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06호 (2019년 01월 09일)

지배구조 랭킹 1위 ‘KT&G’…두산·미래에셋·한화·한국투자 ‘톱5’

[COVER STORY]
-사외이사, 내부거래위원회, 집중투표제 등 12개 공정위 자료 집중분석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한국의 기업집단 중 KT&G가 가장 우수한 기업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비즈니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2018년 공시 대상으로 지정된 56개 대기업집단 소속 253개 상장사의 지배구조를 평가한 결과 KT&G의 지배구조가 가장 돋보였다.

KT&G는 300점 만점에서 277점을 받았다. KT&G의 뒤를 이어 두산·미래에셋·한화·한국투자금융이 우수 지배구조 기업으로 선정됐다. 점수는 각각 269점·265점·258점·237점이었다.

평가는 크게 세 개 부문에서 이뤄졌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비율,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및 사회이사 비율, 소수 주주권 보장이다. 이 중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항목은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설치율, 감사위원회 설치율,  보상위원회 설치율, 내부거래위원회 설치율과 각 위원회의 사외이사 비율 등 여덟 개 항목을 종합해 평가했다. 소수 주주권 보장 부문은 집중투표제 도입률, 서면투표제 도입률, 전자투표제 도입률 등 세 개 항목을 종합해 평가했다.

최우수 지배구조 기업으로 선정된 KT&G는 사외이사 비율 부문에서 96.2점을 받았다.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부문에서 86.5점을 받았다. 소수 주주권 부문에서 94.2점을 받았다. 부문별 순위에서도 순서대로 각각 3위·8위·4위라는 최상위권 결과를 냈다.

KT&G는 다른 기업집단에 비해 훨씬 일찍부터 지배구조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 방아쇠가 된 계기는 2006년 ‘기업 사냥꾼’이라고 불리는 미국 행동주의 펀드 칼 아이칸이 KT&G의 경영권을 공격한 사건이다. 민영화를 통해 공기업에서 전환된 ‘알짜 기업’ KT&G는 이 사건 이후 지배구조의 업그레이드와 관련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경영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왔다.

KT&G뿐만 아니라 한경비즈니스 지배구조 랭킹 상위권에 포진한 기업들도 모두 ‘그럴 법한 이유’가 있다. 2위를 차지한 두산은 ‘형제 경영’으로 유명하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두산은 오너 일가의 ‘협치’에 의해 기업이 운영된다. 또 한국투자금융은 국내 최초·유일의 증권업 기반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했다. 또한 미래에셋은 그간 창업자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의해 그룹이 운영돼 왔다. 하지만 최근 박 회장이 ‘글로벌 전략’ 수립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빠른 속도로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로 바꿔 가고 있다. 한화 역시 김승연 회장의 노련한 리더십이 눈에 띄는 그룹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화학과 방위산업 중심의 대규모 사업 구조 재편을 추진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지배구조 개편도 함께 이뤄졌다.


253개 상장사 사외이사 비율 50.1%

한경비즈니스가 분석한 지배구조 랭킹의 핵심 지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세 개 부문이다.

이 중 ‘사외이사의 비율’은 전체 배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기업에서 이사회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기업의 중요한 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이뤄진다. 사내이사는 말 그대로 기업 내부에서 실무를 하는 사람들이고 사외이사는 기업 외부에서 기업의 성장을 돕는 사람들이다. 사외이사는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내이사와 달리 인사권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경영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56개 대기업집단 소속 253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787명이다. 전체 이사 중 50.1%를 차지하고 있다. 253개 회사가 법에 따라 선임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703명인데 84명을 초과해 선임하고 있다. 회사별로 보면 평균 3.1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고 총수 없는 기업집단의 사외 이사 비율(51.5%)이 총수 있는 기업집단(50.0%)보다 약간 높다. 또 2017년부터 연속 분석 대상인 26개 기업집단 소속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비율(50.9%)은 전년(50.6%)과 거의 비슷했다.

기업집단별로 보면 대우건설·교보생명보험·KT&G·금호석유화학·두산 순으로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이랜드·넥슨·SM·동원·한솔 등은 사외이사의 비율이 낮은 기업집단이다.

