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000만 명을 움직이는 나' 인플루언서 시대] -PPL에서 브랜디드 콘텐츠, 라이선싱까지…충성 팬으로 ‘눈덩이 효과’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 이 콜롬비아나 오리지널 블랙커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100% 콜롬비아산 아라비아 원두를…(중략) 콜롬비아에 사는 36세 지오반니 프랑크 가르시아도 한 모금만 마시면 아싸라비야 다비드비야 닭다리 먹고 삐약삐약…해버릴 정도의 깊은 맛을 내고 있는 부~분."
달라진 마케팅 법칙…“인플루언서를 잡아라”
지난해 11월 30일 유튜브에 올라온 이 커피 광고 영상은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유명한 1인 크리에이터 ‘장삐쭈’가 동서식품의 커피 브랜드 콜롬비아나와 협업한 사례다.

이 영상은 직장인들이 공감할 만한 상황들을 10대들의 언어(이른바 ‘급식체’)로 재치 있게 담아내며 조회 수 510만 건을 돌파하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누리꾼들이 상업적 광고를 즐기고 확산할 수 있도록 이끈 것은 유명 연예인도, 유명 광고 모델도 아닌 소셜 미디어 시대를 이끄는 일반인 ‘인플루언서(influencer)’였다.

달라진 마케팅 법칙…“인플루언서를 잡아라”

◆브랜딩 넘어 커머스 광고로

마케팅의 주어가 달라지고 있다. 인플루언서가 만들어 내는 콘텐츠가 자신들의 브랜딩을 넘어 상업적 광고효과를 발휘하면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광고 회사와 각종 브랜드 회사들이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다.

인플루언서는 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에서 유난히 큰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끼치는 개인을 말한다.

1인 미디어·크리에이터·BJ·블로거들이 1인 방송 등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창작자라면 인플루언서는 이 창작자들이 유명해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개인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팔로워 수에 따라 인플루언서 유형을 구분할 수 있지만 블로거에 ‘파워’가 붙거나 BJ나 크리에이터 중 ‘인기’, ‘유명’ 등이 따라붙는다면 인플루언서라고 봐도 무방하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간접광고(PPL)다. 콘텐츠 내에서 상품을 소품으로 활용하거나 적절히 배치해 상품을 노출시킴으로써 홍보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먹방 인플루언서 ‘밴쯔’가 지난해 12월 게시한 농심의 신제품 리뷰 영상은 올린 지 3시간 만에 조회 수 1만 건을 넘었고 5월 현재 36만 건을 돌파했다. 그는 제품명과 가격 등을 공개하며 13분에 걸쳐 농심의 신제품을 설명한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모바일에서는 콘텐츠에 대한 광고 규제가 적기 때문에 형식·소재·표현·언어 사용 또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인플루언서 콘텐츠에 대한 간접광고가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PPL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기업과 크리에이터가 협업해 만들어지는 콘텐츠형 광고인 ‘브랜디드 콘텐츠’도 인기다.

뷰티 인플루언서 ‘포니’의 구독자 수는 총 380만 명에 육박한다. 그가 화장품 업체인 미미박스와 협업해 선보인 화장품 브랜드 ‘샤인이지글램’은 출시 40분 만에 2만5000개가 매진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구독자가 145만 명에 달하는 뷰티 인플루언서 ‘씬님’ 역시 지난해 뷰티 업체인 글로시데이즈와 협업해 선보인 파우치 세트가 하루 만에 3000개가 판매됐다.

◆시청자 34%, 광고 제품 구매

제품 기획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업과 크리에이터가 함께 참여해 제품 출시와 방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라이선싱형 마케팅 사례도 있다.

