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제조업 재도약의 열쇠, 스마트 공장이 답이다]
-중소기업 사례로 본 도입 가이드…사업비 50% 정부가 지원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최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스마트 공장 도입이 급증하고 있다. 생산성과 품질 향상, 납기 단축, 매출 상승, 판로 확대, 노동환경 개선 등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52시간 근무제’로 노동시간이 단축되면서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는 경영자들도 스마트 공장 도입을 고심하고 있다.

민관합동스마트공장추진단(이하 추진단)에 따르면 추진단의 대표번호를 통해 접수되는 스마트 공장 관련 문의는 주당 평균 200여 건, 월평균 1000여 건에 달한다.

2014년 국내 스마트 공장이 277개, 2015년 추진단 출범 후 2017년 12월 말까지 누적 기업 수가 5003개라는 점에 비하면 뜨거운 열기다.

특히 제조업의 거의 모든 업종에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제조업은 기계 부품 조립, 전자 부품 조립, 인쇄회로기판(PCB) 제작, 정밀가공, 사출성형, 제약, 화학, 화장품, 패션, 가공식품, 뿌리 업종(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접합·열처리·표면처리) 등 16개 업종으로 세분화되는데 이 중 뿌리 업종의 요청이 가장 많다.

이들은 스마트 공장의 모든 것이 궁금하다. 사업 진행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사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 스마트 공장 도입을 통해 어떤 변화를 낳게 될지 알고 싶어 한다. 2017년 스마트 공장 지원 사업 사례(참조: '2017 스마트공장 지원사업 참여기업우수사례집')를 토대로 중소기업을 위한 스마트 공장 전환 방법을 알아봤다.

◆스마트 공장을 꼭 도입해야 할까.

스마트 공장을 먼저 도입해 성과를 경험한 이들은 “스마트 공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 공장을 추진 중인 미국·독일 등 전통 제조 강국들과 후발국인 중국의 ‘대국굴기’ 사이에 끼인 한국이 제조업 경쟁력을 극대화하라면 생산 구조 혁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또 대내적으로도 제조업계의 영업이익률 하락세, 장기적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최근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스마트 공장 도입을 통해 기업의 제조 경쟁력 향상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 공장을 도입한다고 모든 기업이 ‘빛’을 보는 것은 아니다. 기업 스스로 스마트 공장 구축의 필요성을 올바르게 인지하고 주체적인 결정을 통해 도입 의지를 확고히 해야 성공의 결실을 볼 수 있다.

스마트 공장 경영자들은 “스마트 공장 도입에 대한 기업 내부적인 고민과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컨대 인천에 자리한 산업용 펌프 제조업체인 청우하이드로는 임직원들과 스마트 공장 도입의 배경과 필요성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직원들 역시 결과가 나온 후에야 최종 진행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기존 업무의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며 경영자의 도입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청우하이드로의 스마트 공장 맞춤 솔루션을 진행한 전상근 추진단 기술위원은 “임원과 현장 노동자들을 심층 인터뷰하는 등 확인 작업을 선행한 후 기존 시스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충분히 모색했다”고 말했다.

청우하이드로 스마트 공장의 성공적인 도입은 경영자의 강한 의지와 직원의 호응 및 적극적인 노력, 기술위원의 헌신적인 도움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뤄질 수 있었다.
스마트 공장, 이렇게 시작하라
◆설비투자비용이 부담이다.

충남 천안시에 자리한 초정밀 가공 업체 정진을 이끄는 김재정 대표는 생산관리와 품질관리를 제고하기 위해 스마트 공장 도입을 염두에 뒀지만 가장 큰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1년 순이익에 맞먹는 구축비용이다.

김 대표는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 때문에 망설이던 중 클라우드형 스마트 공장을 접했다. 기업 내 단독 솔루션을 구축하지 않고 원격지의 데이터센터에 있는 스마트 공장 솔루션을 활용하면서 월 사용료를 지불하는 형태였다. 사업 기간 3개월, 구축비용은 9200만원이었다. 정부 지원금 5200만원을 제외한 회사 부담금은 3700만원에 그쳤다.

정진은 클라우드형 스마트 공장을 통해 구축비용과 유지·보수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고객사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생산관리와 품질관리를 만족시켰다. 특히 글로벌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항공 부품을 신규 배정받는 성과를 거뒀다.

김 대표처럼 스마트 공장 도입을 희망하는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구축비용이다. 스마트 공장 도입 비용은 기업의 역량, 투자 여력, 경영자의 의지 등 각 기업 현실에 따라 그 수준과 규모가 다르다. 이에 따라 비용 역시 천차만별이다.

예컨대 정진이 선택한 클라우드형 스마트 공장은 단독 시스템에 비해 구축비용이 저렴하고 구축 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재 이 사업은 8개(도금·사출·섬유직제·PCB·금형·프레스·정밀가공·단조) 업종만 지원할 수 있다.