다만 아직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외이사 제도가 양적으론 성장했지만 아직 질적으론 성숙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5.3%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1년간(2017년 5월 1일~2018년 4월 30일) 열린 이사회 안건(5984건) 중 사외이사의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단 26건(0.43%)에 그친다. 이 중 부결은 8건에 머물렀다.

특히 이사회 안건 가운데 대규모 내부 거래 관련 안건은 810건(13.5%)이었는데 부결 안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2건 만이 수정 또는 조건부 가결 됐을 뿐 나머지는 원안 가결됐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사회는 기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기관이다. 상법과 관련 법에선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의 도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선출 과정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또한 강제적이지는 않지만 보상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설립도 권고하고 있다.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는 최근 지배구조 투명화 경향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집단 소속 상장사들의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율은 2014년 53.4%에서 2018에서 58.9%로 높아졌다. 감사위원회 설치율은 2014년 69.3%에서 2018년 73.1%로 높아졌다. 보상위원회 설치율은 2014년 16.8%에서 2018년 26.9%로 높아졌다.

눈에 뜨는 위원회는 내부거래위원회다. 내부거래위원회는 법률상 설치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늘어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에 대한 법 집행 강화와 규제 대상 확대에 따라 기업 스스로 내부 통제 장치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특히 2017년과 2018년 연속 분석 대상인 26개 기업집단을 비교하면 7개 기업집단 소속 12개 사에서 새로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적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크게 늘어

한경비즈니스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부문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기업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상장 계열사에 사외사후보추천회·감사위원회·보상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를 모두 설치했다. 또한 각 위원회에 참여한 사외이사의 비율도 매우 높았다. 점수는 100점 만점에 100점이다. 단 네이버는 상장 계열사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그다음으로는 삼성이다. 네이버를 제외하면 삼성이 이 부문에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삼성은 상장사 계열사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81.3% 설치하고 있고 사외이사 비율은 68%를 차지했다. 감사위원회 설치율은 81.3%, 사외이사의 비율은 100%였다. 특히 보상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설치율은 각각 100%와 93.8%로 매우 높았다. 사외이사 비율은 각각 66.7%와 91.5%였다. 점수는 100점 만점에 98.1점이었다.

반대로 위원회 설치 부문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기업은 동원과 이랜드다. 동원·이랜드·넥슨은 상장 계열사 이사회 내에 4개 위원회 모두를 단 한 개 기업도 설치하지 않았다.

기업에서 주주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글로벌 기업 경영의 스탠더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영미식 주주 자본주의는 임직원이나 고객보다 ‘주주의 권리’에 무게중심을 둔다. 한국 기업들도 이에 따라 총수나 총수 일가 등 대주주뿐만 아니라 소수 주주에 대한 권리(소수 주주권)에 대한 중요성을 점차 높여 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집중투표제·서면투표제·전자투표제다.

한경비즈니스의 분석 결과 이 부문에선 넥슨(100점), 한화(98.1점), 두산(96.2점), KT&G·미래에셋·한국투자금융(94.2점) 등이 우수한 성적을 냈다. 주목할 점은 넥슨을 제외하고 이들은 모두 종합 순위에서도 최상위권을 차지한 기업집단이라는 점이다. 넥슨이 이 부문에 1위를 낸 비결은 집중투표제는 도입하지 않았지만 서면투표제와 전자투표제를 전 상장 계열사에서 도입했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강력한 방식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준다. 하지만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선임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면 A, B, C 3명의 임원을 뽑는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100주를 갖고 있다면 예전에는 3명에게 각각 100주의 찬반권을 가졌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A임원에게 찬성 또는 반대 300표를 던지고 B, C임원 선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포기할 수 있다. 투표 결과 최다수를 얻은 자부터 순차적으로 이사에 선임되기 때문에 이 제도가 의무화되면 소액주주들도 자신을 대표하는 사람을 이사로 선임하거나 대주주가 내세운 후보 중 문제가 있는 사람이 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저지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1998년 말 상법을 개정해 기업이 주총의 특별결의로 배제하지 않는 한 이사의 선출을 집중투표 방식으로 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다. 그만큼 대주주의 의결권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 도입률 4.4% 불과

실제로 조사 결과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매우 적다. 조사 대상 상장사 중 4.4%인 11개사만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다. 특히 집중투표제를 통해 실제 의결권이 행사된 곳은 2017년과 2018년 모두 없었다.

