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스파오'의 성공 스토리]
- 365일 24시간 '풀가동'…원사에서 봉제까지 수직 계열화
‘SPA 생산기지’ 베트남 탕콤…기획에서 매장 판매까지 5일이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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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베트남)= 한경비즈니스 차완용 기자] “냔 헌, 땃 헌, 레 헌.” “브언 또이 쩌우아, 쁘언 또이 또안 꺼우.” “탕콤, 탕콤 얏.”

9월 4일 베트남 호찌민시 떤선땃 국제공항 인근에 자리 잡은 섬유·의류 공장 ‘탕콤’ 본사. 이른 아침 7시 30분, 수천 명이 내지르는 우렁찬 구호가 공기를 흔든다. 한국말로 “더 빠르고, 더 좋고, 더 싸게”, “아시아를 향해, 세계를 향해”, “탕콤, 탕콤 얏”이다.

구호의 울림이 사라지는 순간 작업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작업장을 찾아간다. 매일 아침 볼 수 있는 탕콤 본사의 풍경이다.

◆ 6600명이 근무하는 탕콤 공장

탕콤 본사는 35만6208㎡(약 10만7700평)에 공장 12개동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만 3000명이 넘는다. 단일 공장 규모로는 베트남 내에서도 손꼽히는 크기다.

인근 지역(30분 이내 거리)에 있는 공장 지사도 2곳이 더 있다. 또 자동차로 2~3시간 거리인 메콩강가 빌롱시에도 2개의 공장 지사가 있다. 이들 지사 4곳은 대부분 원사(실)와 직조 제조를 만들어 본사로 보낸다. 지사까지 합친 탕콤 공장의 노동자는 무려 6600명이 넘는다.

탕콤 공장의 가장 큰 장점은 방적(원사)부터 편직·제직·염색·가공·봉제에 이르기까지 자체적인 의류 제조 산업의 수직 계열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는 점이다. 주문자상표부착(OEM) 생산이나 일부 원사나 편직을 납품받는 것이 아닌 직접 실을 만들어 원단을 가공하다 보니 원가를 절감하고 품질을 높였다.

여기에서 남는 이윤으로 기술 개발(R&D)을 추진하면서 다른 SPA 브랜드보다 양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또 수직 계열화 덕에 품질의 균일화와 발 빠른 제작 생산 시스템도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국내 의류 제조 유통 기업 중 유일하게 기획부터 매장 판매까지 ‘5일’ 걸리는 시스템은 탕콤 공장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탕콤 공장의 경쟁력 덕에 스파오와 미쏘·로엠 등 이랜드의 SPA 브랜드는 다른 경쟁 브랜드보다 보다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공장 견학을 위해 본사 본관 건물을 방문했다. 이랜드그룹 탕콤 공장 담당자인 이우해 과장이 간단한 탕콤 공장 소개와 함께 이랜드 아시아 홀딩스의 운영 현황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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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미얀마·인도에 생산 거점 구축

이랜드 아시아 홀딩스는 쉽게 말해 이랜드그룹의 패션 사업을 지원하는 제조 회사다.

1991년 처음 글로벌 생산 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스리랑카에 엘피스랑카(여성복 생산) 현지 공장을 설립한 이후 베트남으로 저변을 넓혀 이랜드 베트남을 구축하고 롱안(아동·캐주얼·스포츠의류 생산), 구찌(여성복 생산) 등에 공장을 세웠다.

이후 미얀마에 제우(아동복 생산), KMC(캐주얼 생산) 공장을 설립했고 인도에 이랜드 인디아(셔츠 생산)까지 생산 거점을 넓혔다.

이 중 이랜드 아시아 홀딩스가 집중한 생산 거점은 베트남이다. 이랜드 아시아 홀딩스의 최대 생산 공장인 탕콤 공장(니트 생산)을 인수한데 이어 SY 비나(본사 교직물 생산)도 설립했다.

이랜드 베트남 규모도 키웠다. 기존에 운영하던 롱안·구찌 외에 짱방(캐주얼·아동복 생산), 빈증(아우터·여성복) 공장도 추가로 세웠다. 이렇게 이랜드 아시아 홀딩스가 아시아 지역에 확보한 생산 거점은 2018년 9월 현재 공장 수 37개에 이르며 종사하는 노동자만 1만7258명이다.

이랜드 아시아 홀딩스는 이들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라인을 최적화해 운영하고 있다. 노동자의 숙련도를 키우기 위해 공장별로 특화 생산화를 추진했다. 이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이은홍 이랜드그룹 부사장(이랜드 아시아 홀딩스 대표)이다.

