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새판 짜는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
-보험업법 개정안·금융그룹 통합 감독’…전문가들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한경비즈니스=이홍표 기자] 삼성전자는 2017년 기준 연간 매출액이 240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글로벌 기업이다. 이처럼 큰 기업인 만큼 삼성전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도 국내외 개인·기업·기관투자가 등 너무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유지하는 구조는 단순하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통해 지배하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국민연금관리공단(지분율 9.58%)에 이어 가장 많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이 같은 지배구조가 바뀔 수도 있게 됐다. 여당이 보험사가 일정 기준을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강제로 매각하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 8일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회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 산정 기준을 현행 취득원가에서 공정가액(시가)으로 변경해야 한다. 이는 ‘주식 또는 채권의 소유 금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정의한 현행 보험업법 감독 규정을 변경하는 것이다. 보험업은 시가 평가를 기준으로 하는 은행과 증권사 등 다른 업종과 달리 취득원가를 적용해 왔다.

특히 초과 지분 매각 기한은 5년으로, 기존 개정안에서 7년이었던 매각 기한을 단축했다.
이 법안은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8.23%와 1.44% 보유하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총자산의 3%가 넘는 14조3000억여원, 삼성화재는 1조6000억여원 등 16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또 이번 개정안에는 보험사가 주식을 팔아 발생하는 매각 차익을 손실 보전용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규정도 담겼다.
삼성전자 지배구조 흔드는 두 가지 리스크
금융그룹의 자본 인정 까다로워져

보험업법 개정안은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를 꾸준히 위협하는 요인이었다. 여기에 최근 또 다른 위협 요소가 생겼다.

금융 당국이 7월부터 추진하는 ‘금융그룹 통합 감독’ 제도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일부터 은행·보험·금융투자·카드 등 2개 이상의 업종을 운영하면서 5조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복합 금융그룹은 금융 당국의 통합 감독을 받게 된다. 대상이 된 금융그룹은 삼성·현대차·한화·DB(구 동부)·롯데·교보생명·미래에셋 등이다.

감독 대상 금융그룹들은 새 평가 기준에 따라 자본비율 100%를 넘겨야 한다. 자본비율은 적격 자본을 필요 자본으로 나눈 값을 백분율로 산출해 결정된다. 적격 자본은 금융그룹이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고 필요 자본은 업권별 최소 자본 기준을 뜻한다.

문제는 적격 자본 지정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필요 자본으로 간주되는 자본은 더 많아진다는 점이다. 감독기준안에 따르면 그룹 내 금융 계열사 간 출자액은 적격 자본에서 제외된다. 계열사 간 상호출자액도 조건에 따라 차감될 수 있다. 금융사의 순수한 자기자본만 인정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필요 자본에는 위험 요소가 더해진다. 특정 기업 및 대주주·특수관계인과 관련된 대출 비율이 높으면 집중 위험으로 분류될 수 있다. 또한 금융위가 비금융 계열사 출자 한도를 자기자본 대비 개별 계열사 15%, 전체 계열사 합산 60% 이하로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함에 따라 한도 초과분도 필요 자본에 추가될 수 있다.

여기에 전이 위험도 추가된다. 금융그룹 위험관리 역량 평가를 통해 차등적으로 산출되며 1등급을 받으면 총 위험자산의 0.5%나 필요 자본의 5%가 가산되고 최저 등급인 5등급을 받으면 총 위험자산의 2.5%, 필요 자본의 25%까지 필요 자본이 늘어난다.

이러한 규제에 가장 고민이 깊어지는 그룹은 단연 삼성이다. 삼성 금융 계열사는 상호 교환 출자, 금융 계열사 간 출자 등 중복 자산을 고려하면 적격 자본이 6조3000억원 정도 줄어든다. 금융그룹 위험관리 실태 평가에서 3등급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필요 자본은 6조1000억원 증가한다. 조정 후 자기자본 비율은 221.2%로 기존 328.9%에서 100%포인트 이상 줄어든다.
여기에 ‘집중 위험’에 따른 가산도 자본비율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 삼성의 금융사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약 28조원어치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위기에 빠지면 금융 계열사도 함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금융위는 현재까지 삼성이 약 20조원 정도의 집중 위험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사항까지 고려하면 자본비율은 110%까지 떨어질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 지배구조 흔드는 두 가지 리스크
“재배구조 불확실성 더 커졌다”

기준 적용 후에도 삼성의 자본비율은 100%를 넘겨 당장 위험하지는 않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올라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그룹감독 혁신단장은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내 금융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등 위험 노출액은 28조원 정도”라며 “필요 자본에 추가해야 하는 한도 초과분은 19조~20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다. 금융 계열사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려면 이에 해당하는 만큼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 지분 매각이 해외 헤지펀드들의 지분 매입으로 이어지며 기업 경영권을 위협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법 개정안 얘기도 계속 나오고 있고 삼성에 대한 금융 당국의 압박이 앞으로 더 거세진다면 모를까 수그러들지 않을 텐데 현재 삼성에서 이렇다 할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며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놓고 삼성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면 현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서는 대주주와 비금융 계열사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해야 하는데, 매입 자금을 충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삼성그룹이 지주사 전환 등 강제적인 사유로 인해 보유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면 이에 대해 자사주 형태의 매입을 허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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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 비즈니스 제 1182호(2018.07.23 ~ 2018.07.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