스마트 공장 수준을 업그레이드할수록 투자 금액 또한 높아진다. 물론 정부 보조금을 통해 구축비용을 아낄 수 있다. 추진단이 수행하는 구축 지원 사업은 현재 기업당 사업비의 50%를 지원한다. 정부 보조금은 최대 5000만원이지만 ‘중간1’ 이상 구축을 목표로 하는 ‘시범 공장’ 사업은 최대 3억원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스마트 공장의 수준은 4단계(기초·중간1·중간2·고도화)로 정의된다.

단 매칭 비율과 정부 보조금 최대 한도는 구축 지원 사업,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개발 사업 등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 모델, 또 정부의 사업연도 예산 한도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구축 성과가 정말 있을까.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스마트 공장의 제1 목표다. 실제 2015년부터 2017년 말까지 스마트 공장 구축을 지원 받은 5003곳 중 설문 조사에 응한 2003개 기업은 평균 45%의 불량률 감소, 15%의 원가절감, 16%의 납기 단축 등의 성과를 냈다. 특히 생산성은 30% 향상됐다.

강원도 속초시에 있는 가공식품 업체 씨월드도 그중 하나다. 이 회사는 원자재 세척·튀김·포장 같은 공정은 대부분 자동화했지만 식품업체 특성상 일부 공정은 수작업으로 진행했다. 문제는 생산성이었다. 수작업이다 보니 노동자의 피로도에 따라 하루 생산량이 들쭉날쭉했고 숙련도에 따라 불량률도 제각각이었다.

이학도 씨월드 대표는 고민 끝에 스마트 공장 구축 사업의 문을 두드렸다. 이 대표의 선택은 옳았다. 공정 자동화 후 작업자가 출근하기 2시간 전 사람 대신 기계가 가마솥에 찹쌀 풀을 쑤고 이를 옮겨 놓는 것만으로 작업 시간이 2시간 단축됐다.

1인당 생산량은 25kg에서 38kg으로 늘었고 공정 불량률은 4%에서 2%로, 원자재 재고량은 46kg에서 40kg으로 줄었다. 사업 기간 5개월, 업체 부담금 5000만원으로 만든 성과다.
스마트 공장, 이렇게 시작하라
◆야근도 없앨 수 있을까.

스마트 공장은 경영자의 만족도만 늘리는 게 아니다. 스마트 공장을 구축함으로써 노동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추진단이 2017년 스마트 공장 도입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 238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동환경 개선에 만족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이들이 118명(49.6%)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이어 업무 공정 개선과 간소화에도 80명(33.6%)이 만족을 나타냈다.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자동차용 수공구와 결합용 금속 파스너(고정용 철물)를 생산하는 에이패스의 직원들도 스마트 공장 도입 후 불필요한 추가 업무가 줄었다. 도입 이전에는 전산화가 잘돼 있지 않아 생산 공정 현황에 대한 공유가 어려웠다. 내용 확인이 필요할 때는 해당 공정 담당자를 직접 찾아가 서류를 대조하기 일쑤였다. 추가 업무로 정시 퇴근도 힘들었다.

하지만 2017년 스마트 공장을 구축(회사 부담금 3900만원, 구축 기간 4개월)하면서 수입부터 출하 검사, 설비 점검에 이르기까지 실시간 전산 등록이 가능해졌다. 자기 자리에서 클릭 몇 번으로 공정 현황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덕분에 퇴근 시간도 1시간 정도 앞당길 수 있게 됐다. 스마트 공장 구축으로 ‘저녁이 있는 삶’의 시작이 가능해진 셈이다.

직원들은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많은 이들이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다. 하지만 스마트 공장 구축은 매출 증가와 일자리 창출을 가져온다. 신규 시스템 도입으로 새로운 직무가 필요하고 생산량이 증가하면 신규 인력도 채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스마트 공장 구축 기업은 고용이 평균 2.2명 늘었다. 이는 해마다 줄어드는 국내 제조업 고용률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결과다.

전남 장성군 남면에 자리한 중소 화학업체 화진산업 역시 고용 창출이란 ‘마법’을 경험했다. 스마트 공장 도입으로 회사의 핵심인 연구·개발과 생산·관리 분야에 6명을 충원하며 조직 규모가 2배로 커진 것이다.

회사는 단순노동을 줄이는 대신 핵심 인재 육성을 통해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2017년 봄 스마트 공장을 적극 도입했다.

계획은 적중했다. 핵심 인재 관리와 제조 환경 개선으로 연매출이 2016년 20억원에서 2017년 5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사업 기간 총 6개월, 업체 부담금 4300만원으로 이룬 성과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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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9호(2018.09.10 ~ 2018.09.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