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새판 짜는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
-하만, 첫 합작품 ‘디지털 콕핏’ 선봬…푸조·벤츠 등과 본격 협업 개시
한국 최대 M&A…‘자동차 전장’ 공략 첨병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삼성전자는 2017년 3월 미국 자동차 전장 전문 기업 하만을 인수했다. 인수 총액만 무려 80억 달러다. 이는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2015년 ‘전장사업팀’을 신설한 후 신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는 자동차 전장 사업이 갖는 잠재력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삼성전자가 보유한 반도체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접목해 자율주행 자동차 산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도 있다.


◆유력 자동차 기업들과 협력 중


글로벌 전장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연평균 13%의 성장세를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발맞춰 삼성도 하만과 함께 2025년까지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커넥티드카 225 비전’을 발표했다.


하만은 전장사업 분야 선두 업체로 삼성전자가 인수하기 직전 12개월 기준으로 매출액 70억달러, 영업이익 7억 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액 중 65%가 전장사업에서 발생한다.


이 중 커넥티드카와 카오디오 사업은 연매출 약 6배의 달하는 240억 달러의 수주 잔액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탄탄하다. 지난해 글로벌 TCU(Telematics Control Unit) 시장에서 16%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했다.


올 초에는 삼성과 하만의 첫 공동 개발이 결실을 봤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삼성전자는 ‘디지털 콕핏’을 공개했다. 디지털 콕핏은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되는 사물들을 집 안 기기와 모바일을 넘어 자동차까지 확장한 제품이다.


디지털 콕핏의 하드웨어는 운전석과 조수석 디스플레이를 OLED 2개와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1개로 구성됐다. 소프트웨어는 차량용 ‘빅스비’를 통해 차량용 에어컨과 음량·조명을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삼성전자 통합 IoT 서비스인 ‘스마트싱스’를 통해 집 안 기기를 제어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미 디지털 콕핏은 글로벌 유명 자동차 업체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만은 글로벌 유력 자동차 기업들과 잇따라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하만은 지난 3월 스위스에서 열린 ‘2018 제네바 모터쇼’에서 프랑스 자동차 회사인 푸조·시트로엥(PSA)과 사이버 보안 솔루션의 공동 연구·개발 계획에 합의했다. 또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사용자 경험(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과 관련해 협업 우수 파트너로 선정됐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과의 협력은 하만의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삼성이 하만을 인수하는 데 쏟은 기회비용을 회수했다고 평가한다. 미래에셋대우는 하만이 1분기 매출액 1조9400억원, 영업적자 400억원을 기록했지만 실적 부진보다 M&A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에서 경쟁 업체들보다 다소 늦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받았지만 하만을 통해 역전의 페달을 밟고 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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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 비즈니스 제 1182호(2018.07.23 ~ 2018.07.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