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애자일 도입 기업 가보니…NBT, “매주 평균 8개 새 기능 출시”
오렌지라이프, 15분 스탠드업 미팅 “상사도 보고서도 없다”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9시 10분부터 회의 시작할 예정입니다.” 지난 1월 15일 방문한 서울 중구 오렌지라이프 본사 11층. 아침 회의에 참관하기 위해 노트북을 챙겨 걷던 중 뜻밖의 장면을 보게 됐다. 안내받은 곳에는 회의실도 의자도 없었다. 앉은 자리에서 일어난 몇몇 직원들이 한쪽 벽면으로 자리를 옮겨 포스트잇을 붙이기 시작했다. 노트북도 보고서도 필요 없는 회의, 매일 아침 딱 15분 이내로 진행되는 ‘데일리 스탠드업 미팅’의 현장이었다.

오렌지라이프의 애자일은 기본적으로 ‘스크럼(scrum)’ 방식을 따르고 있다. 애자일 방법론 가운데 널리 쓰이는 스크럼은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이자 팀을 운영하는 효율적인 운영 방식이다. 스크럼에서는 전체 개발 기간을 일정 간격으로 나눠 과정을 반복해 제품을 완성하는데, 프로세스를 위한 업무 진행 주기를 ‘스프린트’라고 부른다. 일례로 구글에선 진행 성과를 2~3주 간격으로 리뷰하며 3개월마다 전체 성과에 따라 인력과 자원을 재조정한다. 오렌지라이프에선 2주를 기본 단위로 사업 목표를 점검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스탠딩 회의는 ‘한 팀’ ‘한 방향’ 확인 과정
오전 회의 방식은 간단했다. 6~9명으로 구성된 소그룹, 즉 ‘스쿼드’의 멤버들이 보드판 앞에서 한 명씩 그날의 할 일을 말하고 간단한 코멘트를 덧붙이면 끝이다. 스크럼 보드는 각 스쿼드마다 각양각색으로 알록달록하다. 팀원들은 포스트잇으로 마무리된 일은 ‘돈(Done)’, 해야 할 일은 ‘투두(to do)’, 진행 중인 일은 ‘인 프로그레스(in progress)’ 자리에 옮겨 붙이면서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2주마다 새로운 이슈들을 설정해 보드판에 새로운 포스트잇을 채워 넣고 매일매일의 업무에 대해 말한다,

그들은 왜 매일 아침 스탠딩 회의를 할까. 서서 진행하는 것은 15분 이내로 가볍게 끝내기 위해서다. 각자의 일정을 공유하고 할 일을 되새김질하는 스케줄 관리인 셈이다. 핵심은 ‘한 팀’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같이 걷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애자일 조직의 특징이 바로 팀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빠른 성과 도출이라는 목표를 우선으로 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별도의 보고 체계는 없다. 필요하면 임원진이 데일리 스탠드업 미팅에 와서 직접 보고 물어본다”고 서상현 오렌지라이프 애자일 코치는 말했다. 보고해야 하는 상사도, 문서로 된 보고서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의 효율성이다. 수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보고서 대신 면대면으로 직접 소통하면서 그 자리에서 필요한 사항을 빠르게 결정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비효율을 줄이고 수평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이다. “하루에도 회의가 잦은데 사실 회의라고 말하기보다 대화하는 것에 가깝다”며 “필요하면 그 자리에서 고개를 돌리거나 잠깐 일어서 짧은 미팅을 한다”고 전했다.

오렌지라이프의 애자일 전환은 대대적으로 실시됐다. 지난해 4월 업계 최초로 애자일 조직을 전격 도입했다. 소규모 실험 조직이 아닌 전사적인 조직 개편이었다. 본사 직원 500명 중 재무·리스크·채널 관리 부서를 제외하고 약 50%에 달하는 직원들이 애자일 조직 소그룹인 스쿼드로 배치됐다. 홍보팀 관계자는 “해보고 안 되면 말고의 실험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건 승부수였다”고 설명했다.
오렌지라이프, 15분 스탠드업 미팅 “상사도 보고서도 없다”
세 개 트라이브, 18개 스쿼드
오렌지라이프의 애자일 조직은 크게 대조직인 세 개의 트라이브(Tribe) 아래 18개의 스쿼드로 구성돼 있다. 임원-부서장-중간 관리자-직원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직급체계를 철폐하고 모든 업무를 상하 관계가 없는 수평적 팀으로 바꿨다. 조직 구성의 뼈대는 애자일 조직의 성공 사례로 유명세를 탄 네덜란드 ING은행의 모델을 따르고 있다. 이를 위해 오렌지라이프는 두 차례 걸쳐 유럽 벤치마킹을 다녀오기도 했다.

