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새판 짜는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
-삼성전자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3인이 제시하는 미래 전략
삼성전자 ‘속도감 있는 M&A’가 살길이다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주식시장은 기업의 앞날을 내다보는 좋은 지표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돈을 걸고 짧게는 수초, 길게는 수십 년을 내다보며 기업의 미래에 베팅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의 주가는 치열하게 고민한 ‘집단지성’이 만들어 낸 미래 모습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에서 모두 오랜 시간 동안 삼성전자를 분석하며 앞날을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내다보려고 꾸준히 노력해 왔다. 그들이 생각하는 삼성전자의 현재와 미래는 무엇일까.


◆삼성전자의 주가를 어떻게 보시나요.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졌네요(작년 11월 7일 5만7519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7월 18일 종가 기준 4만6650원으로 약 20% 하락한 상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기업분석부 테크·통신 팀장(이하 유종우) : 삼성전자 주가는 워낙 변수가 많습니다. 상반기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이유를 펀더멘털하게 보면 휴대전화와 디스플레이 패널 실적 하락 때문입니다. 1분기에는 갤럭시 S9이 많이 팔려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어요. 올해만 보면 액면분할 이슈가 있었음에도 1분기 실적이 나온 직후인 5월 초가 고점이었죠. 하지만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 실적을 보면 실제 판매 실적이라고 볼 수 있는 2분기 실적과 출하량이 1분기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디스플레이 패널 쪽은 LCD사업부와 OLED사업부 모두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OLED사업부의 수익성이 악화됐습니다. 이유는 아이폰X의 판매 부진 때문이죠. 디스플레이부문 판매 악화로 5월 초부터 주가가 꾸준히 하락세입니다.
사실 투자자들은 액면분할 전까지 기대감으로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펀더멘털이 좋지 않다 보니 기관들은 액면분할 이후 매도 쪽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시장 조정 가운데서도 안정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도체만 놓고 보면 업황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죠.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반도체 연구위원(이하 최도연) :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약해졌다고 봅니다. 스마트폰 성장 둔화와 디스플레이에 대한 실적 악화가 요인이죠. 최근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까지 뜨거워지면서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지주회사·IT서비스 선임연구원(이하 정대로) :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는 매우 높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이자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제조 기업 중 하나라는 상징성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기대치를 뛰어넘을 만한 영업 측면의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주식은 사람이 사고파는 겁니다. 그래서 최근 논란이 되는 지배구조 이슈도 한몫한 것 같습니다. 그중 핵심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이죠. 지금 보험업은 계열사의 지분을 ‘취득원가’ 기준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습니다. 그

런데 국회에서 보험업법을 개정해 계열사의 지분을 ‘시가’ 기준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시가로 평가하면 삼성생명은 현재 보유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약 20조원어치를 팔아야 합니다. 주가는 수급 요인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물량에 대한 공포감이 삼성전자의 주가를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분위기도 중요합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많이 만날 텐데요, 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무엇이었습니다.


-유종우: 삼성전자 주가가 싸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그대로죠. 외국인 투자자들은 왜 한국의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더 사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물론 한국 투자자들 특히 기관투자가들이 삼성전자를 더 살 수 없는 이유는 있습니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 대비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시가총액 비율대로만 삼성전자를 사도 포트폴리오상 과한 투자가 돼버리거든요.


-최도연: 지배구조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묻습니다. 물론 그들도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를 꿰뚫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궁금한 거죠. 실제로 같은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에 대해선 그런 질문이 없습니다. 대부분이 반도체 업황에 대한 질문이죠. 또 스마트폰에 대한 전망도 많이 묻습니다.


◆삼성전자의 주가를 이야기하면서 최근 논의되는 ‘반도체 경기 정점론’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네요.


-유종우: 정점의 정의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 경기가 내년쯤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봅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언제까지나 계속 상승할 수 없기 때문이죠.

문제는 여기에서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느냐 여부입니다. 주가가 더 올라야 한다고 하는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점에 주목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따지면 SK하이닉스가 훨씬 싸죠.

결국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속 상승하려면 기업 가치가 재평가돼야 하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기업 가치가 재평가될 수 없습니다. ‘엄청난 계기’가 있거나 ‘한국 시장 자체가 재평가’되거나 둘 중 하나죠.


-최도연: 저는 조금 달라요. 반도체 기업의 고수익은 앞으로 수년간 더 이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서버용 반도체입니다.