베트남에 공장을 세울 때는 베트남에서 수년을 머물렀고 스리랑카·미얀마·인도 등에서도 수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 다녔다. 하도 돌아다닌 덕에 아시아 지역 섬유 공장 생산 거점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이런 이 부사장의 노력과 추진력은 이랜드 SPA 브랜드가 성공 가도를 달리는 배경이 됐다.

이날 탕콤 본사에서 만난 이 부사장은 “2006년부터 그룹의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SPA를 키우기로 결정하고 글로벌 생산 라인 구축을 추진해 왔다”며 “SPA 패션 사업 지원을 원활이 수행하면서 브랜드가 성장했고 이는 다시 공장으로 물량 발주가 이어지면서 서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이랜드 SPA 사업과 관련한 탕콤 공장의 시스템도 자랑했다. 그는 “탕콤 공장은 SPA 제품 생산에 가장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춘 곳”이라며 “유행에 민감하게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SPA 산업은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필수인데, 탕콩 공장에는 20년 이상 근무한 숙련자들이 절반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1967년 설립돼 베트남에서 ‘국민 기업’ 대접을 받아왔던 탕콤을 인수하면서 추가로 얻은 결과물이다. 사실 탕콤은 이랜드 아시아 홀딩스가 인수할 당시만 하더라도 규모만 컸지 생산성이 떨어져 적자에 허덕이던 공장이었다.

그 덕분에 다소 싼값에 인수하긴 했지만 지금의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노동자 교육과 최신 설비 구축에 많은 공을 들여 왔다.

현재의 탕콤 공장은 365일 24시간 풀가동으로 운영된다. 수직 계열화 시스템을 만든 후 이랜드그룹의 패션 발주 물량(2018년 9월 현재 전체 공장 생산량 40% 내외)이 꾸준히 늘고 있고 시스템 안정화 속에 우수한 제품이 생산되면서 외부 발주 물량도 한없이 밀려들고 있다.

특히 원단 품질의 우수성을 깐깐히 따지는 미국이나 일본 기업들의 발주가 넘친다. 현재 탕콤 공장에는 미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탐스, 유통 브랜드 JC페니를 비롯해 일본에 유통되는 크로커다일, 프랜차이즈 기업 이토츠가 주요 바이어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주문 물량이 늘고 거래처도 증가해 현재 공장 증설을 곳곳에 추진하고 있고 대규모 생산 공장 건립 부지도 마련해 놓은 상황이다. 탕콤 공장의 연매출은 현재 4000억원 규모로, 2009년 설립 후 계속 10% 이상 성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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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기계에서 쏟아 내는 각종 원단들

이 부사장과 미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공장 탐방에 나섰다. 우기 시즌에 접어든 베트남이었지만 이날만큼은 날씨가 맑고 쾌청했다.

가장 먼저 탕콤 공장을 방문하는 바이어들이 들르는 본사 건물 3층에 있는 사업화기술개발(R&BD)센터를 들렀다. 탕콤 공장에서 생산하는 원단과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첨단 소재부터 기능성 소재를 개발하는 과정과 원단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원단으로 니트를 만들면 어떠한 품질이 나오는지 함께 볼 수 있었다.

눈에 띈 것은 그동안 납품했던 기업들의 샘플이다. 유명 글로벌 프랜차이즈 유니폼에서부터 국내 스파오 제품, 국내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뉴발란스 등의 니트가 한없이 펼쳐져 있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면방적 공장이었다. 본사 입구에서 바라볼 때 그리 넓지 않아 보였던 공장은 본사 건물을 오른쪽에 끼고 안쪽으로 들어서자 엄청난 면적의 부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 부지에는 수많은 건물이 들어서 있었고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는 공장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방적공장은 대부분 공장 자동화가 이뤄져 있어 노동자는 생각보다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대부분 기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제품이 잘 생산되고 있는지 체크했다. 생각보다 한가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한 해에 생산하는 면사는 2만2000톤에 이른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실로 직물을 만드는 제직 공장이다. 수천 개의 실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기계를 통해 하얀색 천이 만들어져 나왔다. 이곳에는 각 기계마다 노동자들이 붙어 트임이 발생한 부분을 찾아내고 수선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이곳에서 연간 1000만m의 직물이 생산된다는 설명이다.

이후 이동한 곳은 편물 공장이다. 동그란 대형 기계를 둘러싸고 수백 수천개의 실타래가 장관을 이루며 돌아간다. 도대체 무얼 하는 곳인지 직원에게 묻자 쉽게 뜨개질하는 기계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말을 듣고 기계 밑에 있는 동그란 원통을 바라보니 뜨개질한 듯한 모양의 원단이 계속 쌓여 가고 있었다. 이곳에는 이러한 기계가 총 350대 설치돼 있었고 연간 1만 톤의 원단이 만들어졌다.