인플루언서들의 소속사인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지난해 자사 소속 인플루언서들인 도티·잠뜰·태경 등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모바일 게임 ‘샌드박스런’을 제작했다. 이 게임은 출시 1주일 만에 구글 플레이 스토어 게임 순위 3위를 차지하며 톱10에 안착했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수많은 소비자를 충성 고객으로 두고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이 충성 고객들은 특정 인플루언서의 새로운 콘텐츠가 올라올 때마다 알림을 받고 그 콘텐츠를 소비한다. 이 때문에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이미 보유한 팔로워 수를 통해 단기간 내에 큰 규모의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2017년 9월 인터넷 이용자 55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인플루언서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시청한 339명 중 115명(34%)이 실제 브랜디드 콘텐츠에 등장한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의 연령대는 10대와 20대 젊은 층의 비율이 60%에 육박했다. 최세정 교수는 “인플루언서가 제작한 브랜디드 콘텐츠를 경험한 시청자들은 브랜디드 콘텐츠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인식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설문 응답자들은 일반 광고에 비해 브랜디드 콘텐츠가 정보적·오락적 가치가 더 높고 더 많이 공감이 간다고 평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 교수는 “이들은 인플루언서를 매력적으로 인지하고 그와의 의사 관계가 돈독하다고 느낄수록 브랜디드 콘텐츠에 등장한 브랜드에 대해 호감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효과가 확실시되면서 최근에는 인플루언서와 대기업 간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올 초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반도의 흔한 애견샵 알바생’과 함께 제작한 세제 광고는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며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

이 밖에 삼성·롯데·SK·신세계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뷰티와 먹방, 게임을 넘어 각종 생활용품·가전·전자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기회를 늘리고 있다.
달라진 마케팅 법칙…“인플루언서를 잡아라”

◆“100억 달러 규모 도달할 것”

전문가들은 앞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현진 유튜브 파트너십 수석부장은 “인플루언서들은 자신만의 끼와 재능을 살려 팬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친밀한 매력을 바탕으로 깊은 신뢰도와 강력한 팬덤(영향력)을 구축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이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단순 콘텐츠 제작을 넘어 광고·출판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혀 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형 마케팅 업체인 미디어킥스는 지난해 미국 내 광고주들이 인스타그램에서만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약 10억700만 달러(약 1조840억원)를 지출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2018년과 2019년 인스타그램 내에서 16억 달러, 24억 달러로 늘릴 계획일 정도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약 2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최근 확대되는 마케팅 수요에 힘입어 인플루언서 글로벌 마케팅 시장 규모는 앞으로 3년간 최대 400% 급성장해 2020년 100억 달러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적 흐름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디지털 광고 전문 업체인 DMC미디어는 2018년 디지털 마케터가 주목해야 할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꼽았다.

이 보고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사람 대 사람 간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인지도가 높고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잠재 고객과 상호작용을 통해 브랜드를 홍보하면 굴리면 굴릴수록 커지는 눈덩이 효과처럼 해당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 확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양대 산맥,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은 어디에서 주로 활동할까. 또 어떻게 돈을 벌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펴낸 ‘MCN 브랜디드 콘텐츠의 광고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외 인플루언서 마케팅 채널의 양대 산맥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다.

구글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서비스 플랫폼의 선봉장이다. 16억 명의 월 이용자를 보유한 유튜브는 2007년 5월 유튜브 광고 시스템을 기반으로 ‘유튜브 파트너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광고 수익을 크리에이터들과 공유하기로 한 것이다. 광고 수익은 대략 45(유튜브) 대 55(크리에이터)의 비율로 알려졌다.

유튜브 파트너스 프로그램에 따라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콘텐츠에 붙은 광고의 노출 수와 클릭 수를 알 수 있고 이를 근거로 유튜브에서 수익을 배분받는다.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에 수익을 의존하지만 일부 소수 상위 크리에이터, 즉 인플루언서를 제외하면 일반 크리에이터들은 광고만으로는 그리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없다.

페이스북의 사진 공유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은 현재 인플루언서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소셜 네트워크 중 하나다.

처음에는 사진으로 시작했지만 최근 짧은 동영상 서비스를 더하면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인플루언서들이 자신들의 팬과 소비자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공간으로 성장했다.

특히 ‘#’으로 연결되는 해시태그를 통해 유입과 접근이 쉬워 수많은 인플루언서를 양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육아 #반려동물 #IT’ 등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키워드에서 ‘메가 인플루언서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제품 홍보를 대가로 돈을 지불받는 스폰서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자신만의 제품을 직접 기획하거나 제작해 판매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역시 이를 광고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5년 9월 타깃 기능 등을 포함한 다양한 광고 서비스를 국내 광고주에게 선보이며 기업들의 인스타그램 사용을 적극 도모하고 있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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