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투자 변곡점’… 다시 짜는 2019 재테크 전략 ]
-엔화는 안전자산 선호로 강세 예상, 글로벌 밸류체인 연계성 약한 인도 ‘주목’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미국의 금리 인상과 G2(미국·중국)의 무역 전쟁, 신흥국의 부채 증가와 통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경기 하락까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재테크에도 뾰족한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다.

안갯속 글로벌 경제의 길잡이가 돼줄 투자처는 어디일까. 2019년 글로벌 경제 흐름과 함께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선진국(미국·유럽·일본)과 신흥국(중국·인도·동남아)의 유망 종목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소개한다.
2019년 해외투자 포인트는?…미국 ‘IT·바이오주’ 중국 ‘소비재 1등주’
‘유로 시장(163억1000만 달러), 미국(88억3000만 달러), 홍콩(12억5000만 달러), 중국(3억1000만 달러), 일본(3억 달러)….’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한 2018년 3분기 외화증권(주식+채권) 결제 금액 상위 5개 시장의 순서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해 유로 시장(59.8%)에 가장 높은 비율을 뒀다. 전체 외화증권 시장에서 선진국이 차지하는 비율만 93.3%다. 하지만 2019년에는 미국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의 생산이 둔화되고 경제 심리가 위축되는 등 상승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킹’의 독주
추천주 : 고배당주·IT주·바이오헬스케어주


체스 판에서 ‘킹’은 가장 중요한 말이다. 모든 방향으로 전진과 후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판을 쥐고 흔드는 역할을 한다. 세계경제 판의 킹은 미국이다.

미국은 거듭된 금리 인상으로 선진국과 신흥국 간 통화 질서를 흔들었고 곧이어 중국을 상대로 보호무역 전쟁에 나서면서 세계경제를 걷잡을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빠뜨렸다.

G2는 지난 12월 1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90일 조건부 휴전’에 합의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석 달 간의 실무 협상에 따라 세계경제에 화약고가 터질 수도, 무역 전쟁이 종식될 수도 있다.

‘트럼프노믹스’로 미국 경제는 견고한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2019년 역사상 가장 긴 호황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Fed)은 2019년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차별화된 경제성장세에 재정정책 효과로 소비 부문의 견조한 성장이 예상된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높은 산업 경쟁력으로 비교 우위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이 추천하는 ETF는 ‘글로벌 고배당 ETF’, 그중에서도 ‘SDIV US, 글로벌 X 슈퍼 디비덴드(Super Dividend) ETF’다. 성장이 기대되고 주주 환원 정책이 잘된 종목에 투자해 주가 상승기에는 주가 상승을 통한 수익을, 주가 하락기에는 배당수익을 통해 위험 요소를 줄인다. 11월 30일 기준 배당수익률은 연 8.07%다.

유동원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대표 성장 산업인 정보기술(IT)은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하에 주도주의 권위를 잃지 않을 것”이라며 미 증시 상장 ETF 추천 종목인 ‘파워셰어(PowerShares) QQQ ETF’를 추천했다.

QQQ ETF는 나스닥100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대표적인 미국 성장주 ETF로 연초 대비 수익률은 글로벌 지수인 MSCI AC 월드 수익률을 크게 웃돈다.

하지만 이 역시 ‘양날의 검’이다. 무역 전쟁 장기화, 법인세 감면 등 감세 정책에 따른 재정수지 악화로 향후 미국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경기 하방 리스크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는 2018년 3.9%에서 2019년 4.6%로 확대되고 2019년 GDP 대비 부채도 79%로 196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재정 우려가 확산될 전망이다.

또 추가 보호무역 조치는 물가 상승, 가계 지출 축소, 기업 활동 위축을 가져와 장기적으로는 GDP의 0.59%가 줄어들고 46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란 보수 싱크탱크 조세재단(텍스파운데이션)의 발표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사이클 후반기로 갈수록 주식과 채권 모두 변동성이 높아지고 수익률은 낮아질 것”이라며 “경기 둔화기와 침체기에 걸쳐 시장 대비 우수한 성과를 기록하는 업종인 ‘미국 헬스케어주’는 경기 사이클 후반기에 투자 매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ETF로는 미국 대표 헬스케어 ETF인 ‘SPDR 헬스케어 셀렉트(Healthcare Select) ETF(XLV)’가 있다.
2019년 해외투자 포인트는?…미국 ‘IT·바이오주’ 중국 ‘소비재 1등주’

◆유럽·일본, 긴축 기조에 약세
추천 상품 : 엔화 등 안전 자산


선진국의 또 다른 축인 유럽과 일본은 약세가 예상된다. 2017년 정점을 찍은 후 2018년부터 하향세에 접어들면서 2019년에는 정치 불안에 경기 하락까지 하방 요소가 기다리고 있다.

먼저 유럽 시장은 2017년 이 지역의 성장을 이끌던 수출이 세계 교역 둔화로 약화되면서 올해 초 이미 하향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져올 경제 심리 위축 현상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 협상안에 합의했지만 의회 비준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 밖에 이탈리아처럼 정치가 불안정한 국가는 부채비율이 높아 향후 유럽 전체의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재영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 협상과 이탈리아 연정 구성 및 예산안은 2019년이 고비가 될 것”이라며 “성장률 둔화와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하면서 유로존 통합에 대한 고질적인 불만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가 유동성 위기와 마주한다면 2019년 영국에 이어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EU 탈퇴)’를 꺼내들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2019년 설비투자와 수출 감소, 개인 소비 둔화로 2018년보다 0.2%포인트 하락한 0.8%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미·중 통상 마찰의 장기화도 일본에 직격탄이다.