염색 공장으로 이동했다. 공장에 들어서자 염색 약품의 냄새가 코를 찔렀고 눈마저 따끔거렸다. 이 때문인지 이곳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빨리 벗어나고 싶었지만 염색 공장의 시스템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복잡했다. 염색약 혼합실, 염색기 공장, 텐더 가공실 등 염색 과정에 따라 별도로 공장이 나뉘어 있었다.

엄청 큰 크기의 대형 염색기부터 3분의 1만한 염색기 10여 대가 공장을 빼곡히 채웠다. 기계들이 돌아가고 있던 터라 공장 내부는 말 그대로 ‘찜통’이다. 빨리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공장 안내를 해주는 이 과장은 이곳에 중요한 것이 있다며 붙잡았다.

바로 대형 염색기 앞에 일자로 설치된 3분의 1 크기의 작은 염색기였다. 그 기계가 왜 중요한지 묻자 “국내 SPA 제품 생산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최근 기계를 10대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대당 가격이 10억원 정도 한다니 최근 탕콤 공장은 100억원이라는 큰돈을 투자한 것이다.

이 기계의 역할은 대단했다. SPA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맞춤 염색기였다. 시장 대응을 더 빨리 하기 위해 대량생산 전 소량생산으로 원단에 염색을 입히고 제품을 만들어 시장의 반응을 보기 위해 특별히 들여온 것이다.

직물이나 방적 등의 원단은 생산해 놓고 나중에 사용해도 되지만 염색은 보관이 잘못되면 변색의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소량의 원단을 염색할 때는 이 염색기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염색장에는 텐더 가공장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수십m 길이의 이 대형 기계는 색깔을 입힌 넓은 천을 활짝 펼친 채 끊임없이 빨아들인다. 이 과장은 “이 작업은 기계의 길이가 길면 길수록 염색의 질이 좋고 천의 상태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 시간 아끼려 항공운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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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 공장에서 나오니 좀 숨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 무덥고 우기로 습한 베트남의 날씨가 미워지기까지 했다. 이 과장이 다음으로 안내한 곳은 수십m 크기의 대형 보일러실이었다.

‘더운 날씨에 고생시킨 내가 미운가 보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다행이 이곳은 들어가지 않고 멀찍이서 소개해 줬다. 이 과장은 “염색을 하기 위해선 대형 보일러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웬만한 소형 공장 크기의 보일러실 두곳에서는 계속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정수장. 염색으로 인해 폐수가 만들어지는 산업의 특성상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장소다. 이 과장의 손이 한 곳을 가리켰다. 대형 원통이다. 이 과장은 “최근 6억원을 들여 만든 정수기”라고 했다.

이 밖에 지금 탕콤 공장에는 수억원짜리 대형 정수 시설이 추가로 만들어지고 있다고도 알려줬다.

이제 마지막으로 봉제공장을 둘러볼 차례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침 조회 시간에 보였던 수천 명의 노동자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의문은 봉제 공장에 들어서자 풀렸다. ‘다 이곳에 있었구나.’

3층 규모의 대형 건물에 들어선 봉제 공장 1층은 이랜드 전용 라인이고 2층과 3층은 외국 브랜드 라인이라고 했다. 외국 브랜드 라인은 보안 문제로 출입이 불가했다. 하지만 1층은 사전 허락을 받아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앞으로 국내에 출시될 이랜드의 니트 제품들이 쉴 새 없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수십 개의 라인에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능숙하게 재봉틀을 돌린다. 이내 생산 라인 끝머리에선 익숙한 브랜드의 옷들이 쏟아진다. 한쪽 라인에서는 미쏘 또 다른 라인에서는 스파오가 계속 만들어졌다.

이때 한쪽에 있는 특이한 라인을 발견했다. 소량생산 라인이다. 숙련된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 라인은 스파오가 시장의 반응을 보기 위해 특별 주문한 옷을 만들고 있었다. 막바지 작업 중이었는지 라인이 금방 멈췄다.

이 제품들은 곧바로 박스에 담겨 트럭에 실렸다. 주문 후 지금 트럭에 싣기까지 걸린 시간은 3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이 제품은 곧바로 공항으로 옮겨진다고 했다. 바로 비행기에 실어 한국으로 보낸다는 것이다.

“가격이 싼 제품을 비행기에 태워 보내면 남는 게 있느냐”고 이 과장에게 물었다.

이 과장은 웃으면서 “남겠죠, 설사 남지 않는다고 해도 시장의 반응을 보고 대량생산 결정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시스템이 지금의 스파오와 미쏘 같은 이랜드를 대표하는 SPA 브랜드를 만든 힘이고요”라고 말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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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1호(2018.09.17 ~ 2018.09.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