이 수요는 4차 산업혁명과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수년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치킨게임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승자가 돼 업계를 과점하고 있는 생산 기업들이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다만 중국 반도체 기업의 진출이라는 변수가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면 게임의 룰이 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속도감 있는 M&A’가 살길이다

◆최도연 애널리스트의 이야기처럼 중국 기업의 반도체 시장 공습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유종우 : 사실 중국 기업의 D램 기술 수준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 중국이 독자적으로 D램을 제조해 당장 기존의 강자들과 경쟁할 정도의 수준이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다만 시장의 ‘설’이지만 인텔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을 몰래몰래 도와주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와 중국 기업들 간의 D램 기술 격차는 매우 큽니다. 물론 낸드 반도체 같은 것은 상황이 약간 다르긴 하죠.


-최도연: 업계에서는 (중국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까지) D램이 7년 내외, 낸드는 3년에서 5년 내외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에서는 칩 사이즈가 작을수록 원가가 낮아지는데 현재 중국에서 준비하고 있는 낸드 칩이 한국보다 3배에서 5배까지 큽니다.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돈을 잃어가면서 생산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비즈니스’를 하기엔 아직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더 잘하려면 이제 뭘 해야 할까요.


-유종우: 파운드리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2020년까지의 파운드리 첨단 공정 로드맵을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지금은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4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계획대로 가면 시장점유율 1위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컴퍼니(TSMC)와의 격차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최도연: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메모리 반도체는 원가 경쟁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어요. 하지만 중국의 진입은 그간의 구도를 깰 수 있는 무시무시한 요소라고 봅니다. 그래서 확실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디스플레이는 단시간에 중국에 따라잡혔습니다. 너무 빠르게 따라잡혀 중국 기업에 대비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반면 반도체는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있습니다. 기존 메모리가 반도체가 ‘원가’에 집중했다면 이제 부가가치 쪽으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어요. 차세대 메모리 개발이나 반도체 후공정 기술 강화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원하는 것은 결국 ‘스피드’입니다. 지금까지의 삼성전자가 ‘메모리 용량 확대’로 성장해 왔다면 이제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는 ‘맞춤형 개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지금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는 다른 사업이 아닌 ‘스마트폰’ 사업 같습니다.


-유종우: 스마트폰 사업 부진은 삼성전자의 문제라기보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자체가 정체돼 있기 때문입니다. 돌이켜 보면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유지해 온 것은 ‘전략의 승리’였습니다.

2014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률이 뚝 떨어졌어요. 여기에 삼성전자는 발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라인업을 심플하게 정리하고 모델당 물량을 늘리면서 원가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렸죠. 그 결과는 좋았고요. 올해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부진에 맞서 같은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라인업을 더 줄이는 거죠.

하지만 시장 상황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제가 분석한 바로는 올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눈에 띄게 떨어질 겁니다. 물론 세계 1위는 유지하겠지만요. 결국 장기적으로 이런 전략이 맞는지 의구심이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인도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정대로: ‘제2의 베트남’ 같은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겠죠. 또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현지에서 만난 의미도 곱씹어 볼만 합니다. 문 대통령이 인도와의 경제 협력을 강조한 만큼 정부와 생각의 궤를 같이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닐까요. 한국이 인도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좀 더 피력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가전 사업 쪽은 어떤가요.


-유종우: 솔직히 LG에 좀 밀립니다. LG는 가전에서 건조기가 잘 팔리고 스타일러스도 잘 팔리고 가전 쪽 실적이나 TV 마진이 삼성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초대형 TV에 집중해 잘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략을 잘 짰다고 생각해요.
삼성전자 ‘속도감 있는 M&A’가 살길이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있다고 보십니까.


-최도연: 하만 인수는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사업을 키우기 위해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기왕에 인수할 것이라면 조금 더 공격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을 인수·합병(M&A)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하만은 음향에 초점이 맞춰진 기업입니다.

반도체 등 그룹의 전자부품 사업과는 포인트가 조금 다른 회사입니다. 그래서 그룹의 전자부품사업부와 좀 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M&A였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유종우: 저는 크기보다 다른 M&A가 연쇄적으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삼성이 하만을 인수할 때 자동차 전장사업 본격화에 대한 의지를 표했는데, 하만 인수 하나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전장사업을 점찍은 만큼 관련 M&A 방향을 한 번 잡았으면 훨씬 더 많이, 자주, 크기와 상관없이 빠르게 진행해야 합니다.


-정대로: 지배구조 차원에서 보더라도 삼성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기업의 경영권을 확실히 거머쥐려면 삼성전자를 지속적으로 성장시켜야 합니다.

이유는 현재 약 15% 정도의 확실한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데 액수로 45조원쯤 됩니다. 세계에서 이만한 규모의 자금을 한 번에 움직일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없습니다. 기업의 규모가 커 경영권이 지켜지는 거죠. 그런데 예를 들어 경영이 악화돼 회사 주가가 4분의 1토막이 된다고 생각해 봐요. 그러면 시가 10조원 정도로 쪼그라드는 데 이렇게 되면 바로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공격이 들어올 겁니다.
삼성전자 ‘속도감 있는 M&A’가 살길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은 어떻게 보십니까.