천지원 애자일 코치는 “트라이브·스쿼드·챕터 등의 체계를 가져온 것은 큰 틀에서 동일하지만 한국 내에서의 문화는 유럽과 또 다르기 때문에 우리만의 애자일스러운 문화를 내재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며 “조직마다 특성을 고려해 최적의 업무 방식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점진적인 변화가 오렌지라이프 애자일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애자일 방법론을 변형해 적용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애자일 방법론보다 중요한 것은 ‘애자일스러움’을 정착하는 일이었다. 오렌지라이프는 애자일의 특성이 그러한 것처럼 지속적인 수정과 개선을 통해 최적의 그들만의 모델을 찾아가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애자일 조직 최초 도입 시점인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를 애자일 1.0(조직 안정화), 올해 1월부터 애자일 2.0(조직 문화 내재화)이라고 칭하고 있다. 천지원 애자일 코치는 “지난해의 경험과 두 번에 걸친 해외 벤치마킹 등을 통해 도출된 인사이트를 모아 ‘애자일 2.0’이라고 지칭하고 있다”고 했다.

오렌지라이프 애자일 코치들은 이구동성으로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외쳤다. 팀원들은 모두 동등한 의사 발언권을 얻게 된다. ‘계급장 떼고 얘기하는 문화’를 권장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권한이 팀으로 위임됐기 때문이다. 각 스쿼드는 영업·마케팅·상품기획·정보기술(IT) 등 각 부서(챕터) 직원들을 한데 모아 멀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했는데,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엔드 투 엔드(end to end)’ 방식으로 일한다. 이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에 고객의 ‘피드백’을 최대한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엔드 투 엔드 방식으로 끝까지 책임
‘비대면플랫폼스쿼드’의 장해원 프로덕트 오너(PO)는 “가장 큰 변화는 성과가 MVP(Minimum·Viable·Product) 단위로 세분화돼 스프린트별로 정리되기 때문에 달성해야 할 목표도,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도 명확하다는 것”이라며 “고객들에게 피드백을 바로 받아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제품과 서비스를 론칭하기 때문에 고객에게는 더 빠른 서비스가, 우리에게는 눈에 띄는 성과와 보람이 따라온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오렌지라이프는 주기적으로 최고의 스쿼드를 선정하고 있다. 최근 최고의 스쿼드로 선정된 비대면플랫폼스쿼드는 신입 사원이 낸 아이디어가 서비스로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문요셉 사원은 “저와 같은 신입 사원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주고 실제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나올 수 있도록 팀원들이 함께 힘을 보태 일해 공동의 성과를 올렸다는 점에서 일하는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애자일의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신입 사원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그 누구의 의견이라도 ‘들어주는 것’에 있다. 믿어주는 만큼 더 큰 성과로 돌아온다는 생각, 바로 오렌지라이프에서 발견한 애자일의 힘이다.

오렌지라이프가 국내에서 이례적으로 전사적 애자일 도입에 성공한 비결은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첫째는 톱 매니지먼트의 강력한 의지, 둘째는 내적 동기를 가진 직원들에 의한 주도적인 실천이다.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대표는 ‘애자일 전도사’로 불릴 만큼 애자일 전환에 적극 팔을 걷어붙였다. 2017년 하반기 애자일 키워드를 꺼내든 이후 강력한 애자일 도입 의지를 밝혔다. 동시에 조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내적 동기가 충만한 직원들을 애자일 코치로 육성했다. 톱다운·보텀업의 두 기둥이 맞물리면서 추진 동력을 얻게 됐다. 많은 애자일 전환 기업이 흉내 내기에 그치는 것에 비해 톱 매니지먼트의 리더십으로 수평적 조직으로의 틀을 잡고 권한을 부여 받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더해지면서 실제로 조직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었다.

