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현대차 브랜드 경영 3.0]-1월 문 연 전시 매장 ‘제네시스 강남’, 영업사원 대신 전문 큐레이터 배치
‘예술 공간 닮은 판매장’…고객 관점에서 전면 재구성
(사진)제네시스 브랜드 전용 전시관 '제네시스 강남' 내부 모습.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유리로 된 외벽, 밖에서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내부, 그 안에 반듯하게 진열된 자동차…. 자동차를 구매했거나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자동차 전시 매장(쇼룸) 앞에서 망설인 기억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용기를 내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떻게 오셨나요”, “가격대는 얼마를 보십니까”라고 묻는 영업 사원의 말에 쭈뼛거린 경험도 분명 있을 것이다.
여기, 조금은 불편했던 자동차 전시관의 고정관념을 깨는 공간이 문을 열었다. 판매자가 아닌, 소비자의 관점에서 설계한 곳.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용 전시관인 ‘제네시스 강남’이다.
‘예술 공간 닮은 판매장’…고객 관점에서 전면 재구성
1.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 있는 '제네시스 강남'. 콘크리트 벽 사이로 살짝 보이는 전시차가 신비감을 준다.2. 회색 콘크리트 벽과 바닥, 면 조명으로 차량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3. 제네시스 강남의 '백미'. 개인 차고 콘셉트의 시승 공간. 대형 유리문이 열리면 외부 시승이 가능하다.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와 협업해 탄생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전시 매장이 밀집된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한쪽에 자리 잡은 제네시스 강남은 일반적인 자동차 전시 매장과 그 모습이 사뭇 다르다. 제네시스 강남의 건물을 둘러싼 유리를 통해 보이는 것은 회색 콘크리트 벽뿐이다.
건물 상단에 자리 잡은 검은색 현판과 제네시스 로고가 없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아트 갤러리라고 착각할 것이다.
제네시스 강남의 입구 쪽으로 다가가자 은밀하게 감춰진 내부 사이, 살짝 열린 틈새로 차량 반쪽이 어렴풋이 보였다.
“5시 예약한 고객님이신가요.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건물 외관을 구경할 새도 없이 실외에 있던 담당자가 방문객을 내부로 안내한다. 커다란 문을 열고 ‘제네시스 강남’에 들어서면 제네시스의 시그니처 블랙 컬러로 꾸며진 고급스러운 내부 공간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어서 오십시오. 잠시 앉아 기다리시면 전문 큐레이터가 안내해 드릴 것입니다.” 안내원과 휴게 공간으로 향하는 동안 밖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제네시스 만을 위한 공간이 펼쳐진다. 회색 콘크리트 벽과 바닥, 무채색 공간 중앙에 제네시스 EQ900와 G80, G70 등이 위용을 뽐낸다.
“음료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체험하시는 동안 편하게 드십시오.” 내부를 두리번거리는 사이 음료가 앞에 놓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제네시스 큐레이터’란 명찰을 단 전문 가이드 A 씨가 인사하며 제네시스 강남의 안내를 시작했다.
“기존 전시장을 가면 핀조명을 써서 차의 컬러감을 밝게 부각하죠. 하지만 제네시스 강남에서는 최대한 자연광 형태에서 차량을 볼 수 있도록 전시관 내부 천장을 전체 조명으로 꾸몄습니다. 특정 지점이 아니라 면 전체가 조명이다 보니 전시 차량에 상이 맺히지 않습니다. 또 화려한 대리석이 아닌 콘크리트를 바닥 마감재로 사용해 어떠한 시각적 방해 요소 없이 오롯이 차에 집중해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제네시스 강남은 정형화된 것으로부터 자유를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Rem Koolhaas)의 건축사사무소 OMA와 현대차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OMA는 제네시스 강남을 통해 자동차 전시관이라는 체계와 틀에서 벗어나 제네시스 브랜드의 감성과 특유의 개성을 녹여내는 것을 첫 임무로 삼았다. 이들은 장식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는 극단적 미니멀리즘을 통해 고객이 차량에 집중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제네시스와 만나는 나만의 공간
이 과정에서 꼭 필요한 다른 공간들은 차량이 전시된 로비 가장자리에 정사각형(큐브) 형태의 라운지로 빼놓았다. 고객들의 휴게 공간과 상담 공간 내지는 내·외관 컬러와 시트의 가죽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브랜드 경험 공간 등이다.
“제네시스 강남에는 별도의 안내 데스크가 없어요. 그 대신 가장자리에 있는 큐브라운지에서 고객의 그날 일정을 조율할 수 있도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각 라운지별 특색이 있습니다만 공통점은 제네시스에 쓰이는 소재와 컬러로 공간을 구성했다는 것입니다.”
