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새판 짜는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
-이재용 부회장 중심으로 김기남·고동진·김현석 사장 책임 경영
-미래 먹거리 밑그림 그린 정현호 사장·지원 사격은 노희찬 사장 몫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 뇌물공여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병석에 있는 부친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월 삼성그룹 총수(동일인)를 30여 년 만에 이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바꿨다. 공정위는 이 부회장이 그룹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만큼 동일인 자격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누가 ‘매출 240조’ 삼성전자를 움직이는가


◆창의적 리더십으로 삼성 변화 주도


이 부회장은 젊고 창의적인 리더십을 앞세워 삼성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재판(대법원)이 끝나지 않아 조용히 움직이고 있지만 변화의 폭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4월 불법 파견 논란이 끊이지 않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임직원 8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로 한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간 △주요 계열사 합병 및 매각 △그룹 컨트롤타워(미래전략실) 해체 △주식 액면분할 △외국인·여성 사외이사 선임 등 지배구조와 경영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누가 ‘매출 240조’ 삼성전자를 움직이는가
이 부회장은 3월 말 유럽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5월 중국과 일본, 6월 홍콩과 일본을 연이어 방문하며 글로벌 경영 행보에 속도를 냈다. 7월 8일에는 석방 이후 첫 공식 일정인 인도 휴대전화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이날 이 부회장의 출국길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대외협력(CR) 담당 부회장과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고동진 사장이 동행했다.


이튿날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열린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 부회장과 약 5분 동안 따로 만나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을 축하한다”며 “인도가 고속 경제성장을 계속하는 데 삼성이 큰 역할을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50대 新트로이카 시대’ 개막


삼성전자는 지난해 권오현 대표(현 종합기술원 회장) 사퇴 이후 사장단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31일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에 김기남 사장, IM부문장 고동진 사장, CE부문장에 김현석 사장을 각각 임명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쇄신’과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충족한 ‘50대 신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다.


김기남 사장은 1958년생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UCLA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종합기술원장 △메모리사업부장 △시스템 LSI사업부장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반도체 총괄(사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해 일찌감치 권오현 회장의 후임으로 거론됐다. 최연소 이사대우 승진, 최연소 사장단 합류 등의 이력도 갖고 있다.
누가 ‘매출 240조’ 삼성전자를 움직이는가
김 사장은 30년 이상 반도체 한 우물만 파며 삼성의 반도체 사업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연구·개발(R&D)진의 핵심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해 반도체연구소 차세대연구팀장(상무) 시절 전자업계 세계 최대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전기전자학회(IEEE)의 석학회원(펠로)에 선정됐다. 꼼꼼하고 칼 같은 일처리로 정평이 나 있고 의사결정 속도도 매우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사장은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지난 3월 23일 열린 제4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메모리 반도체는 2세대 10나노(㎚) D램 등을 적용한 제품을 확대하고 지난해 완성한 평택 단지를 통해 성장 모멘텀을 이어 가겠다”며 “3세대 10나노 D램과 6세대 낸드 플래시 등 차세대 제품을 적기에 개발해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확대하고 전장 등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동진 사장은 1961년생으로, 성균관대 산업공학과 졸업 후 영국 서섹스대에서 기술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정보통신총괄 유럽연구소장 △무선사업부 개발관리팀장 △기술전략팀장 △개발실장 등을 지냈다.
누가 ‘매출 240조’ 삼성전자를 움직이는가
고 사장은 2015년부터 무선사업부장을 맡으면서 휴대전화 사업을 총괄했다. ‘갤럭시 S’와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성공시켜 삼성의 휴대전화 경쟁력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2016년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고’ 때 제품 단종을 발표하고 신제품 개발 및 양산의 안정성을 강화하면서 삼성 휴대전화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하 위계질서보다 소통을 중시해 사내에서 ‘소통왕’으로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갤럭시 노트7 사태의 교훈을 잊지 않고 제품 경쟁력의 기본인 품질 혁신을 강화해 설계부터 검증, 검출 능력 등 기본에 충실할 계획”이라며 “기존 분야의 수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5G 등 네트워크 사업에서도 리더십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사장은 1961년생으로,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포틀랜드주립대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장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품전략팀장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20년 가까운 기간을 TV 개발 일선에서 보낸 국내 최고 ‘TV 전문가’다.
누가 ‘매출 240조’ 삼성전자를 움직이는가
김 사장은 발광다이오드(LED) TV와 3차원(3D) TV, 스마트 TV 등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를 세계 1위로 이끈 굵직한 제품 개발을 이끌었다. 7개 버튼만으로 모든 것을 조작하는 리모컨과 투명하게 처리한 TV 후면 전선 개발을 주도하는 등 소비자 수요를 파악해 제품에 반영하는 능력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공격적 경영 스타일에 지독한 일벌레로 유명하다.


