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이재완 타이거자산운용 대표…지난해 하락장에도 5.6% 수익률
“개인투자자 출신들 모여 생존 DNA부터 달라요”
[사진=김기남 기자]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타이거자산운용은 사명에 걸맞게 거침없는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13년 말 설립 이후 햇수로 6년 차에 접어드는 동안 자본금은 16억원에서 160억원, 운용 자산은 20억원에서 3700억원, 인력은 3명에서 20명으로 성장했다. 이곳의 대표 펀드인 ‘타이거 5 콤보’의 수익률은 지난 3년간 60%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는 약 5%, 코스닥지수는 20% 상승했다.

타이거자산운용이 헤지펀드업계의 ‘젊은 피’로 업계의 주목을 받는 배경에는 이곳만의 분명한 투자 철학과 원칙이 자리하고 있다. 대학 시절부터 일찍이 주식시장에 뛰어든 이후 20여 년간 한길을 걷고 있는 이재완(40) 대표는 단 7개월의 기관 투자 경험을 제외하면 줄곧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타이거자산운용은 이 대표에겐 둘째 창업이다. 2009년 공동 창업한 에셋디자인투자자문에서 홀로서기를 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타이거자산운용 사무실에서 2월 13일 만난 이 대표는 “작년 한 해 코스피지수가 17% 떨어지는 동안 투자일임은 8%, 헤지펀드는 5.6%로 업계 최상위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첫 회사에서는 감을 잡는 데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둘째는 시행착오의 기간을 단축하고 더 분명한 색깔로 투자한 덕분이다. 실제로는 10년 차의 결과이기 때문에 빠른 성장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타이거자산운용은 현재 투자일임과 헤지펀드를 양 날개로 운용하고 있다. 2013년 12월 타이거투자주식회사에서 2016년 전문 헤지펀드 운용사로 등록, 타이거자산운용투자자문으로 이름을 바꾼 뒤 헤지펀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 대표를 포함해 핵심 운용역들이 모두 개인 투자자 출신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기관투자가 출신이 주름잡는 대형사들과 비교해 ‘다른 DNA’를 가지고 ‘생존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재능이 근면을 이길 수 없다”
이 대표는 투자를 결정할 때 기업의 리더십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는다. 업종을 막론하고 회사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핵심에는 리더가 있고 리더가 정체되지 않고 앞서 나갈 때 조직도 멈추지 않고 성장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지만 강하게 업계에 타이거라는 세 글자를 각인시키는 이 대표의 경영 마인드와 투자 스타일이 더욱 궁금해진다.

고려대 경영학과 99학번인 이 대표에게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근면이다. 그는 타이거의 정체성에 대해 “근면하고 둔하다”라고 요약했다. 이 대표는 “10년의 시간을 놓고 보면 머리 좋은 사람이 둔한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며 “그냥 둔한 게 아니라 근면하게 우직하게 한길을 걷는 데서 비로소 실력이 올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시절부터 처음 몇 년간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주식이 어려운 줄 모르고 뛰어든 것이죠. 주식은 재능이 있어야 유리한데 제겐 재능이 없었어요. 다만 집안 분위기가 열심히 하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꾸준히 열심히 했는데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 ‘재능 또한 양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됐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1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했지만 1만 시간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십만 시간을 투자하면 거기서부터 로그로 성장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타이거자산운용의 첫째 경쟁력은 바로 ‘양’에서 나온다. “무조건 열심히 한다. 질은 양에서 나온다”라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타이거자산운용은 기업 리서치 횟수, 투자 상품의 범위 등에서 타사 대비 “더 많이 본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 상장사 2000개가 있다면 일반적으로는 200~300개를 주요하게 보는 반면 우리는 많게는 1600개사로 넓게 보고 또 자주 본다”며 “한 펀드는 편입된 상품 수도 여덟 개로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타이거자산운용에서 기업을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종목을 선별하는 데 기준으로 첫째는 숫자, 둘째는 무형자산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성장성을 평가하는 수치로는 기업의 이익,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수익률(PER) 지표를 참고한다. 이익 증가율을 바탕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내는 것이다. 숫자보다 더 공을 들이는 부분은 생명체로서의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리더십, 기업 문화, 과거 경험 데이터를 파악한다.

“최근 상장된 한 회사는 숫자가 매력적이어서 일차적으로 관심을 가졌는데 미래 숫자까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몇 가지 확인을 거쳤습니다. 20여 년 정도 업을 유지해 오는 동안 장기 근속자들이 어느 정도이고 어떤 인센티브를 줬는지 알아보고 미래 확률을 판단합니다. 적어도 지식 기반 산업에서는 오너가 기술의 최정점에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회사 공정과 관련해 리더가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됩니다.”

이와 함께 산업 트렌드와 경기 상황도 고려한다. 향후 몇 년간 성장이 가능한 유망 산업인지, 국내와 세계 경기는 어떠한지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치에 기반한 투자, 중소형주 강점
타이거자산운용은 일반적으로 ‘중소형 가치 투자’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가 학창 시절 ‘고대 가치투자연구회(RISK)’를 만들어 우량주 장기 투자의 기본기를 다지고 실제 투자에도 나서면서 역량을 키워 왔다. 주관적인 가치 개념보다 객관적인 낮은 가격에 집중하고 시장의 관심이 적은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기회를 선점하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가치 투자라는 표현보다 가치에 기반한 투자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펀드 전략으로는 주식, 그중에서도 ‘롱(long : 매수)’ 위주의 멀티 전략을 구사한다. 주식을 사기 위한 헤지펀드로, 롱 그리고 주식 파생 금융 상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큰 틀에서 전략의 방향성을 수정하고 있는 중이다. 이 대표는 “올해와 내년은 롱뿐만 아니라 쇼트(short : 매도) 전략을 통해 주식 하락 장세에 대비하고 주식 파생 금융 상품의 비율을 더 높일 계획”이라며 “채권·메자닌·해외 주식 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율로 볼 때 과거 롱 전략이 8을 차지했다면 향후 3으로 줄이고 기타 멀티 전략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출자를 통해 타이거자산운용과 별개의 대체 투자 전문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롱만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었죠. 하지만 앞으로 한국 경제의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모든 전략을 수정해 가고 있습니다. 대체 투자는 연기금이 대체 투자를 늘림에 따라 시장 자체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어요. 특히 부동산 대출 분야를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타이거자산운용의 또 다른 차별점은 운용력과 운용 보수에 있다. 하루 12시간씩 근무한다는 이 대표뿐만 아니라 열심히 일하고 또 최고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회사의 핵심 운용력들은 개인 투자자로 시작해 이 대표와 의기투합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에셋디자인투자자문 시절부터 함께해 온 김권 이사, 4년 전 합류한 김영준 팀장은 모두 15년 정도의 투자 경험을 가진 이들이다.

“저를 포함해 개인 투자로 돈을 많이 벌어도 보고 크게 손해도 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주축이 되기 때문에 DNA가 완전히 다르게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생존본능이 다르죠. 지난 9년간 시장과 관계없이 연 단위로 손실이 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또 구조적으로 운용 성과가 나와야 회사 수익도 나오도록 했습니다. 우리 정도 규모에서 ‘운용 보수’가 없는 곳은 타이거밖에 없을 겁니다. 성과가 나지 않으면 고스란히 적자가 되는 구조입니다.”

이 대표는 올해 장세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망 종목은 있다. 그는 ‘바이오’, 특히 20년 이상의 업력을 갖고 있고 신약 개발에 풀 베팅한 곳들이 과실을 거두는 시기가 향후 5년간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현재 펀드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종도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2호(2019.02.18 ~ 2019.02.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