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09호 (2019년 01월 30일)

[인터뷰]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자본시장 과세체계 선진화 시급…증권거래세부터 폐지해야”

[커버스토리=자본시장법 10년…다시 그리는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꿈]
-“금융의 디지털화로 비즈니스 모델 바뀔 것”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자본시장연구원은 1992년 한국증권업협회 내 기구로 설립된 증권경제연구원이 모태다. 1997년 증권연구원으로 정식 개원한 이후 자본시장법 시행과 함께 2009년 자본시장연구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지난해 6월 취임한 박영석(59)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은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바뀌는 중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고령화·저성장 추세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자본시장 과세 체계를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1960년생. 1985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9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박사. 1990년 일본 국제대 조교수. 2000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현). 2018년 6월 자본시장연구원 원장(현). /이승재 기자



▶최근 자본시장에서 증권거래세 폐지 등 세제 개편 움직임이 이슈입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25개 증권·자산운용사 사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1월 15일 관련 논의를 했어요.

한국에서 증권거래세가 시행된 배경은 두 가지입니다. 주식으로 번 소득은 불로소득이라는 개념에 의해 징벌적 과세 개념으로 도입됐고요, 징수의 편의성 측면에서 주식이나 채권 거래 금액의 일정 비율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차원에서 증권거래세가 지속돼 왔습니다.

그런데 고령화사회에서는 금융 소득도 국민의 노후 준비 성격을 갖는 만큼 근로소득만 성스럽다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죠. 증권거래세 개편 방안이 논의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재정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증권거래세를 도입하자는 얘기가 매번 나오고 있지만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금이 도입되면 모험자금을 끌어들여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는 자본시장의 본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죠. 세수 확충은 금융 소득에 과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는 겁니다.”

▶증권거래세를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뿐입니까.

“극히 일부에서 운영 중입니다만 이마저도 폐지하거나 인하하는 추세죠. 일본은 과거 운영하던 증권거래세를 폐지했고요. 대만 등 몇몇 국가에서 운영 중인데 한국의 증권거래세가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2년 전 대만이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고 증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세제 정책을 수립한 것도 미국처럼 조세 입법 정책상 자본시장을 세수 원천으로만 보기보다 경제성장 동력으로 본 측면이 큽니다.

증권거래세는 일종의 통행세 개념인데 만약 은행에 예금할 때 세금을 내야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형평성에 어긋나죠. 따라서 금융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손익 통산이나 과세 이연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쪽으로 바꿔야만 국내 자본시장이 글로벌 시장과 연대해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요구입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증권거래세 폐지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기재부는 곳간을 지켜야 하는 곳인 만큼 연간 4조원 이상의 세수를 포기하기 힘들겠죠. 증권 거래 자체에 세금을 매기면 세수를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는 반면 금융 소득에만 세금을 매기면 주식시장이 마이너스로 떨어졌을 때 세금을 제대로 거둬들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정적이죠.

정부 정책이라는 게 세수 확보나 징수의 편의성만 볼 것이 아니라 경제적 시스템의 효율성과 글로벌 정합성 등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세금을 한 번에 폐지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몇 년에 걸쳐 인하하는 방안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자본시장이 제 역할을 수행하려면 장기 투자를 뒷받침하는 과세 제도와 유연한 규제 환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자본시장 과세 체계 선진화는 한국 경제의 고령화·저성장 추세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과세 체계의 부정합성으로 인해 건전한 장기 투자가 위축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주주 과세 요건을 회피하려고 연말에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투자 관행이나 투자 손실 이연 공제가 허용되지 않아 인위적으로 과세 연도 내에서 손실이 난 종목을 매도하는 왜곡된 절세 행태 등은 자본시장 과세 체계 정비가 미흡해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자본시장 과세 체계 선진화는 혁신 성장과 국민 자산 증식이라는 입법 목적을 명확히 정립하고 반드시 진행해야 합니다. 자본시장 활성화와 경제성장을 위해 세제 부담과 과세 차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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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본시장에서도 IT가 화두입니다.

