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000만 명을 움직이는 나' 인플루언서 시대] -‘파워 인스타그래머’ 아만다...화장품·패션·식품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해 ‘대박’
“육아에서 다이어트까지…평범한 주부의 일상도 콘텐츠”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영향력 있는 개인,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시대다. 2017년 모바일 광고 금액이 지상파 TV 광고액을 넘어섰다. 기존 미디어의 역할이 감소함에 따라 유명인에게 쏠려 있던 관심도와 영향력도 분산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이제 나와 비슷한 삶을 사는 ‘평범한 사람’으로 옮겨 가고 있다. 수많은 팬들이 이들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이들이 소비하는 제품을 구매한다. 인플루언서가 마케팅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른 이유다.

인플루언서는 크게 콘텐츠를 창작하는 크리에이터와 소셜 미디어를 타고 유명세와 영향력을 얻은 유명인으로 분류된다.

뷰티·패션업계에서는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파워인스타그래머’의 영향력이 크다. 이들은 전문적인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제작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일상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어디를 가는지, 어떤 옷을 입는지, 무엇을 먹는지 모든 일상이 주목받는 삶이다.
◆출산 후 꺾인 능력·재능 인스타그램에 활용
“육아에서 다이어트까지…평범한 주부의 일상도 콘텐츠”
(사진=아만다 제공)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에스쁘아 전국 매장과 아리따움에는 ‘아만다(31·본명 이은경)’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가 직접 만들고 네이밍한 ‘라이크미’ 립스틱이 출시됐기 때문이다. 아만다는 전문 모델이나 유명 쇼핑몰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다. 팔로워 5만8000명을 거느린 파워인스타그래머다.

평범한 주부인 아만다의 일상도 콘텐츠가 된다. 그의 콘텐츠에서 ‘허세’나 ‘있어 보이는’ 글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육아에 대한 고충이나 경력 단절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내용이다. 많은 여성들이 아만다의 콘텐츠에 공감하고 위로를 얻는다.
아만다의 인생은 출산 전후로 나뉜다. 출산 전에는 23세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네이버와 CJ E&M에서 마케터로 활약하던 커리어 우먼이었다. 하지만 임신과 함께 8년 차 직장 생활에 위기가 찾아왔다.

“서른 살, 한창 커리어를 꽃피우고 있을 때 임신하며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입덧이 심해 휴직해야 했고 육아를 위해 사직서를 제출했죠. 현실적으로 맞벌이를 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돌봐주는 ‘이모님(보모)’이나 친정 혹은 시댁의 도움이 필수예요. 이모님은 너무 비싸고 친정은 지방에 있고 시댁은 여전히 현업에서 일하고 있어 육아는 제 몫이었죠.”

그는 아이를 낳기 위해 대학을 나오고 힘들게 취직한 게 아니었으니 아쉽고 억울했다고 말했다. “돈은 둘째 치고 ‘자아실현’이라도 하러 가야 하나 두 달 동안 밤낮으로 고민한 탓에 우울증에 걸릴 뻔했죠.”

아만다는 꺾인 능력과 재능을 인스타그램에 활용했다. 정보기술(IT) 회사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다니며 플랫폼 산업에 대해서는 이미 전문가였다.

아만다가 임신했을 당시 인스타그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아만다는 뷰티와 패션에 대한 관심을 콘텐츠로 키워가기 시작했다. 육아나 결혼 생활에 대한 일상도 현실적으로 풀어나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팔로워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해 어느덧 6만 명에 가까워졌다. 아만다의 팔로워는 스펙트럼이 넓다. 뷰티나 패션업계 구매력을 가진 2030 여성들부터 육아와 결혼 생활에 공감하는 주부들까지 아우른다.
◆‘아만다’ 이름 건 화장품·원피스 출시

“육아에서 다이어트까지…평범한 주부의 일상도 콘텐츠”
뷰티·패션업계에서부터 식품·육아 업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랜드에서 아만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샤넬·까르띠에·디올 등 럭셔리 브랜드부터 중소 브랜드까지 신제품 론칭 행사나 프리뷰를 진행할 때 아만다를 VIP로 초청한다.

“사실 너무 고가 브랜드 행사는 가기 미안할 때도 있어요. 제가 그 제품을 살 능력이 안 되거든요.(웃음) 하지만 뷰티나 패션 트렌드에 대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참석하고 있어요.”

아만다는 브랜드와 협력해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상품 기획과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잉글롯’에서는 ‘아만다 컬렉션’을 출시했고 럭셔리 패션 렌털 서비스인 ‘럭스타일러’에서는 ‘아만다 원피스’가 나왔다.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에스쁘아는 아만다가 만든 립스틱을 출시됐다. 그는 본인이 먹고 다이어트에 성공한 건강 식품 홈쇼핑 진행도 맡았다. 결과는 모두 완판이었다. 2차, 3차 재주문까지 들어간 제품도 있다.

“제가 컬래버레이션한 제품은 모두 직접 사용해 본 브랜드 제품이었어요. 구매 후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콘텐츠를 올리자 반응이 좋으니 브랜드에서 먼저 협업을 요청했죠.”

아만다는 커리어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회사에 다닐 때보다 좋은 점도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제품이나 콘텐츠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성취감이 크다고 말했다.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상명하달식 업무를 하게 될 때가 많잖아요. 그런데 인플루언서로서 뭔가를 진행할 때는 제 이름을 걸고 제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커요. 그러다 보니 결과도 좋은 것 같고요.”

마케터 경력도 인스타그램 운영에 도움이 됐다. 어떤 요소가 사람들을 그러모을 수 있는지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브랜드 업무 방식도 익숙했다.

아만다는 인플루언서로 성공한 이유가 솔직함과 진정성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컬래버레이션을 많이 진행하다 보니 상업적으로 변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하지만 저는 수수료나 수익료를 받지 않아요. 제 모델료나 초상권에 대한 비용만 지급 받는데 생각하는 것만큼 비용이 많진 않죠.”

일례로 그가 럭스스타일과 함께 진행한 아만다 컬렉션에선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는다. “엄마로서 돌잔치나 특별한 행사 때 마땅히 입을 수 있는 옷이 없어 직접 만들었죠. 그 대신 원할 때마다 의상 협찬을 받기로 했어요.”

아만다는 본인을 통해 자신감을 찾는 여성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실에서 능력 있는 여성들의 경력 단절이 참 안타까워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자신감을 갖고 잠재된 재능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계속 제 이야기를 꺼내 보이고 저 자신을 홍보하면서 기회를 찾게 됐잖아요. 제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저를 보고 힘을 얻었다는 메시지를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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