김 사장은 서울 성수동에서 지난 5월 17일 열린 ‘삼성 홈사물인터넷(IoT) & 빅스비 미디어데이’에서 “삼성전자는 다양한 제품과 개방성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대중화해 지속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국내시장에서 올해 약 1400만 대의 가전제품에 AI 기능을 탑재해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는 지난해 말 신설된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고 있는 정현호(58) 사장이 챙긴다. 정 사장은 인공지능(AI), 5G 통신, 바이오, 전장부품 등 4대 미래성장사업을 선정하는 등의 실무작업을 맡았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 전략 수립은 노희찬(57) 경영지원실장(사장)의 몫이다. 노 사장은 단기 사업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 혁신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돋보기
3월 새 이사회 출범 이후 이사회 중심 책임 경영 공식화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지난 3월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를 출범시키면서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과 본연의 견제 기능 강화를 강조했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삼성전자의 이사회는 △이재용 부회장 △이상훈 사장(이사회 의장) △김기남 사장(DS부문장) △고동진 사장(IM부문장) △김현석 사장(CE부문장) 등 사내이사 5명과 사외이사 6명(이인호·박재완·송광수·김종훈·김선욱·박병국) 등 총 11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 내에는 경영위원회·감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거버넌스위원회(구 CSR위원회) 등 6개의 소위원회가 있다.


새 이사회는 사업 부문별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과거 삼성전자에서는 미래전략실이 사장단 인사권까지 휘두를 정도로 막강한 기능을 지닌 반면 이사회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반면 새 이사회는 의장을 분리해 선출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주주 등 이해관계인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변화의 의지를 보여줬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상훈 사장은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전략1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등 그룹의 재무 관련 요직을 두루 거치며 자금 흐름을 총괄해 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상무로 재직 중이던 시절부터 이 부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누가 ‘매출 240조’ 삼성전자를 움직이는가
사외이사 중에는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과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병국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등 새로운 인물들이 눈에 띈다. 김 회장은 미국 벨연구소 최연소 사장 출신이다. 미국에서 통신장비업체 유리시스템스를 설립해 1조1000억원에 매각한 벤처 신화의 주인공으로, 이사회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적합한 인물로 꼽힌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 당시 여성 최초로 법제처장을 지낸 이후 2010년부터 4년 동안 이화여대 총장을 역임했다. 박 교수는 국내 반도체 연구 분야의 권위자로,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과 한국전자공학회장 등을 지냈다.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공직자 출신 사외이사로 분류된다.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사외이사 6명이 모두 참여하는 ‘거버넌스위원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부터 기존 CSR위원회를 거버넌스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주주 환원 정책 사전 심의 및 주주 권익 개선을 위한 활동 검토 등의 권한을 지녔다. 이 전 행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choies@hankyung.com


[새판 짜는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미래 먹거리’ 찾아 나선 이재용…‘포스트 반도체’를 찾아라
-한눈에 보는 삼성전자
-누가 ‘매출 240조’ 삼성전자를 움직이는가
-‘메모리 반도체’의 절대 강자…다음 목표는 ‘파운드리’
-인도 공략과 ‘폴더블’로 ‘스마트폰 1위’ 지킨다
-아쉬운 CE…도약 키워드는 ‘AI·프리미엄’
-한국 최대 M&A…‘자동차 전장’ 공략 첨병
-삼성전자 지배구조 흔드는 두 가지 리스크
-“삼성전자, ‘속도감 있는 M&A’가 살길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2호(2018.07.23 ~ 2018.07.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