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스파오'의 성공 스토리]
- 구조조정 끝내고 부활 시동…스파오, 그룹의 새 캐시카우로
‘패션 명가’ 이랜드, SPA에 미래 건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이랜드그룹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한때 400%에 육박하던 부채비율은 160%대로 뚝 떨어졌다. 올해는 2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수익 경영의 기반을 회복했다는 평가다. 비효율적 매장을 닫고 점장 책임제 도입, 셀 조직 운영 등 내실과 혁신을 기한 덕분이다. 특히 자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스파오’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스파오는 지난해 3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억원의 영업이익도 거뒀다. 스파오는 이제 명실상부한 이랜드의 1위 브랜드이자 간판이 됐다.

◆ 이랜드 회생 불 지핀 스파오
‘패션 명가’ 이랜드, SPA에 미래 건다
지난해만 해도 이랜드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각이 많았다. 부채 해결에 집착해 알짜 브랜드와 부동산을 성급하게 팔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이랜드는 작년 1월 패션 브랜드 ‘티니위니’를 8700억원에 중국 기업에 매각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생활용품 브랜드 ‘모던하우스’를 7130억원에 매각했다.

시장 가치가 높은 부동산도 팔았다. 각 계열사의 홍대역·합정역 부동산, 마곡 부지, 평촌 NC백화점, 부산·강원도 부지, 물류 창고 등을 처분했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은 모두 부채를 정리하는 데 썼다.

하지만 또 다른 걱정이 시작됐다. 알짜 브랜드를 다 팔아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마땅한 사업이 없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300억원을 올린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작년보다 10% 이상 증가한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랜드 측은 “알짜 브랜드들을 매각했는 데도 좋은 실적을 낸 것은 사업의 수익 구조가 개선됐기 때문”이라며 “그 선봉에 스파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파오는 최근 몇 년 새 성장세를 이어 왔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매장에서 모두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스파오가 탄생했다.

그룹의 전폭적 지지를 업은 스파오는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는 베트남·인도·미얀마 등에 해외 공장도 세웠다. 2009년 베트남 탕콤에 있는 연간 300만 장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인수했고 2010년 인도 무드라에선 연간 100만 장의 셔츠를 생산하는 공장을 사들였다.

디자인 자체를 공장에 넘겨 옷을 생산해 매장까지 가져오는 데 걸리는 시간도 대폭 줄였다. 기획부터 매장 판매까지 단 ‘5일’ 걸리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옷 한 벌당 수천만 장씩 생산하는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와 ‘H&M’보다 더 빠른 생산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유행하는 디자인을 합리적 가격대 제품으로 발 빠르게 내놓자 매출도 뛰었다. 스파오의 매출은 2009년 100억원에서 2014년 2000억원, 지난해 32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매년 20% 이상의 급성장이었다.
‘패션 명가’ 이랜드, SPA에 미래 건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부상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스파오는 매장을 늘려 갔다. 2009년 12개였던 오프라인 매장은 2014년 55개, 2017년 72개까지 늘었다. 올해도 오프라인 매장을 4개 더 늘렸고 내년까지 30개 정도 매장을 더 열 계획이다.

스파오는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대신 효율성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점장 책임제다. 보통 패션 매장의 점장은 상품 진열과 직원 관리, 재고 파악 등의 역할만 한다.

하지만 스파오의 모든 점장들은 매출과 수익을 책임지는 독립 경영 체제로 매장을 관리한다. 어떤 옷이 잘 팔리는지, 매장 위치별 제품 배치는 적절한지, 재고가 부족하지 않은지, 객단가(고객 1인당 구매액)는 얼마인지 등을 체크한다.

잘 팔릴 만한 제품을 빠르게 들여놓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 결과 스파오의 객단가는 올해 5만2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0% 올랐다. 또 ‘짱구 파자마’가 출시 6개월 만에 15만 장 이상 팔리는 등 ‘히트’ 상품도 줄줄이 나왔다.

올봄에 출시한 ‘트러커 재킷’과 ‘체크 재킷’은 출시하자마자 3만 장 이상 팔렸고 3월에 내놓은 반소매 티셔츠는 7만 장 이상 판매됐다.

◆ 제2의 스파오는 또 있다
‘패션 명가’ 이랜드, SPA에 미래 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스파오 점장과 직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성과 인센티브 제도로 회사와 직원 모두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브랜드를 키우는데 일가견이 있는 기업이다. 1980년대 이화여대 앞에서 작은 옷가게로 시작한 이랜드는 브렌따노·언더우드·헌트·스코필드 등 37년간 키워 온 브랜드만 해도 200개 넘는다.

이번 재무 위기도 그동안 직접 만들어 키운 브랜드의 힘이 있어 극복할 수 있었다. 티니위니와 모던하우스처럼 메가 브랜드로 키운 브랜드는 시장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아 1조6000억원 가까이 되는 자금이 됐다.

구조조정을 거치며 일부 브랜드를 정리했지만 이랜드는 아직 69개의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를 제외하면 모두 직접 키운 브랜드들이다. 일반 패션 대기업들이 자사 브랜드 중 30~50% 이상을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로 채우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현재 이랜드에는 스파오 외에도 메가 브랜드로 평가받는 브랜드가 여럿 있다. 그중 하나가 스코필드다. 2005년 중국에 진출해 작년 매출 2000억원을 달성했다. 직장 여성이 주요 소비자인 이 브랜드의 가격대는 정장 한 벌에 5000위안(약 82만원) 정도다.

중국 상하이의 대표적 백화점인 빠바이반에서는 여성복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 들어서만 중국 고급 백화점에 20개 매장을 새로 냈다. 미쏘도 제2의 스파오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랜드 관계자는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브랜드를 직접 론칭해 왔고 그것들이 꾸준히 성장해 밑거름이 되고 있다”며 “티니위니가 중국인의 큰 사랑을 받아 이랜드의 곁을 떠났지만 그 뒤를 잇는 스파오 같은 브랜드들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스파오뿐만 아니라 미쏘 역시 글로벌 SPA 브랜드로 거듭날 것을 확신하고 있다. 또한 제2, 제3의 스파오를 더 육성할 계획이다.

이랜드 경영진은 브랜드 출시부터 육성·매각까지 모두 경험했고 성공시켰기 때문에 앞으로도 브랜드 매니지먼트 능력을 기반으로 이랜드를 대표하는 메가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cwy@hankyung.com


[커버스토리 : '스파오'의 성공 스토리 기사 인덱스]
- 약진하는 SPA 산업, 불황은 없다
- '패션 명가' '이랜드, SPA에 미래 건다
- '연 20%' 스파오 초고속 성장의 3가지 비밀
- 365일 24시간 '풀가동'…기획에서 매장 판매까지 5일이면 'OK'
- "'장남' 스파오, 3년 내 매출 1조원 달성할 것"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1호(2018.09.17 ~ 2018.09.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