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16호 (2019년 03월 20일)

‘안전한 도로’·‘중소기업 상생’…사회적 가치 창출 나선 사내 벤처

[COVER STORY]
-한국도로공사 한국배리어·이노로드…
충돌시험 토털 관리·눈 잘 녹는 포장 공법 사업화

한국도로공사 사내 벤처 한국배리어와 이노로드는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인 공사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왼쪽부터 이노로드의 옥창권 대표, 이용우 과장, 박남준 사원. /김기남 기자


[한경비즈니스=동탄(경기)ㅣ안옥희 기자] “안전 시설물의 성능을 검사할 때 실물 차량을 가지고 충돌 시험을 합니다. 진짜 차량으로 시험하기 때문에 한 번 비용이 1억원 가까이 듭니다. 20년간 일하면서 충돌 시험을 하다가 부도나는 중소업체를 많이 봤습니다. 여러 번 떨어지면 절박감에 시험장 앞에서 고사까지 지내요.”

한국도로공사 사내 벤처 한국배리어의 주재웅 대표(수석 연구원)와 안성기 팀장이 사내 벤처 도전 계기를 설명하며 탄식했다. 한국배리어의 창업 아이템은 ‘차량 충돌 시험 전후 처리 서비스’다. 충돌 시험 시뮬레이션·컨설팅 업체로 사업 모델을 정한 것은 경제적인 손실을 줄이고 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궁극적으로는 중소업체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 동반 성장을 지향한다. 팀을 이끄는 주 대표와 안 팀장은 도로 안전 시설 개발과 성능 시험 업무를 20년 넘게 수행해 왔다.

이뿐아니라 도로공사에는 도로 포장 기술혁신으로 안전한 도로를 만들어 공공의 안전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내 벤처 이노로드도 있다. 경기도 동탄에 있는 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에서 3월 11일 사내 벤처 한국배리어와 이노로드 대표를 만나 창업 비전과 목표를 들어봤다.


◆ 안전 시설물 토털 관리, 중기와 동반 성장

한국배리어는 고속도로와 국도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종 방호 울타리, 노측용 가드레일 등 차량 방호 안전 시설물의 성능을 시험하는 업무를 수행해 왔다. 주 대표는 “방호 울타리, 가드레일, 충격 흡수 시설 등은 국토부 관리 지침에 따라 반드시 실물 차량 충돌 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안전 시설물 충돌 시험 결과 안전 기준이 국가 기준을 충족해야만 고속도로·국도·지방도 등 도로 현장에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배리어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국내 시설물 생산 업체의 약 70%는 중소·영세업체다. 이들 기업은 자본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신제품 개발을 위해 연간 300억원을 충돌 시험에 투자하고 있다. 연구 인력과 기술 노하우가 부족해 성능 시험 합격률이 50% 이하에 그치고 있다. 반복적인 충돌 시험으로 경제적인 손실은 연간 150억원으로 추산된다. 안전 시설물 국내시장 규모는 약 3000억원 규모다. 

안 팀장은 “충돌 시험을 하다가 부도가 나거나 합격을 위해 고사까지 지내는 모습을 보고 전문 컨설팅 업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하면 성능 시험 업무 경력을 활용해 개발한 기술을 통해 성능 문제가 없도록 전후 처리 전반을 컨설팅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사내 벤처 도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배리어는 충돌 시험 노하우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량 충돌 시험 전후 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동반 성장 등 공공성을 앞세워 기존 업무에 혁신적 아이디어를 접목해 공기업 사내 벤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기대감을 자아낸다. 왼쪽부터 한국배리어의 주재웅 대표, 안성기 팀장. /김기남 기자