모바일 잠금 화면 서비스 캐시슬라이드와 모바일 퀴즈쇼 애플리케이션(앱) 더퀴즈라이브로 성장을 거듭한 스타트업 NBT는 일찍이 애자일 경영을 시도했다. 2012년 4명으로 작게 시작해 현재 100명의 직원 수를 자랑하기까지 성장의 중심에는 일하는 방식 그리고 애자일이 있다.
오렌지라이프, 15분 스탠드업 미팅 “상사도 보고서도 없다”
오렌지라이프, 15분 스탠드업 미팅 “상사도 보고서도 없다”
지속 가능성, 애자일에서 찾다
NBT는 애자일 방법론 중 ‘간반(看板 : 기민하고 적시에 상품을 출시하기 위한 스케줄링 시스템)’ 모델을 따르고 있다. 2014년 간반 시스템을 도입한 후 올해로 만 5년 차에 접어들었다. NBT가 처음 애자일을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적은 인원이 빠른 실행 기반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게 스타트업의 특징이다. NBT도 그랬다. 당시 30여 명의 구성원들은 급성장하는 회사에서 평균 3시간 잠을 자면서 일에 매진했다.

곽근봉 NBT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년 넘게 전력질주하다 보니 몸이 아프고 번아웃이 찾아오면서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며 “지속 가능하게 일하는 방법에 무엇이 있을지 다양한 사례를 찾아보면서 애자일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애자일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유연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NBT의 문화와 잘 맞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불확실성이 큰 시장 환경에서 유연하고 빠르게 움직이면서 동시에 구성원들의 성장을 중시하다 보니 애자일 문화와 만나게 됐다.

특히 스포티파이의 조직 문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스웨덴의 온라인 뮤직 서비스 회사인 스포티파이는 혁신적인 조직 구성과 문화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스포티파이에서는 개발 기본 단위의 팀을 스쿼드라고 부르고 일하는 방식은 스스로 결정한다. 린 스타트업의 원칙을 지키면서 제품을 최대한 일찍 자주 출시하는 게 특징이다. 임명된 리더는 존재하지 않고 프로덕트 오너에게 팀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로드맵을 유지하는 책임을 준다. 또한 애자일 코치가 배정돼 있어 일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곽 CTO는 “스포티파이의 조직 구성뿐만 아니라 개인의 건강을 검진하듯 조직의 건강검진을 하는 방식들과 철학 그리고 조직 문화나 프로세스가 일종의 스냅샷처럼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계속 개선해 나가야 하는 대상이라는 생각에서 좋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렌지라이프, 15분 스탠드업 미팅 “상사도 보고서도 없다”
간반 보드로 업무 흐름 관리
이에 따라 NBT는 파티·클래스 시스템으로 일한다. 파티나 클래스라는 용어는 게임에서 가져온 용어다. 파티는 공통의 방향성을 갖고 함께 일하는 기본 단위 조직이다. 스쿼드와 같다. 각자 다양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긴밀하게 협업하며 같은 비전을 공유한다. 클래스는 같은 전문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의 성장을 돕고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조직으로 챕터와 같은 의미다.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 조직에는 주로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들이 속해 있고 캐스슬라이드 앱의 개발과 테스트를 담당한다. 모든 직원은 1개의 파티와 1개의 클래스에 속하게 된다.

NBT 애자일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간반 시스템이다. 각 파티마다 간반 보드를 갖고 자신들의 업무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가시화하고 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나 과제를 눈에 띄게 시각화하면서 일의 우선순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곽 CTO는 “무엇보다 간반을 통해 현재 잘 안 되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개선점을 찾는 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간반의 핵심 철학 중에는 “보이는 문제가 보이지 않는 문제보다 해결하기 쉽다”는 문구가 있다. 간반은 문제가 드러날 수 있도록 지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프로세스다.

