‘기적’을 만든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매출 하락을 반전시키는 역전극을 연출하고 불가능한 영역에 뛰어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낸다. 이들은 곤경과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강한 팀워크와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기업을 변화시키는 최강의 혁신팀 27곳을 소개한다.

‘피코크’는 당초 1970~1980년대 신세계백화점이 판매하던 자체 브랜드(PB) 의류 상품이었다. 신세계의 과거 로고가 공작새였고 이를 뜻하는 피코크를 PB 브랜드로 활용했다. 하지만 해당 브랜드는 2000년대 초반 사라졌다.

이마트는 2013년 피코크를 자체 가정간편식(HMR)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 이마트 브랜드 관리팀은 피코크를 대한민국 대표 HMR 브랜드로 새롭게 육성한다는 목표로 론칭 작업에 착수했다.

이마트는 기존 냉장·냉동 HMR PB 제품의 매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새 브랜드의 맛과 디자인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한 끼 때우는 용도로 인식되던 HMR을 제대로 된 식사로 업그레이드한다는 목표로 조선호텔 등 특급 호텔 셰프 6명을 채용했다.

이마트는 패키지 디자인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맛과 함께 디자인이 소비자의 중요한 선택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문 디자이너 중심으로 팀을 꾸리는 등 제품 디자인의 차별화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피코크는 출시 첫해인 2013년 상품 수 200여 종에 연매출 34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상품 수 1000여 종, 연매출 24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대표 상품은 ‘피코크 새우볶음밥’과 ‘피코크 육개장’ 등이다. ‘피코크 티라미수 케이크’는 연간 약 100만 개 정도 팔려 나가는 베스트셀러 상품이다.

이상진 이마트 피코크개발팀 부장은 “조선호텔·신세계푸드 등 관계사는 물론 홍대 초마짬뽕 등 전국 유명 맛집과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한 레시피와 디자인의 제품들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 베터’…경쟁자보다 한 발짝 더 나가라
[이마트 피코크개발팀]전국 맛집 찾아다니며 ‘십고초려’...상품수만 1000개
(사진) 유영은(왼쪽부터) 바이어, 이상진 피코크개발팀 부장, 정민우 바이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범세 기자

이마트 피코크개발팀이 제품 출시 전 가장 고려하는 부분은 맛이다. 가성비가 아무리 뛰어나고 세상에 없는 유니크한 제품이라고 할지라도 내·외부 맛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제품은 출시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제품을 개발한다.

타사 상품 대비 특별한 가치를 한 가지씩 더 담은 ‘원 베터(One better)’ 아이템 발굴도 피코크개발팀이 추구하는 부분이다. 일반 고추냉이가 아닌 생고추냉이, 오리진을 강조한 펑리수와 포하노이, 특별한 스토리를 담은 ‘서울스낵’ 등이 대표적 예다.

이 부장은 “상품 개발 아이템이 선정되면 맛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피코크의 철학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제조사를 찾아 나선다”며 “신세계그룹 협력 업체 중 특정 상품 제조 등에 강점이 있고 위생 설비 등을 잘 갖춘 기업을 제조사로 최종 선정한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전폭적 지원도 피코크가 유명세를 타는 데 기여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로 출시되는 노브랜드와 피코크 상품을 올리는 등 다양한 고객 제안을 펼치고 있다. 점심 약속이 없을 때는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의 피코크 비밀연구소에서 새로 나온 제품으로 점심을 해결하기도 한다. 신상품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해 레시피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등 피코크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가 피코크 출시 이후 특히 공을 들이는 분야는 맛집 컬래버레이션 제품이다. 개발팀은 최고의 맛을 찾아 전국 팔도 맛집을 찾아 나선다. 직접 맛을 본 뒤 제품화가 가능하고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맛집과의 협업 논의를 위해 주인을 만나야 하지만 문전박대가 다반사다. 각 지역의 맛집 사장들을 설득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넘어 ‘십고초려’도 불사한다.

이 부장은 “지난해 전국 10곳의 맛집을 선정해 평균 5번 이상씩 찾아갔지만 설득에 성공한 가게는 단 한 곳뿐이었다”며 “맛집으로부터 전달 받은 레시피를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정형화하는 작업에만 2~3개월이 소요되고 생산된 제품에 대한 맛집 사장의 최종 승인을 거쳐야만 정식 출시할 수 있을 정도로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피코크 덕에 제대로 유명세를 타게 된 식당도 있다. 서울 광장시장에 있는 ‘순희네 빈대떡’이 주인공이다. 본래 광장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빈대떡집은 따로 있었다. 이곳 사장은 이마트의 설득에도 장사가 이미 잘되고 있다며 협업을 거절했다.

이마트는 결국 순희네 빈대떡과 협업해 피코크를 론칭하던 해에 제품을 출시했다. 반죽 형태로 집에서 바로 부쳐 먹을 수 있는 제품과 냉동 피자처럼 반가공된 형태로 각각 출시된 ‘피코크 순희네 빈대떡’은 지난해에만 약 11만 개가 팔려 나갔다.

이 부장은 “피코크 제품 출시 이후 순희네 빈대떡은 광장시장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빈대떡집이 됐다”며 “이마트와 계약해 받는 로열티보다 피코크 브랜드를 통해 얻게 된 유명세의 혜택이 더 크다는 사장의 말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식 ‘청진옥 해장국’ 6월 출시

피코크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수출길에 오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9월부터 홍콩 웰컴의 슈퍼마켓 50여 곳에서 피코크를 판매 중이다. 피코크 순두부찌개, 묵은지 김치찌개, 삼계탕, 순희네 빈대떡, 낙지볶음밥 등 107개 한식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 홍콩 수출액 4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마트 미국법인(Emart America, Inc)은 현지 간편식 생산 기지에서 주문자 생산방식으로 제작한 ‘이마트 PK(현지 제품명)’ 5종을 뉴욕·애틀랜타·시카고 등 미국 중부와 동서부 지역 슈퍼마켓 1000여 곳에서 판매 중이다.

이마트는 육류 성분이 함유된 식품의 미국 수출이 까다로운 점과 장거리 이동에 따른 물류비 등의 문제를 감안해 현지 국·탕 제조 전문 공장에서 주문자 생산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8월 ‘피코크 한반 곤드레 된장 국밥’과 ‘피코크 한반 고사리 육개장 국밥’을 선보이며 상온 가정간편식 시장에도 진출했다.

상온 간편식은 멸균 처리 과정(레토르트)에서 냉동·냉장 상품에 비해 맛이 떨어지지만 최근 들어 상온 HMR의 맛을 구현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시장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상온 HMR은 냉장·냉동 간편식보다 보관과 휴대가 쉽고 수출에도 유리하다.

이마트는 상온 HMR 상품 종류를 늘려 수출 규모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부장은 “1937년 개업 이후 3대에 걸쳐 맑게 끓인 서울식 해장국으로 유명한 청진옥과 협업해 이르면 6월 ‘피코크 청진옥 해장국’을 선보이고 9~10월께 피코크 전문점을 오픈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피코크 브랜드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커버스토리=기적을 만드는 최강의 혁신팀 27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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