“앞으로는 ‘금융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에 따라 금융사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바뀔 겁니다. 금융업계는 현재 이른바 상품을 고객에게 밀어내는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은행이든 증권사든 고객에게 상품에 대해 설득하고 권유하죠.

앞으로의 금융은 다수의 금융회사에 분산된 고객 정보를 공유하고 취합해 자산 관리에 대한 어드바이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바뀔 겁니다. 금융위원회에서 이와 관련해 ‘마이데이터’라는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각종 기관과 기업에 분산된 개인 정보에 대해 당사자가 공유를 허락하면 제삼자가 각 데이터를 종합해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돕는 신용 정보업을 새롭게 인가하자는 게 마이데이터의 핵심입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현재 국회 정무위에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시장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겁니다. 기존 금융업계의 푸시 마케팅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죠. 고객의 정보를 종합한 핀테크 회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거죠. 핀테크 기업의 조언에 따라 고객 스스로 합리적 의사 결정을 하는 쪽으로 바뀌어 나갈 겁니다. 각 금융사들도 관련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죠.”

▶개인 금융 데이터 등의 공개를 꺼리는 이도 많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바뀔 겁니다. 영국에서는 각 금융사가 지닌 데이터에 대한 제삼자의 접근 가능 여부를 소비자가 허락하면 반드시 공개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어요. 법 시행 당시 설문 조사를 해봤더니 20~30대는 대부분 개인 정보 공개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반면 50~60대는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컸습니다.

모바일 등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개인 정보 공개 등에 대한 저항이 덜한 반면 나이 든 사람들은 돈 거래인 만큼 반드시 사람 얼굴을 보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온라인 거래 등에 익숙한 세대들이 10~20년 후 투자의 주축이 될 겁니다. 금융사들도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나가야죠.”

▶앞으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둘 계획입니까.

“세부 연구 주제 발굴 등은 30여 명의 연구원에게 맡기고 저는 큰 그림을 그릴 계획입니다.

첫째, 금융업이 한국 경제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들여다볼 생각입니다. 또한 자본시장이 한국 경제의 성장에 어떻게 하면 더 기여할 수 있을지, 그 연결고리에 관해 연구할 예정이고요.

둘째, 자본시장의 디지털화가 금융의 미래를 바꾸는 가장 큰 변화인 만큼 자본시장이 어떤 식으로 디지털화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의제로도 내놓을 겁니다. 디지털화에 대해선 지금도 연구를 많이 하고 있고요.

셋째, 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입니다. 자본시장은 금융시장의 한 축이고 금융시장은 경제 시스템의 한 축인 만큼 넓은 시야로 사안을 들여다볼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금융은 양극단이 아닌 중간적 위치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금융을 단순한 시스템 인프라로만 봐서는 안 되고 반대로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생각만 갖고 접근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세계적 경험으로 봤을 때 금융이 과다하게 커지면 반드시 향후 위기가 온다든지 코스트를 지불해야 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죠. 따라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이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정부·업계·학계가 균형적 시각을 갖고 바라볼 때 금융이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파이낸스 앤드 굿 소사이어티’라는 책이 있어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가 쓴 책인데, 금융은 인류가 발전해 오면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온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노후 대비를 위해 연금 제도를 만들어 냈고 여러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제도가 나왔고 돈 없는 사람이 집을 사는 것을 돕기 위해 모기지가 탄생하는 등 인류가 경제활동을 해오면서 발생한 문제점을 해결했던 솔루션이 금융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금융은 기생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해졌지만 균형 잡힌 시각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이익만 추구하려고 한다거나 부정적 시각을 바탕으로 규제로 옥죄는 양극단보다 산업 플레이어는 물론 사회 구성원 전체가 균형적 시각을 갖고 금융을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자본시장연구원의 중요한 미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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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9호(2019.01.28 ~ 2019.02.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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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1-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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