서면투표제는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투표용지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해 서면으로 회사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2018년엔 조사 대상 상장사 중 8.3%(21개사)가 도입했지만 서면투표제 방식으로 실제 의결권이 행사된 곳은 5.1%(13개사)에 머물렀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주총회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온라인 투표 제도다. 조사 대상 상장사 중 25.7%(65개사)가 도입했고 전자투표제 방식으로 의결권이 실제 행사된 곳은 22.1%(56개사)로 나타났다.

공정위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전체 상장사(1984개 사)와 비교하면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 상장회사가 오히려 집중투표제·서면투표제·전자투표제의 도입률이 낮다. 집중투표제는 전체 상상자 중 5.3%가 도입했지만 기업집단 소속 상장사는 4.4%에 그쳤다. 서면투표제는 전체 상장사 중 11.7%가 도입했지만 기업집단 소속 상장사는 8.3%만 도입했다. 전자투표제는 전체 상장사 중 60.6%가 도입했지만 기업집단 소속 상장사는 25.7% 도입에 그쳤다. 그만큼 한국의 기업집단이 일반 상장사에 비해 소수 주주권의 보장에 인색하다는 의미다.

특히 기업집단 지배 구조의 최상위에 있는 지주회사는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집단의 20개 지주회사 중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아직 갈 길 먼 ‘소수 주주권 보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소수 주주의 권리 확대에 대한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가의 보폭이 더 빨라지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17년 5월 1일~2018년 4월 30일)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대기업집단 소속 211개 상장사의 주주총회(안건 1362건)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내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있는 주식 대비 행사한 의결권 비율은 73.8%에 달한다. 의결권이 행사된 국내 기관투자가의 지분을 찬반으로 나눠 보면 찬성 89.7%, 반대 10.3%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과거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고 이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집단 소속 상장회사들이 사외이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각종 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을 확대하는 것은 ‘내부 감시 기능’ 확보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면서도 “기업집단 소속 상장회사에서 전자 서면 집중 투표제 등 소수 주주권 보호 장치가 도입된 비율이 상장회사 전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awlling@hankyung.com

[용어해설]
기업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한마디로 기업 경영의 시스템을 뜻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기업 경영의 통제에 관한 시스템으로, 기업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주주·경영진·노동자 등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규율하는 제도적 장치와 운영 기구를 말한다. 즉 기업의 소유 구조뿐만 아니라 주주의 권리, 주주의 동등 대우, 기업 지배구조에서 이해관계인의 역할·공시, 투명성·이사회의 책임 등을 포괄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의 역사가 긴 미국과 유럽에선 우수한 기업 지배구조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고 장기적인 성장의 기본 요건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왔다. 이후 경제와 자본시장의 국제화가 가속화되면서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국제규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업 지배구조의 기본 원칙’을 마련했는데 영·미식 기업 지배 모형인 주주 자본주의를 중심으로 주주 이익 중시, 이사회 활성화, 자본시장의 역할 제고 등을 주요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주주의 권리 강화, 이사회 활성화, 감사 기구 활성화, 이해관계인 권리 보호, 시장에 의한 경영 감시 등을 기본 골격으로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커버스토리=2019 한경비즈니스 기업 지배구조 랭킹 기사 인덱스]
-지배구조 랭킹 1위 ‘KT&G’…두산·미래에셋·한화·한국투자 ‘톱5’
-점점 줄어드는 총수 일가 등기이사 등재…‘책임 경영’ 후퇴?
-‘토종 행동주의·스튜어드십 코드’…지배구조, 새로운 투자 테마로
-KT&G, 사외이사 비율 69.2% ‘1위’…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 몫
-두산그룹, 감사기구 독립성·전문성 ‘모범’…ESG, 고위 임원 성과지표로
-미래에셋그룹, 내부거래 비율 0.9%로 ‘최저’…계열사, 전문 영역별 책임 경영
-한화그룹,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 팔 걷어…그룹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신설
-한국투자금융그룹, 이사회 내 5개 위원회 ‘가동’…사외이사의 전문성·다양성 중시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6호(2019.01.07 ~ 2019.01.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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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1-0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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