-정대로: 솔직히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현재보다 더 끌어올리는 것은 힘들어 보입니다.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면서 그룹 내 보유 지분을 늘릴 수 있지만 2년 전이나 현재나 삼성전자에 대한 최대 주주의 유효 우호 지분, 즉 의결권은 15%밖에 안 됩니다.

삼성물산이든 누구든 그룹 내에서 삼성전자의 지분을 더 사고 싶을 겁니다. 투자 차원에서라도요. 하지만 지분율이 늘어나더라도 지배력은 더는 늘어나지 않을 겁니다. 보통주가 지배력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지배력과 지분율은 분명히 다릅니다.

지분율이 높다고 기업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이 부회장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더 이상 삼성전자의 지분 확보를 위한 또 다른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 부회장은 지금 수준의 우호 지분을 유지하면서 ‘관리’해 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전자의 배당 확대나 액면분할 등 주주 가치 제고 노력이 오히려 시설 투자나 M&A 재원을 훼손해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유종우: 복잡한 얘기일 것 같은데요. 기업이 성장하는 단계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성장성이 보이지 않으면 주주에게 돌려주는 게 맞습니다.

반대로 그거보다 M&A가 됐든 투자가 됐든 자신이 성장하는 게 보이면 진행하는 게 맞겠죠. 그동안은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 투자에 몰입해야 하는 시기였다면 지금은 훨씬 더 많이 벌어들이는 단계입니다. 일정 부분 돌려주는 게 맞는 시기죠.


그런데 회사가 전장사업을 통해 또 한 번 성장하겠다고 했으면 그쪽에 투자를 더 해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도 합니다. 실제로 수많은 주주 환원 정책을 펼쳤지만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은 그대로죠.


약간 아쉬운 점은 지난 4~5년 사이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M&A가 어마어마하게 많았습니다. 큰 거래만 해도 1년에 몇 건씩 이뤄졌어요. 이 때문에 지금은 반도체 산업에서 더 이상 사들일 만한 기업이 없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반도체 기업 M&A를 한 건도 안 했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아쉽습니다.


◆최 위원에게도 아쉬운 점을 묻고 싶네요.


-최도연: 조심스럽지만 과거에 비해 확실히 의사결정이 느려진 것 같습니다. 과거의 삼성전자는 무시무시했습니다. 세계 1위를 달성하지 못하면 관련 임직원들이 모두 옷을 벗을 각오를 해야 했습니다. 또 삼성전자의 문화상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고도 의아할 정도의 사건입니다. 만약 이런 일이 발생했으면 회사가 뒤집어졌을 만한데 별로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더군요.


삼성전자는 거대한 기업입니다. 솔직히 한국 기업으로서 여기에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앞으로 더 성장하려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요.


-유종우: 어렵네요.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집중’입니다. 몇 년간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글로벌 IT 기업의 추세에 따라 소프트웨어 쪽을 강화하는 게 맞는지, 잘하고 있는 하드웨어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물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가치들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저는 삼성이 이미 잘하고 있는 하드웨어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드웨어나 반도체 내에서도 해야 할 게 너무도 많습니다.

또 삼성전자가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를 개발해 성공시킬 확률이 소프트웨어로 성공할 확률보다 훨씬 큽니다. 개인적으로는 잘하고 있는 하드웨어를 조금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 맞는다고 봅니다.


-최도연: 저도 비슷합니다. 지나보면 과거 시대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업이 공존하며 커 왔습니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과 구글처럼요. 그런데 지금은 소프트웨어 업체만 성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요. 하지만

삼성이 소프트웨어나 서비스에서 어마어마하게 성공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드웨어 성장에 동의하는 이유입니다. 삼성이 핵심 기술을 정확히 알고 기다리다가 새로운 환경이 나올 때 삼성이 부각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정대로: 삼성전자도 분명 많은 고민이 있을 겁니다. 이런 문제를 이제부터라도 시장과 좀 더 공유하는 것이 시장의 신뢰를 더 얻을 수 있는 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삼성그룹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사업인 바이오 사업에 관심을 더 기울일 필요도 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의 배당을 가장 많이 받는 기업이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일 겁니다. 삼성전자가 조금만 더 노력해 준다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현금 흐름을 재원 삼아 바이오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삼성물산이 확실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삼성그룹 전체가 탄탄한 지배구조를 갖추게 되기 때문입니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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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 비즈니스 제 1182호(2018.07.23 ~ 2018.07.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