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기업가정신이 희망이다] 1부 잊힌 '기업가 정신'을 찾아서-슘페터 “혁신은 파괴를 수반한다”, 드러커 “이윤이 아니라 혁신에 집중하라”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4차 산업혁명의 시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열쇠’로 기업가 정신이 강조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기업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또한 커져 간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야심만만한 기업가들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두루뭉술하게만 다가오는 ‘기업가 정신’이란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경제 발전의 주체로서 혁신을 강조한 두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와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기업가 정신’의 의미를 짚어봤다.
◆‘창조적 파괴’ 주창한 슘페터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는 용어는 ‘시도하다’, ‘모험하다’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앙트러프랑(entreprendre)’에서 유래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시도’하고 ‘모험’하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흔히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기업가(businessman)와는 매우 뚜렷하게 구별된다. 18세기 초 프랑스 경제학자인 리샤르 캉티옹을 비롯한 프랑스 정치·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기업가 정신’이란 용어가 사용됐는데 이들 또한 일반적인 상인이나 제조업자와 구분하기 위해 이 용어를 썼다고 한다. 캉티옹은 기업가를 ‘위험을 무릅쓰고 시장에서 교환 행위를 주도하고 이끄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모든 것이 확실하게 예측되고 안정적인 시장에서는 ‘시도’와 ‘모험’이 일어나기 쉽지 않다. 기업가 정신을 설명할 때 필연적으로 ‘파괴’와 ‘혁신’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기존의 강자였던 노키아와 블랙베리 등은 빠르게 몰락했다. 2009년 탄생한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는 전 세계 택시 산업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창조적 파괴’라는 용어가 도처에서 들려온다. 바로 이 개념을 처음 구체적으로 정립한 이가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인 조지프 슘페터다.
‘도전과 모험이 혁신을 부른다’…다시 읽는 슘페터와 드러커
그는 ‘기업가 정신’에 대해 최초로 체계적으로 접근한 학자로 평가 받는다. 그가 강조한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혁신’이다. 기업가는 시장에 숨어 있는 이윤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그 바탕이 되는 것이 ‘기술혁신’이다.
신제품의 발명이나 개발, 새로운 생산 방법의 도입, 신기술의 발명, 새로운 시장의 개척, 새로운 원료나 부품을 찾아내고 사용하고 공급하는 것, 조직을 새롭게 형성해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 모두 기술혁신의 방법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늘 기존의 시장을 흔든다. 슘페터가 강조한 ‘창조적 파괴’는 바로 이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슘페터는 이윤을 좇는 기업가는 누구라도 ‘혁신’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창조적 파괴’는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핵심적인 동력이다.

슘페터의 시각에서 과감한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통해 기업가가 얻어낸 이윤은 도덕적이고 정당하다. 기업가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위험을 무릅쓰고 성공적으로 모험을 수행한 결과로 주어지는 정당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가의 ‘혁신’은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 낸다. 지식 시장을 타고 빠르게 번진 혁신은 공급자와 소비자를 한 단계 올려놓는다. 시장은 넓어지고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늘어나며 결과적으로 가격은 하락한다. 상품과 서비스는 향상되는 반면 가격은 떨어진다. ‘창조적 파괴’가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 기업가가 혁신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얻는 데 성공한다. 이를 본 다른 기업가들은 바로 이 혁신적인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 행위를 곧바로 모방한다. 그 결과 사회 전체적으로 점차 이윤이 소멸하게 된다.
슘페터는 경기순환 또한 이를 토대로 해석했다. 이처럼 ‘창조적 파괴’가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사라지는 과정에서 다시 말해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면 경제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하락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다.
◆‘경영의 혁신’ 강조한 드러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도 기업가 정신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같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로 오랜 시간 교류해 온 슘페터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가 그 당시의 주류 경제학자들과 달리 ‘기업가의 활동’에 집중하고 이를 ‘경영학’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슘페터의 영향 또한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 만큼 드러커가 정의하는 기업가 정신 또한 슘페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위험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모험과 도전의 정신이다.’

드러커의 ‘기업가 정신’에 대한 정의에서도 나타나듯 기업과 정신과 혁신은 별개로 떼어놓을 수 없다. 다만 슘페터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 과거에는 ‘기술혁신’이 뒷받침된다면 창업을 통해 기업을 일구고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의 규모가 거대해지고 사회가 복잡해진 만큼 기술혁신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특히 ‘혁신’으로 성공한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가 정신’이 점차 약해지는 현상에 주목했다. 기업이 미래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영관리에서의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도전과 모험이 혁신을 부른다’…다시 읽는 슘페터와 드러커
드러커는 ‘기업가 정신’ 경영 활동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로 접근한다. 단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에 성공한 기업은 물론 역사가 오래된 기업에서도 ‘기업가 정신’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공공 기관에도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드러커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기업 단위에 국한하지 않고 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자기 혁신의 바탕으로 ‘기업가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단지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를 넘어 조직에 속해 일 하는 직장인이라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이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할 때 우리 사회는 다음 단계로 ‘진화’해 나갈 수 있다.

드러커의 관점에 따르면 기업가 정신은 어떤 개인 혹은 기업가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자질이나 성향이 아니다. 그보다 기업가나 개인이 지니고 있는 ‘태도’에 가깝다. 불확실한 환경이나 위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무엇에 중심적인 가치를 두고 행동해 나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다시 말해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은 꾸준한 개선 의지와 노력을 통한 결과물인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무엇을 위해 노력할 것인가’ 하는 방향성이 중요하다. 드러커는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 아니라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기업가가 ‘고객을 창조’하는 혁신에 성공한다면 이익은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 다시 말해 이익은 기업이 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 지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신호’이지 기업의 목적이 될 수 없다. 이익이 아니라 사회와 고객과의 관계에서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피트 드러커의 기업가 정신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요소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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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7호(2019.03.25 ~ 2019.03.3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