애자일이 도입되고 5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 무엇보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작고 빠른 조직의 특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애자일스럽게 일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NBT는 ‘스타트업 클러스터’에서 답을 찾았다. 각 파티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면서 각각 오너십을 가진 독립된 스타트업으로 일할 수 있도록 권한을 배분하는 것이다. NBT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 작은 스타트업들이 존재하는 형태로 지속적인 진화를 꿈꾼다.
곽 CTO는 “애자일의 변하지 않는 철학은 ‘매일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라’는 것이라는 데 공감한다”며 “NBT는 1주일에 평균 8개의 새로운 기능들이 출시될 정도로 빠르고 유연하게 불확실한 시장에 대응하고 있고 그것이 애자일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렌지라이프, 15분 스탠드업 미팅 “상사도 보고서도 없다”
[인터뷰] 이기흥 오렌지라이프 고객유지트라이브 부사장
“한두 명의 똑똑한 리더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 어렵죠”
오렌지라이프, 15분 스탠드업 미팅 “상사도 보고서도 없다”
오렌지라이프 조직은 애자일 도입 전 본부와 부분 그 아래 부서로 편성돼 있던 것에서 수평 조직인 스쿼드 중심으로 재편됐다. 총 18개의 스쿼드가 있는데 특징은 스쿼드의 기능과 이름은 모두 고객 중심이라는 것이다. 그 위에 업무 분야가 아닌 고객 인입·유지·HNW(High Net Worth)로 구분되는 3개의 트라이브(Tribe)를 두고 있다. 그중 고객유지트라이브의 리더인 이기흥 오렌지라이프 부사장을 만났다. 그는 “애자일 조직에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지난 10~20년 간의 리더 개인의 경험이 오늘날의 시장에서 노하우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그에 따른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진의 관점에서 애자일이 왜 필요하나.
“모든 기업에 애자일이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경영진의 관점에서 애자일을 도입할 것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가 역할 조직(role driven)과 위계 조직(rank driven) 가운데 어떤 길을 갈 것인지를 먼저 아는 것이다. 전자는 전문성을 가진 개인들이 조직을 운영하는 구조라면 후자는 위계에 의해 리더십에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는 구조다. 스티브 잡스 시절의 애플은 후자에 가까웠다. 꼭 애자일이 정답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세상이 다변화돼 똑똑한 리더 한두 명이 아닌 조직의 집단지성을 추구한다면 애자일이 적합하다고 본다. 만약 제조업의 공장 라인이라면 애자일과 맞지 않을 것이다. 애자일은 토론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관점에 대해 충돌하기 때문에 의견을 나누는 사이 공장이 멈출 수도 있다. 오렌지라이프는 집단지성을 믿었다. 보험회사나 금융회사와 같은 서비스 업종은 한두 명의 훌륭한 리더에 의해 잠시 반짝할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고객을 중심에 놓고 직원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다.”

애자일 도입 후 리더십에 변화가 생길 것 같다. 권한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은 또 다른 고민 아닌가.
“권한을 위임하지만 리더가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리더도 원 오브 뎀(one of them)의 의견을 낸다. ‘무엇(what)’과 ‘어떻게(how)’를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 애자일 조직에서의 리더의 역할은 큰 전략과 방향성을 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성할지는 스쿼드에서 알아서 판단한다. 권한이 있는 만큼 책임도 지는 구조다. 애자일 조직은 팀에서 엔드 투 엔드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재밌는 점은 애자일 전환 후 직원들이 그전보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과거와 같이 리더가 군림하려고 해서는 애자일 전환이 어렵다. ‘나는 똑똑하고 너는 나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으로는 절대 애자일로 갈 수 없다. 직원들의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 리더의 의견과 다를 때도 철저하게 신뢰하고 믿어주면 때로 놀라온 결과로 보답하는 것을 본다.”

네덜란드 ING은행 등 해외 벤치마킹에서 배운 점은 무엇인가.
“애자일 전환 10개월을 맞아 두 번째 유럽에 갔을 때 실질적인 고민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고 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애자일은 혁신이 아닌 변화’라는 것이다. 많은 리더들이 애자일을 하면 당장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 세상이 뒤집힐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러한 부담을 안고 애자일 조직을 운영하면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변화를 지속적으로 쌓아가는 게 핵심이다. 변화가 쌓이면 그것이 혁신이 된다. 전략적인 혁신이 필요하면 별도의 연구 조직을 만들면 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8호(2019.01.21 ~ 2019.01.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