실제 각 공간마다 제네시스의 소재와 컬러로 통일감을 제공함으로써 전시장의 시선이 분산되지 않도록 공을 들였다. 고객의 휴식 공간이자 상담 공간인 우드라운지는 테이블·의자·벽면이 차량에 쓰이는 ‘우드’를 사용함으로써 브랜드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움을 표현했다.
제네시스의 시그니처 컬러인 ‘코퍼’를 사용한 코퍼라운지 역시 모든 사물에 코퍼 컬러를 입힘으로써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 공간에서는 벽면 뒤 숨겨진 대형 모니터에서 차량 옵션 등을 선택해 ‘나만의 맞춤형 차’를 가상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이후 고객의 문자 메시지로 견적서를 전송해 준다.
체험 공간을 지나 회색 콘크리트 벽 너머로 가면 스태프의 휴게 공간과 화장실 등이 숨어 있다. 그리고 제네시스 강남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의 절정’인 시승 공간도 이곳 비밀스러운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시승 공간인 ‘테스트 드라이브 룸’은 제네시스 강남의 ‘백미’로 꼽힙니다. 보통의 시승이 주차장과 같은 외부에서 이뤄지는 반면 제네시스 강남은 개인 차고 콘셉트를 통해 마치 고객이 제네시스의 주인이 돼 차고 문을 열고 출발하는 방식으로 꾸며졌습니다.
고객이 들어서면 예약한 차량이 대형 거울 앞에 준비돼 있습니다. 고객은 차고 문 역할을 하는 전면 거울을 활용해 운전석에 앉은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이 공간에서 고객은 전문 큐레이터로부터 작동법을 익힌다. 준비가 완료되면 거울이 설치된 벽면이 열리면서 본격적인 시승을 경험할 수 있다. 평소 자신의 드라이빙 스타일, 자기가 궁금한 차량의 성능에 따라 5개로 준비된 프로그램 중 선택해 제네시스를 직접 느껴볼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문 큐레이터가 안내를 진행하지만 큐레이터 없이 자율 관람도 가능하다. 그 대신 고객이 제네시스 차량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도록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제네시스 강남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된다. 온라인·전화·현장 예약 등을 통해 사전 예약할 수 있다.
‘예술 공간 닮은 판매장’…고객 관점에서 전면 재구성
평창 동계올림픽의 이색 전시관 ‘현대차 파빌리온’
칠흑 같은 어둠 속 우주를 느낀다…디자인만으로 ‘수소전기차’ 체험
올해 2월 막을 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현대차의 ‘모던 프리미엄’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한국을 향하던 그때,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의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 개회식장 바로 옆에는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쇼룸인 ‘현대자동차 파빌리온(Hyundai Pavilion)’이 문을 열었다.
현대차 파빌리온은 수소전기차와 그 연료인 수소에너지를 다양한 각도로 형성화한 체험관으로, 세계적인 건축가 아시프 칸이 한국에서 처음 진행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는 단순 차량 전시 위주의 홍보관을 만드는 대신 브랜드 미래 비전의 핵심인 ‘수소에너지’를 형상화한 브랜드 체험관으로 구성했다. 관람객들이 모빌리티 기술이 불러올 미래 사회의 무한한 가능성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객이 ‘현대차’라는 브랜드를 접했을 때 새로운 고객 경험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마케팅 혁신의 의지를 담았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수소전기차의 핵심인 수소·물·에너지·기술·미래의 주제가 담긴 아시프 칸의 신작들로 파빌리온을 채웠다. 칸은 “수소전기차와 그 핵심인 수소에너지가 가져올 미래 사회에 대한 비전을 주제로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 과제였다”고 말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건축 면적 1225㎡, 높이 10m 규모로 제작된 파빌리온은 새까만 외벽 4개 면에 작은 전구를 촘촘히 달아 우주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건물 안은 외관과 달리 4면을 하얀색으로 꾸몄다.
바닥에선 2만5000개의 물방울이 쉴 새 없이 수백 갈래 홈을 타고 흘러와 가운데로 모여들도록 했다. 수소전기차의 원리인 수소와 산소가 만나 물이 되는 모습을 시각화한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은 관객이 전시실에 가만히 서서 전체 광경을 감상하거나 물방울을 따라다니며 맨손으로 체감하는 것을 도왔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차량 전시장에 차를 없애고 오롯이 디자인과 체험만으로 고객이 수소전기차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부문에서 사고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고객이 ‘현대차’라는 브랜드를 접했을 때 풍요롭고 가치 있는 삶과 새로운 고객 경험을 떠올릴 수 있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