현재 일본 기업의 실적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임금 상승과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 못해 경기가 선순환되지 못하고 있다. 미·중 통상 마찰이 장기화되면 일본 기업의 수출 감소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김일혁 KB증권 스트래티지스트(시장 전략가)는 “일본은 자동차 관세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통상 압력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있지만 1985년 ‘플라자 합의’ 등을 통해 미국과 통상 협상을 해본 경험이 있다”며 “미국의 의중을 읽는 데 고생하는 중국과 달리 미국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과거 경험을 통해 리스크 요인을 제어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일본 주식이 2019년 선진 시장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보이는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안전 자산 선호로 엔화도 소폭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글로벌 위기 때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엔화가 강세를 나타냈다”며 “안전 자산인 엔화가 평가절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국내 투자자들은 선진국 시장에 집중 투자(93.3%)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신흥국 비율을 낮췄다. 투자 비율(결제 금액)은 고작 6.7%다. 하지만 외화 증권 시장을 주식과 채권으로 구분하면 상위 톱5에 화제의 국가들이 하나둘 모습을 보인다.

외화 주식시장에서는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의 핵심 IT 기업들이 상장해 있는 홍콩(2위)과 신남방 정책의 주요 국가 베트남(5위), 외화 채권 시장에서는 연 10%의 이자와 비과세 혜택으로 은퇴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브라질(3위)이다.

2019년에도 이 국가들의 기세가 유지될까. 신흥국 시장은 2019년 미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과 통상 환경의 악화로 전반적인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2019년 해외투자 포인트는?…미국 ‘IT·바이오주’ 중국 ‘소비재 1등주’
중국, 발목 잡는 부채 리스크
추천주 : 중국 소비재 1등주


“기적적인 성장은 끝났고 이제 부채의 저주에 직면해 있다.” 중국에서 10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한 디니 맥마흔의 책 ‘빚의 만리장성’의 한 부분이다. 중국은 최근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확대로 2019년 경제성장률은 6.5%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가장 주목할 것은 부채 리스크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기업과 정부가 2015년 이후 대규모로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내년과 내후년에 집중적으로 도래하며 중국의 부채 리스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부 지역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그림자 부채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지난 10년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비율이 40%에서 106%까지 빠르게 확대되며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촉발한 무역 전쟁으로 관세 부과에 따른 대미 수출 차질이 본격화되면서 수출과 기업 투자도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심각한 수준인 중국의 기업 부실이 더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대응 능력을 고려하면 내년에 당장 위기 상황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특히 세계 1위 수준의 안정적인 외화보유액 규모를 통해 급격한 외인 투자 자금 유출입 등 금융시장 전반의 리스크 확대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위기의 중국 시장에 조용준 하나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추천하는 상품은 ‘중국 소비재 1등주’다. 조 센터장은 “위기 후에는 반드시 살아남은 1등주의 시대가 온다”며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국 내 중산층 소득이 증가하고 중국 소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온라인 콘텐츠와 전자 상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홍콩 증시 상장) 등이 대표적 기업이다.

동남아·인도, 7% 성장 ‘신남방의 힘’
추천 ETF : KINDEX VIETNAM WIN30 ETF


인도와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지역 또한 견고한 성장세를 발판 삼아 2019년 국내 투자자들 포트폴리오의 한 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인도와 베트남은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아세안+인도) 정책’의 핵심 국가다.

‘포스트 차이나’ 인도는 내년 선거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연임이 유력해 그동안 인도 경제를 이끌어 온 ‘모디노믹스’ 개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화폐·유통시장 개혁에 이어 향후 해고 요건 완화,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등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투자 유입이 확대될 것이라고 LG경제연구원은 설명했다. 특히 월마트·알리바바 등 글로벌 유통 기업들이 진출을 확대하면서 소비 시장 인프라도 본격 확대될 전망이다.

내년 인도의 성장률 예상치는 올해와 비슷한 7%대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무역 분쟁에 따른 글로벌 밸류체인 내 연계성이 낮고 신흥국 내 경제성장이 부각되고 있으며 정치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은 인도가 유망한 투자처로서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틀 차이나’를 넘어 ‘포스트 차이나’를 꿈꾸는 베트남 또한 튼튼한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6.6~6.8%대의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내수 경기 같은 대내 요인보다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위안화 절하,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등 대외 요인이 베트남 경제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환율·금리·물가가 민감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 정부가 추진 중인 강력한 증시 활성화 정책도 2019년 지속된다. 베트남 정부는 국영기업에 대해서도 외인 투자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등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그 결과 2016년 초부터 VN지수의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우량 국영기업 상장과 매각, 2020년 신흥 시장 승격 여부 등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G2가 합의를 이뤄낸다고 하더라도 관세나 기술이전 금지 등 각종 제재로 인해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두는 것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됐다”며 “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 등은 인건비가 저렴하고 최근 규제 완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윤 센터장이 꼽은 유망 ETF는 베트남의 ‘KINDEX VIETNAM WIN30 ETF’와 인도네시아의 ‘KINDEX MSCI 인도네시아 ETF’다.

poof34@hankyung.com

[커버스토리 = ‘투자 변곡점’… 다시 짜는 2019 재테크 전략]
-‘낮아진 성장률, 높아진 불확실성’…2019년 숨은 투자 기회는
-‘위기에 꼭 사야 할 10가지 종목’…삼성전자 ‘1위’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그래도 서울 집값은 내년에도 오른다?
-2019년 해외투자 포인트는?…미국 ‘IT·바이오주’ 중국 ‘소비재 1등주’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의 구세주 될 수 있을까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2호(2018.12.10 ~ 2018.12.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