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89호 (2018년 09월 12일)

“IoT 센서로 쇳물 상태 실시간 파악”…스마트 공장으로 진화하는 포스코

[커버스토리 : 제조업 재도약의 열쇠, 스마트 공장이 답이다]
-포항 제2고로, 첨단기술로 ‘노황’ 최적화 유지…생산량 5% 늘고 연료비는 감소

포스코 스마트 공장이 완전히 구현됐을 때를 예측한 모습.



[한경비즈니스(포항)=이명지 기자] ‘고로’는 ‘높은 곳에 있는 화로’란 뜻이다. 고로가 제철소의 심장인 이유는 제철 공정의 첫 단계인 제선 공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제선 공정은 쇳물을 생산하는 기초 과정이다. 철광석과 연료탄·유연탄을 높이 약 100m의 고로에 넣은 뒤 섭씨 영상 1200도의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연료탄이 타면서 나오는 열에 의해 철광석이 녹아 쇳물이 된다.
 
9월 3일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포항제철소 제2고로에 도착했다. 고로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중앙 운전실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하늘색 작업복을 입은 3명의 직원이 제2고로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으로의 변신이 시작됐다고 해서 중앙 운전실 근무자들의 주요 업무가 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은 전과 확연히 다르다. 중앙 운전실에서는 연소 상태를 볼 수 있는 30개의 화면을 통해 고로로 들어가는 철광석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 

◆40년의 경험의 ‘숫자’로  

이전에는 근무자들이 30개의 화면을 육안으로 살펴봐야만 했다. 순전히 ‘경험’에 의지해 환했던 화면이 어두워지면 연소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이른바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이 시작된 후 연소 상태를 정확한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김형우 포항제철소 제선부 매니저는 “기존에도 1000여 개의 센서는 있었지만 스마트 공장을 구축하면서 10개의 센서가 신설됐다”고 말했다. 신설된 센서들이 바로 디지타이제이션의 결과물이다.

첨단 기술은 인간의 경험과 조화를 이뤘다. 디지타이제이션은 철강 제조 현장에서 축적된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로 변환한 것으로, 40여 년간 작업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을 정확한 수치로 표현해 냈다. 

스마트 공장은 기업별·업종별로 구축 방법과 목표가 천차만별이다. 한국 최고의 철강 기업 포스코의 첫째 목표는 딥러닝을 통한 인공지능(AI)으로 용광로의 상태인 ‘노황(爐況)’을 ‘자동제어’하는 것이었다. 용선 온도는 항상 ‘섭씨 영상 1500도’에 가까워야 한다.

이보다 온도가 떨어지면 유동성이 악화돼 조업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제2고로의 ‘스마트화’ 과정을 두 단계로 우선 나눴다. 첫째는 비정형 데이터를 정형화하는 1단계의 디지타이제이션, 둘째는 딥러닝 AI를 활용해 용광로 노황을 자동제어하는 스마타이제이션(smartization)이다. 

이 과정을 통해 제2고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신하고 있을까. 김형우 매니저가 코크스(점결탄의 고온 건류에 의해 생기는 다공질 고체 연료)가 오가는 물류 트래킹 화면을 가리켰다. 쇳물을 만들어 내는 ‘고로’에는 쇳물의 주원료인 철광석과 철광석을 녹이는 코크스가 함께 들어간다. 철광석과 코크스의 상태는 쇳물의 질을 좌우한다. 

예전에는 용광로에 사용하는 석탄과 철광석을 사람이 직접 수동으로 샘플링(모집단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것)해 확인해야만 했다. 하지만 고로의 ‘스마트화’로 이러한 수고는 더 이상 필요 없어졌다. 고화질 카메라로 코크스의 상태를 판단하고 쇳물의 상태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람이 2시간에 한 번씩 직접 측정해야만 했던 용광로 내부의 쇳물 온도도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제철소 노동자가 스마트 안전 앱을 사용하고 있다.



작업의 정확도도 높아졌다. 스마트 공장 도입 전 제2고로에서는 네 시간에 한 번씩 50kg의 철광석을 총 6번 샘플링했다. 즉 하루에 철광석 300kg을 근무자가 직접 샘플링해 강도나 입도 등을 확인한 것이다. 6000톤의 쇳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광석 1만 톤이 필요하다.

