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71호 (2018년 05월 09일)

"엉뚱한 과학 실험에 10대 열광...월수입 2만원이 억대로"

[커버스토리: '1000만 명을 움직이는 나' 인플루언서 시대] 
-‘키즈 크리에이터’ 허팝...누적 조회수 14억5000만 건, ‘뽀통령’ 넘어서



[한경비즈니스= 김영은 기자]노란 티셔츠를 입은 청년이 튜브 수영장에 초록색 슬라임 가루를 가득 풀어 넣는다. 수영장 물이 끈적끈적한 ‘액체 괴물’로 변하자 청년이 휘적휘적 헤엄친다. 청년이 웃고 떠들고 미끄러지며 끝나는 이 영상의 조회 수는 무려 2680만 회. 영상 속 주인공은 허팝(30·본명 허재원)이다. 

그는 동영상 포털 사이트 유튜브에서 ‘허팝’이라는 이름으로 채널을 운영하며 매일 영상을 제작해 올린다. 영상은 주로 ‘엄마가 보면 등짝 맞을’법한 내용이다. 

◆삼성전자·다이슨 등 글로벌 기업 ‘러브콜’

‘구독자 수 192만 명, 누적 조회 수 14억5000만.’ 유튜브 크리에이터 허팝을 나타내는 숫자다. 어른들이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허팝의 영상에 10대들은 열광한다. 20대 중반이 넘도록 제대로 된 직장이 없던 그가 어떻게 국내 최고 키즈 크리에이터가 됐을까. 

허팝의 첫 직업은 택배 운전사 ‘쿠팡맨’이었다. 쿠팡맨으로 딱 2년만 돈을 벌고 해외로 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학창 시절 흥미와 소질이 있던 과학 실험 분야의 적성을 살리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자기가 원하는 자신만의 캐릭터가 있잖아요. 저는 어릴 때 호기심 많고 상상을 즐겨했고 과학을 특히 좋아했어요. 어쩌다 보니 문과에 예대를 졸업했지만 나중에 손자한테 스마트폰을 보여주면서 할아버지가 돈을 많이 벌지 못했어도 인생 이렇게 재밌게 살았다는 걸 말해줄 수 있는 어른으로 늙고 싶었어요.” 

그가 유튜브를 시작하던 2014년에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없었다. 한국에서 유튜브의 인기가 높지 않아 첫 영상은 어눌한 영어로 올렸다. 처음 몇 달 동안은 조회 수가 3회 이상을 넘지 않았다. 그래도 매일 영상을 찍어 올렸다. 허팝이 올린 영상을 보고 CJ E&M에서 손을 내밀었다. 

허팝이 크리에이터로 벌어들인 첫 달 수입은 2만원이었다. “처음에 부모님께 CJ에 취직했다고 거짓말했어요. 부모님이 막내가 드디어 정신 차렸다며 양복을 사 입으라고 돈을 주셨는데 그 돈을 모두 영상 제작에 썼죠.” 

2만원으로 시작한 그의 현재 한 달 수입은 대기업 연봉 수준이다. 광고나 행사가 많을 때는 한 달 수입이 억대까지도 오른다.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단가도 크리에이터 중 최고급에 속한다.

삼성전자·해태제과·굽네치킨 등 국내 기업부터 다이슨 같은 글로벌 기업까지 허팝에게 손을 내밀었다. 허팝이 다이슨 헤어드라이어를 구매해 올린 영상을  홍콩에 있던 다이슨 아시아지사 대표가 직접 보고 청소기 광고를 의뢰해 왔다.  

그는 이제 기업 광고도 유튜브 맞춤 콘텐츠를 원한다고 말했다. “2년 전만 해도 제 소속사에서 광고를 넣으려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당시에는 유튜브를 통한 콘텐츠 광고가 생소하다 보니 광고 느낌이 많이 나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는데 요새는 광고인지 모를 자연스러운 콘텐츠를 원해요.”

회사 로고를 빼달라는 요청이나 회사 이름을 너무 많이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요청도 많다. 그는 이제 광고주들도 유튜브 플랫폼과 시청자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터들도 너무 노골적인 광고를 하면 시청자들이 떠날 걸 알기 때문에 광고 영상을 찍더라도 광고비를 콘텐츠 제작에 투자해 더 좋은 퀄리티의 영상을 만들려고 하죠.” 


(사진) 김기남 기자 

◆1인 미디어는 여전히 블루오션

허팝은 유튜브 콘텐츠 수익과 광고 수익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행사 수익, 캐릭터 굿즈 수익, 책 판권 수익까지 수익 모델이 다양하다. 그의 영상이 과학 교육 콘텐츠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는 한국과학우주청소년단 홍보 대사도 맡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학 시간 때 선생님들이 제 영상을 틀어준다고 하더라고요. 규모가 클 뿐이지 교과과정에 있는 실험이거든요. 선생님들이 수업 전 제 영상으로 흥미를 유발한 후 실험을 시작한다고 해요.”

허팝이 주인공인 과학 만화도 출판됐다. 허팝의 캐릭터를 활용해 허팝의 동영상에 숨어 있는 과학 원리를 초등학교 교과에 맞춰 풀어냈다. 그가 ‘뽀로로를 능가하는 초통령’으로 불리는 이유다.  

영상 기획 아이디어는 70% 이상이 시청자 의견이다. 시청자와 댓글을 통해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만큼 시청자의 요청이나 기획력이 적극 반영된다.

“시청자들과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다 보니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바로 알 수 있어요. 실제로 시청자 피드백대로 영상을 만들면 잘 나오기도 하고요. 하지만 즉각적으로 소통하고 주 시청 층이 10대인 만큼 욕설이나 비속어, 위험한 실험은 절대 하지 않아요. 제가 겁이 많기도 하고요.(웃음)”

앞으로는 영상미와 콘텐츠 전문성을 더욱 키워 나갈 예정이다. 다양한 콘텐츠를 접한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졌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유튜버들도 경쟁 상대가 됐다. 스타 크리에이터들의 수익이 알려지면서 1인 미디어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허팝은 1인 미디어가 여전히 블루오션이라고 말한다.

“1인 미디어 혹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큰 숲을 봤을 때 저는 꽤 성장한 나무잖아요. 정작 큰 숲을 내려다보면 아직 나무를 심어야 하는 곳이 너무 많아요. 특히 키즈 쪽은 여전히 무궁무진한 콘텐츠가 남아 있다고 생각해요. 글로벌화하기도 쉽고요.” 

그는 이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행위가 일상이자 문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1인 미디어 시장의 가능성도 영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군가는 돈을 쉽게 번다고 말하지만 허팝은 콘텐츠 제작자로서 확실한 목표와 철학이 있다. 본인의 영향력을 알기에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 조심한다. 단순한 영상이더라도 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면서 느낀 것은 굉장히 성공 지향적이라는 거예요. 길을 가다 보면 다섯 살, 여섯 살인 아이들이 ‘허팝, 이번 영상 왜 실패했어요. 성공하는 영상으로 다시 찍어주세요’라고 말해요. 하지만 제 영상의 절반이 도전에 실패하면서 끝나요.

실패하더라도 익살스럽고 재미있게 끝내죠. 제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허팝 쟤는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하네, 실패해도 뭔가를 저지르는 과정 자체가 재미 있네’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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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5-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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