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영업이익률 30%’ 숨은 고수익 기업의 비밀]
-자체 개발 효능 물질 442개 보유…해외 매출 비율 90% 넘어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케어젠은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의 성장·증식·분화 등에 관여하는 성장인자 단백질과 이 단백질의 기능을 갖는 펩타이드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한 화장품과 의료기기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매출액 632억원, 영업이익 37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59.17%로, 지주사를 제외한 매출액 500억원 이상 상장사 중 1위다.

케어젠의 올 1·2분기 기준 매출 비율은 필러 등 안면 미용 제품이 63.2%, 보디·비만 관리 제품 16.3%, 모발·두피 관리 제품 13.6% 등이다.
케어젠, ‘펩타이드’ 원천기술 활용한 기능성 ‘필러’로 고수익
◆442개 자체 ‘펩타이드’ 보유…세계 최다

정용지 케어젠 대표는 성균관대 유전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노스웨스턴 의대 박사 후 연구과정 재학 중 성장인자 단백질을 활용해 인간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성장인자 단백질은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의 성장 등에 관여한다.
케어젠, ‘펩타이드’ 원천기술 활용한 기능성 ‘필러’로 고수익
약력 : 1994년 성균관대 유전공학과 졸업. 1996년 텍사스주립대 생물학과 이학석사. 2000년 코넬대 애니멀 사이언스 이학박사. 2001년 노스웨스턴 의대 박사 후 연구과정. 2001년 케어젠 대표(현).

정 대표는 암세포가 체내 성장인자 단백질을 활용해 빠른 속도로 증식하는 것에 주목했다. 성장인자 단백질을 역으로 활용하면 인체에 유익한 제품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 그는 귀국 후 2001년 케어젠을 설립했다.

정 대표는 회사 설립 초기 성장인자 단백질과 펩타이드를 활용한 원료를 개발해 로레알 등 다국적 화장품 회사에 판매했다. 이후 관련 제품을 직접 생산한다는 목표로 개발에 착수해 2년여 만에 첫 화장품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판매 채널 확보 문제 등 수많은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았다.

국내시장에서 대기업과 경쟁해선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정 대표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세미나와 전시회 등을 직접 찾아가 회사 제품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2005년 이후 1년 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낼 정도다. 케어젠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는 이유다.

화장품으로 세계시장에서 회사의 이름을 알린 정 대표는 2011년 병원에 납품하는 필러 주사제 등의 의료기기를 선보였다. 2015년에는 혈당 조절용 드링크제를 개발했다. 케어젠의 제품은 현재 세계 130여 개국에서 팔리고 있다. 수출 비율은 러시아(20%)·유럽(15%)·중동 및 북아프리카(15%)·중남미(11%) 등의 순이다. 내년부터는 미국과 중국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케어젠의 핵심 경쟁력은 총 442개에 달하는 ‘바이오미메틱 펩타이드’ 물질에 있다. 정 대표는 회사 설립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다양한 펩타이드 물질을 발굴했다. 기능별로는 피부 노화 방지용 102개, 골조 형성용 63개, 탈모 방지와 모발 재생용 72개 등이다. 이 중 123개에 대한 국내외 특허 등록을 완료한 상태다.

정태진 케어젠 이사(CFO)는 “경쟁사들은 펩타이드의 효능 물질 일부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기술이전)을 목표로 하는 반면 케어젠은 가장 많은 수의 펩타이드를 직접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핵심 기술력까지 갖춘 회사”라고 말했다.

◆B2B에 집중해 판관비 낮아
케어젠, ‘펩타이드’ 원천기술 활용한 기능성 ‘필러’로 고수익
케어젠에 따르면 펩타이드 효능 물질을 화장품으로 만들어 인체에 침투시키기 위해서는 사람의 피부 성분과 비슷한 ‘리포좀’이라는 물질로 펩타이드를 감싼 다음 피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러 등 주사제도 마찬가지다. 자연 상태의 펩타이드는 몸 안에 들어가면 30분 안에 분해돼 없어지고 만다.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인체에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 ‘서방형 방출’ 기술이 필요하다.

케어젠은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이 심화한 필러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케어젠의 영업이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케어젠에 따르면 경쟁 기업들은 글로벌 딜러에게 필러 제품을 약 10달러에 납품하는 반면 케어젠은 7년 전 수준인 25달러에 제품을 공급한다. 펩타이드 효능 물질을 추가한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를 통해 제품 판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케어젠의 설명이다.

정 이사는 “일반 필러는 히알루론산을 피부 주름에 주입해 채운 후 히알루론산이 인체에서 모두 분해되면 다시 시술해야 하는 반면 케어젠의 필러 제품은 펩타이드가 인체에 들어가 콜라겐을 합성하는 등 주름의 근본적 개선을 돕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 업체에 비해 현저히 낮은 판매관리비도 케어젠이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B2C 비즈니스 모델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외 화장품 기업과 달리 케어젠의 사업 모델은 B2B에 가깝다. 병원 등에 직접 납품하는 사업 모델로, 로드숍 등의 판매 채널에 들어가는 임차료 등의 고정비가 없기 때문에 판관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정 이사는 “기존 화장품 기업들은 매출 대비 판관비 비율이 50%에 달하는 반면 케어젠은 판관비 비율이 20% 남짓에 불과해 영업 레버리지 효과에 따른 이득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케어젠은 내년부터 국내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2015년 개발한 펩타이드 기반 혈당 조절용 드링크제 ‘디글루스테롤(Deglusterol)’을 통해서다. 지난해 여름부터 러시아 등 5개국에서 약 3억원의 매출을 거둔 제품이다. 현재 국내 병원 3곳에서 80명의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인체 적용 시험을 진행 중이다. 내년 9월께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받는다는 목표다.

정 이사는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 화성에 짓고 있는 디글루스테롤 전용 펩타이드 합성 공장에서 연간 약 6000만 병의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디글루스테롤은 화성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할 2020년부터 회사의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펩타이드를 활용한 의약품 개발도 케어젠의 중·장기 목표 중 하나다. 케어젠은 3대 노인성 안구 질환 중 하나인 황반변성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황반변성은 나이가 들면서 망막의 핵심 부위인 황반변에 노폐물이 쌓이고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겨 시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케어젠은 항신생혈관 기능을 하는 펩타이드(PEP-X3)를 활용해 기존 다국적 제약사의 주사제와 달리 거부감이 덜한 세계 첫 점안액 형태의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현재 전 임상 단계로, 내년 하반기 국내 임상 1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정 이사는 “실험용 닭을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황반변 주위의 신생 혈관 형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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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6호(2018.10.29 ~ 2018.11.0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