샘플링 된 철광석은 전체 표본의 0.003% 수준으로 전체 철광석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철광석의 상태를 좀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김 매니저는 “고화질 카메라의 설치로 철광석의 수분이나 입도 비율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게 가능해졌다”며 “기존에 전체 철광석의 0.003%만 확인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40%의 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인력의 효율성도 높아졌다. 제2고로에서는 1980년대만 해도  1조에 10명 이상의 노동자가 투입 돼 공정을 지켜봤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화의 일환으로 중앙 운전실에만 1조에 3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그래도 하루에 6000톤의 쇳물을 생산해 내는 제2고로를 ‘컨트롤’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노황’ 최적 유지로 원가절감 꾀해  

제2고로의 관리자들에게도 디지타이제이션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가장 좋은 점은 노황의 흐름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수많은 데이터 값이 꺾은선으로 표시되지만 과거에는 순간의 데이터가 점으로 나타나 파편적인 상황만 파악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노황이 좋은 방향으로 가는지, 혹은 나쁜 방향으로 가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육안으로만 파악해야 했던 고로의 상황이 숫자와 꺾은선으로 기록되면서 피로도가 상당히 줄었다는 게 현장 노동자들의 설명이다.

스마트 공장은 결국 인력의 문제와 귀결된다. 첨단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포스코는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를 늘리는 추세로 가고 있다. 과거 제철소에서도 어느 정도 공정 자동화는 이뤄진 상태였다. 여기에 디지타이제이션을 도입하자 연구 인력이 오히려 늘어났다. 

하지만 공장이 완전한 ‘스마트 공장’으로 거듭난다면 운전 인력은 1명도 필요 없어지는 게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모든 수치를 데이터화해 컴퓨터의 자동제어가 가능해져도 ‘셧다운’이나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에러를 막기 위해서는 1명의 근무자는 꼭 필요하다. 여기에 2명은 설비 개선 등 고부가가치 업무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지금처럼 3명의 근무자는 꼭 상주해야 한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도금량 제어 자동화 솔루션 운전실.



산업 현장에서는 ‘오늘도 무사히’라는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생산 현장에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대형 사고에 노출될 위험도 높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는 데도 스마트 공장으로의 전환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고로는 커다란 압력 용기다. 밑에서는 열풍을 주입하고 그 열풍은 코크스를 태운 후 상부에서 해소된다. 만약 고로 안의 통기성이 저하돼 열풍의 압력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상부의 압력이 순간적으로 상승하는 ‘취발현상’이 생긴다.

하지만 스마트화로 고로 안의 상태를 데이터로 볼 수 있게 되면서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게 됐다. 딥러닝 기반의 인공신경망 기술을 활용해 컴퓨터가 자동으로 풍량을 예측하고 미리 제어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공장의 목적은 결국 ‘원가절감’이다. 제2고로는 스마트 공장이 그리는 최종적 목표를 차근차근 이뤄 가고 있다. 포스코에 따르면 포항 제2고로의 지난해 생산량은 전년 대비 5% 개선됐고 연료비는 용선 1톤에 4kg이 절감됐다.  

◆모든 데이터 집약한 ‘데이터센터’ 개소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스마트 공장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제2고로가 ‘퍼스트 무버’로 움직이고 있지만 포항의 다른 고로와 광양 제철소도 스마트 공장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2017년 제철소와 기술연구원,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이종석 교수가 산학연 공동으로 ‘인공지능 기반 도금량 제어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해 광양 3CGL(도금공장)에서 본격 가동하고 있다.

이 솔루션은 자동차 강판 생산의 핵심 기술은 용융아연도금(CGL)을 AI를 통해 제어해 도금량 편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이다. 실시간으로 도금량을 예측하고 목표량을 정확히 맞춘다. 

또 지난 2월에는 제철 설비에 최적화된 하이브리드형 스마트 공장 플랫폼 개발을 선언했다. 포스코의 스마트 공장 플랫폼 ‘포스프레임(PosFrame)’과 제너럴일렉트릭(GE)의 솔루션 ‘APM’을 결합해 제철 설비에 최적화된 플랫폼 ‘포스프레임 플러스’를 개발 및 사업화한다.

포스코와 GE는 그 첫째 단계로 포항제철소 5호기 발전설비에 APM을 적용해 기존 포스프레임과의 호환성을 테스트하고 연말까지 모듈 개발과 적용성을 검증한다. 만약 포스프레임 플러스가 개발된다면 설비 운영 효율 향상은 물론 안전사고 예방에도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23일 포항제철소 ‘스마트데이터센터’가 가동에 들어가 공장 스마트화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스마트 데이터센터’는 본사 전산실과 포항제철소 내 32개 공장에 설치된 IoT 센서로 얻은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저장하는 곳이다. 

산업의 쌀을 만들며 1970년대 고도의 경제 발전의 한 축을 이룬 제철소는 이제 어엿한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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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9호(2018.09.10 ~ 2018.09.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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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9-1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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