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스파오'의 성공 스토리]
- 말단 직원이 주도하고 본사가 서포트…‘짱구 파자마’ 등 히트작 쏟아내
‘연 20%’ 스파오 초고속 성장의 3가지 비밀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요즘 스파오가 잘나간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브랜드의 무게감이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확 달라졌다.

유행을 뒤쫓기 바빴던 ‘패스트 팔로워’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변신했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위기에 빠졌던 이랜드그룹의 ‘캐시카우’ 역할도 자처한다.

스파오는 론칭 이후 연평균 성장률이 20%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 320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200억원 가까이 거둬들였다. 올해에는 국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로는 꿈의 숫자라는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파오의 성장은 국내 패션 유통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 패션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파격’과 ‘혁신’이 만들어 낸 성공 스토리다.

업계에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는 ‘왝더독(wag the dog) 정신의 성공’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직의 말단 직원이 일을 주도하고 본사가 서포트해 사업을 성공시켰다는 뜻이다.

◆ 성장 비결①
- 스파오 직원이라면 누구나 ‘기획자’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들은 본사에서 제품 기획과 생산을 담당하고 매장 직원들은 할당된 제품 판매에만 전념한다.

하지만 스파오는 현장 아르바이트부터 점장까지 모두가 상품 기획에 참여한다. 얼마나 신선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느냐에 따라 현장 근무자가 경영자로도 성장할 수 있다. 인센티브는 덤이다. 실제 현장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현재 관리자가 된 사례가 적지 않다.

스파오는 이런 시스템을 좀 더 활성화하고 체계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디자이너·기획·생산·점포·마케팅·인사·비주얼머천다이저(VMD) 등의 직원들이 서로 다른 부서 사람들과 협업하는 셀 조직을 만들었다.

각자 속한 셀 조직에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상품 개발의 토대를 마련하는 일종의 프로젝트팀이다. 셀 조직들은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고객의 니즈가 무엇이고 어떠한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상품성이 있을지 토론한다.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디자인 작업 등을 거쳐 회사에 기획을 올린다. 회사는 사업성을 재검토한 후 생산 공장에 소량의 샘플을 요청해 생산하고 시장의 반응을 살핀다. 반응이 좋으면 바로 대량생산에 들어간다.

이렇게 탄생한 제품이 지난해 히트한 ‘짱구 파자마’다. 올해도 히트작은 나왔다. ‘스파오×김혜자 컬래버레이션’ 역시 셀 조직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작품이다. 셀 조직에서 나온 기획으로 출시를 앞둔 상품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연 20%’ 스파오 초고속 성장의 3가지 비밀
◆ 성장 비결②
- 현장의 소리 ‘데일리시트’

스파오의 시스템 혁신 중 하나로 ‘데일리시트’도 빼놓을 수 없다. 매장에서 고객이 많이 찾은 스타일, 불편하다고 말한 사항, 반응이 가장 좋았던 상품 등에 대한 내용을 현장 직원들이 작성해 스파오 전체 직원이 공유한다.

현장에서 발견된 고객의 니즈가 즉각 반영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이 데일리시트의 중요도는 매우 높다. 데일리시트를 토대로 매주 월요일 본사 직원과 현장 직원들이 미팅을 갖고 새로운 상품 출시 및 보완해야 할 상품에 대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특히 기존에 판매된 제품들의 단점을 빠르게 캐치하고 현지 생산 공장과 내용을 공유하고 보완책을 찾아 한층 성숙한 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스파오는 이 시스템 도입으로 불량률을 줄이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임으로써 점포당 연매출 1억원 정도를 늘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성장 비결③
- 숨어 있는 고객의 니즈 발견

스파오는 정보화 시대에도 잘 대비하고 있다. 현장에서 듣지 못하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이슈화되는 패션 트렌드들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고 있고 자사는 물론 타사 브랜드에 대한 온라인 반응을 취합해 데이터로 등록한다.

발견한 정보는 빅데이터에 저장되며 여기서 나온 자료를 상품 기획에 반영한다. 이는 현장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숨어 있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으로 스파오를 한층 성숙되고 트렌디한 브랜드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스파오는 의류 유형부터 디자인·가격·마케팅 아이디어까지 고객과 함께 만들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온라인 채널을 강화해 고객과의 소통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 제품 홍보 차원이 아니라 상품 디자인을 고객이 직접 결정하기도 하고 컬래버레이션 기획 단계부터 고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콘텐츠를 운영 중이다.

그 결과 스파오 블로그의 하루 방문자 수는 지난해 초 2000여 명에서 현재 2만여 명까지 늘어났다. 스파오 공식 페이스북 채널의 팔로워도 현재 26만을 기록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만들어진 콘텐츠 중에 대표적인 것은 포켓몬 컬래버레이션 상품이다. 출시 당일 5만 장이 4시간 만에 전국 매장에서 완판됐고 주간 노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8700만 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포켓몬 컬래버레이션 상품은 지속적인 고객의 요청으로 현재 4차까지 진행됐고 정판율(정상가격 판매율) 98% 이상 놀라운 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또한 스파오는 고객들이 손쉽게 상품을 찾아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온라인 채널 상품 구성 강화에도 힘썼다. 온라인 전용 상품 출시, 핵심 상품 온라인 우선 출시 등의 전략을 통해 지난해 온라인 누적 매출 160억원을 달성해 기존 기록을 갈아치웠다.

스파오는 올해 브랜드 정체성을 더 확고히 하는 한편 한국 대표 SPA 브랜드로서 중화권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는 제품들을 오프라인 쇼룸이 있는 브랜드 콘셉트로 탈바꿈시켜 차기 SPA 브랜드의 성공적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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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1호(2018.09.17 ~ 2018.09.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