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88호 (2018년 09월 05일)

‘동남아는 내 텃밭’  각축 벌이는 글로벌 은행들

[커버스토리 = 동남아 금융벨트를 가다, 은행들의 신남방 전략] 
-日, ODA 통해 우호적 이미지 구축…‘동남아권’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은행도 영역 확장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동남아 시장은 ‘글로벌 은행들의 각축장’이다. 국내 은행들뿐만 아니라 일본·호주 등의 해외 대형 은행들도 탐을 내는 시장이다. ‘포스트 차이나’로 각광받고 있는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여전히 경제성장률이 높은 데다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못해 은행과 같은 금융 산업이 성장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의 은행들이 동남아 시장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이들 글로벌 은행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선 글로벌 은행들의 핵심 전략을 들여다봤다.

◆일본 MUFG, ‘철저한 현지화’ 핵심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은행들 중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단연 일본을 손에 꼽을 수 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팀장은 “일본은 정부·기업·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들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며 “매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1960~1970년대부터 정부 차원에서 동남아 시장에 공적개발원조(ODA)를 적극적으로 실시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의 기업들이 뒤따라 진출했고 이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의 은행들 또한 자연스레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동남아 지역의 일본 은행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가 상당히 유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정 팀장은 “예를 들어 미얀마 같은 국가들은 해외 은행들에 자국 내 영업을 위한 라이선스를 쉽게 주지 않는 편인데도 유독 일본 은행들에는 라이선스를 잘 내주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정부가 ODA 등을 통해 현지 정부·기업 등과 1차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계 은행들이 진출하는 전략이 힘을 발휘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신흥 아시아 시장 공략에 더욱 적극적이다. 이는 최근 일본 내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가 맞물린 상황에서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시행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을 비롯해 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SMFG)·미즈호금융그룹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그중 MUFG가 가장 적극적이다.

MUFG는 2013년 총자산 3조 엔(약 30조원)대의 태국 아유타야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2016년 총자산 1조 엔(약 10조원)대의 필리핀 시큐러티은행을 인수했다. 2017년에도 인도네시아 5위 은행인 다나몬은행을 인수하는 등 현지 은행을 그룹 산하로 편입하며 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 은행들의 동남아 시장 진출에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정책은 현지 영업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다. 대표적으로 MUFG는 독립적인 글로벌 사업본부(GCB)를 운영, 해외 진출 관련 업무를 일원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이를 더 강화하기 위해 GCB를 ‘글로벌상업은행사업본부’와 ‘글로벌기업투자금융사업본부’로 양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지역본부에는 기획·심사·리스크관리·컴플라이언스 등의 기능을 부여하는 ‘지역 담당제’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심사 기능의 현지화’다. 비일본계 기업에 대한 일부 심사는 현지에서 담당하고 인력도 일본인뿐만 아니라 현지 전문가를 채용해 수행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대표적인 호주 은행으로는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을 들 수 있다. ANZ는 호주 4대 은행 중 하나이자 뉴질랜드 최대 은행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강력한 영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ANZ는 ‘슈퍼 지역 은행(super regional bank)’ 전략을 통해 해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해외 진출 초기에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 동질성이 있는 뉴질랜드·피지 등 주변 국가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이들 지역에서의 성공 노하우가 아시아 지역의 진출을 본격화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

눈여겨볼 점은 정보기술(IT) 시스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다.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IT 시스템의 발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ANZ는 2010년 무렵 7억 호주 달러를 IT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투자한 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IT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을 만큼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ANZ는 지가·인건비 등의 비용이나 기술 수준·언어·위치 등을 고려할 때 IT본부가 호주에 있는 것보다 인도와 필리핀에 자리 잡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현재 인도의 방갈로와 필리핀의 마닐라에서 IT본부를 운영 중이다.



◆말레이시아, CIMB ‘이슬람 금융’ 특화

이 밖에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의 은행들도 같은 ‘동남아권’이라는 이점을 살려 동남아 시장 내에서 빠른 속도로 영토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중 말레이시아 2위 금융그룹인 CIMB는 인도네시아·싱가포르·태국·캄보디아 등 4개국을 중심으로 브루나이·미얀마·베트남 등 주변 지역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사업 부문에서도 개인금융·기업금융 외에 신탁·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이슬람 금융’이다. 실제로 CIMB는 본국인 말레이시아 외에 인도네시아 시장에서의 비율 가장 높은데 이는 ‘이슬람 금융’에 기인한다.

이와 함께 CIMB는 그룹의 해외 진출과 확장에 대한 계획·실행을 자문하는 해외 사업 자문 기구를 이사회 밑에 별도로 두고 있다. 이 또한 해외 진출 전략의 방향이 제대로 설정됐는지 수시로 확인·점검할 수 있어 CIMB의 주요한 강점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 밖에 싱가포르 DBS뱅크(싱가포르개발은행)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1968년 싱가포르 개발 금융 업무를 위해 설립된 DBS는 1999년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후 홍콩·중국·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대만 등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한 결과 동남아 최대 은행으로 성장했다.
 
DBS는 특히 동남아 시장에서 현지 은행 및 글로벌 은행들과 차별화를 위해 아시아에 집중하는 ‘아시아 방식의 전문 은행(banking the asian way)’을 특화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일관된 방향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먼저 싱가포르와 문화적으로 유사한 홍콩을 집중 공략해 위치를 확고히 한 뒤 동남아시아 시장을 서서히 잠식했다.

전통적으로 기업금융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DBS는 홍콩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중견·중소기업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며 시장 내 영향력을 높여 가고 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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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는 내 텃밭' 각축 벌이는 글로벌 은행들
-동남아 금융 진출, 해법은 '현지화와 글로벌 네트워크'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8호(2018.09.03 ~ 2018.09.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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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9-0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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