안전 시설물 개발의 모든 과정을 컨트롤하고 관리하면서 최종적으로 신제품 개발에 도달하도록 하는 토털 개발 관리 서비스인 셈이다. 여기에는 시험 성공률을 기존 50~90%로 높이는 시뮬레이션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충돌 시험에 따르는 경제적인 손실을 줄이고 기술 개발 소요 시간도 상당 부분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 대표와 안 팀장은 자체 개발한 혁신 기술을 통해 시설물 생산 업체가 투입하던 연간 150억원의 비용과 6개월의 개발 소요 시간을 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 대표는 “그동안 시험에 떨어지는 영세한 업체들을 보면서 안타까웠지만 공정하게 성능을 시험하는 기관에서 일하는 공기업 직원이 어느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라고 알려줄 수 없었다. 하지만 사내 벤처 제도를 통해 공기업 소속으로 받는 제약 사항들이 일부 완화되면서 차량 충돌 시험 전문 컨설팅 업체를 꾸리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배리어는 5년 이내 매출액 50억원, 창업 확장기인 7~10년 내 고용 인원 30명을 달성할 계획이다. 안 팀장은 “2018년 11월 벤처 출범 이후 관련 업체에 사업 설명과 무료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기술을 지원하고 제품 성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배리어팀은 향후 5년 내 매출액 5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 혁신 포장 기술로 안전한 교통 환경 조성 

“과거 후배 연구원이 차량 이동 중 강원도 둔내터널에서 빠져나오다 사고로 즉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사망 사고를 계기로 사고율을 감소시키는 안전한 도로를 위한 포장 기술을 계속 연구했죠.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만큼 포장 성능을 높이면서 안전도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 실현에도 기여하기 위해 사내 벤처를 설립했습니다.”

도로공사의 또 다른 사내벤처 이노로드는 이름처럼 기존과 다른 혁신적인 도로포장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출범했다. 핵심 아이디어인 ‘나노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융설 포장 시스템’은 15년간 도로포장을 연구해 온 옥창권 대표가 평소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를 통해 구현됐다. 옥 대표와 함께 실내 시험 전문가인 이용우 과장, 박남준 사원이 함께 도로포장 문제로 인한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교통 안전을 위한 새로운 도로포장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옥 대표는 도로 파손을 줄이고 포장 성능과 수명을 늘리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고규격 도로(고속도로)에 사용되는 포장 공법과 저규격 도로(국도·시가지도로)에 사용하는 포장 공법을 절충, 중간 등급에 해당하는 HPA(High Performance Asphalt) 포장을 활용한 차세대 융설 포장을 개발했다. 포장 성능이 저하되면 도로가 파손되고 구멍이 파이는 포트홀 현상이 생기면서 각종 사고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이노로드는 자체 개발한 도로포장 기술이 파손을 줄이고 포장 수명을 늘려 승차감과 저소음 확보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이노로드팀이 3월 11일 도로교통연구원 내 실험실에서 도로포장 공법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기남 기자


기존 도로포장 시스템은 선상 발열 방식으로 전기 열선을 통해 도로 표면에 열을 발생시키는 원리다. 이 방식은 융설 효과가 미흡하고 포장이 파손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옥 대표는 “터널의 출구 부분, 응달 구간, 사고 다발 지역, 블랙 아이스 등 결빙 구간, 교량이나 커브가 심한 구간 등에서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데 겨울철 교통사고는 사망률이 높다. 겨울철 미끄럼 사고를 막기 위해 획기적인 방식으로 결빙을 녹이는 포장 공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노로드는 도로에 있는 눈이나 얼음을 녹이는 NGSM(Next Generation Snow Melting) 포장 시스템도 개발했다. NGSM 기술은 현재 상용화된 제품이 없는 상태로 원리는 면상 발열체를 활용해 눈을 녹이는 것이다. 기존 포장 방식보다 내구성·경제성·승차감을 강화한 이노로드 차세대 융설 포장 시스템은 기존 6~8년이었던 포장 수명을 10~15년(87%)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옥 대표는 “5년 이내 매출액 61억원, 창업 확장기인 7~10년 내 고용 인원 40명을 달성할 계획이다. 아직 관련 기술이 없고 융설 포장 시스템 수요가 예상되는 추운 북유럽이나 미국 시장 진출과 재생에너지를 접목하는 신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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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6호(2019.03.18 ~ 2019.03.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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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3-1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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