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19호 (2019년 04월 10일)





“전기차 월 유지비 2만원, 대중교통 요금보다 저렴하죠”

[커버스토리=원더풀! 전기차 라이프]
-2년차 전기차 오너 강익수 씨…아파트 주민 설득해 주차장에 충전기 설치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국내 화학 대기업에 다니는 강익수(35) 씨는 한국GM의 순수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를 2년째 타고 있다. 2013년 7월 한양대에서 화학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곧바로 A사에 입사한 강 씨는 출장길 회사의 법인차를 몰고부터 전기차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결혼 전 부모님의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을 타던 강 씨는 2017년 초 한국GM이 국내에 볼트 EV 400대를 판매한다는 소식에 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추첨을 통해 운 좋게 전기차 오너가 될 수 있었다.

볼트 EV의 당시 가격은 4790만원으로 결코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친환경차 지원 보조금 1900만원을 받았고 취득·등록세 할인까지 더해 3080만원에 차량을 구입할 수 있었다.

강 씨는 “휘발유 차량의 약 10분의 1에 불과한 연료비(충전비)와 톨게이트·공영주차장 요금 할인 등의 혜택은 친환경차인 전기차 오너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며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7초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빠르고 민첩해 운전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사진) 강익수 씨가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 경기장 전기차 충전소에서 볼트 EV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범세 기자



◆‘전용 충전소’ 설치 어렵다면 ‘비추’

경기 김포시 풍무동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강 씨의 하루는 밤새 연결해 둔 이동형 충전기를 차량에서 제거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동형 충전기는 전기 콘센트와 차량 충전 단자를 연결하는 케이블로, 일종의 완속 충전기다.

완속 충전기는 저압을 사용하기 때문에 급속 충전기에 비해 완충(완전 충전) 시간이 10배 정도 길다. 충전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대신 전기차 배터리에 무리가 덜 가는 장점이 있다.

강 씨는 해당 충전기를 이용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차량을 충전한 후 매월 사용한 전기료를 한국전력에 납부하고 있다. 충전기에는 이동통신 기능이 탑재돼 강 씨가 밤새 사용한 전력량이 한전에 통보된다. 일반 콘센트를 충전에 활용하는 만큼 한전의 별도 조치가 필요하다. 입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한 작업이다. 강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에는 그마나 전기차에 관심이 있는 젊은 세대가 많아 어렵사리 동의를 구할 수 있었다.

(사진)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이동형 충전기로 충전 중인 강익수 씨의 볼트 EV. /강익수 제공



강 씨는 “이동형 충전기를 활용하기 전 6개월간 충전이 필요할 때마다 집 인근 공공 충전소에 들러 급속 충전기로 1시간 정도를 할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계속됐다”며 “공공 충전소는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다른 차가 충전 중이라면 기다리는 시간도 추가되는 만큼 주거지에 충전 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전기차를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강 씨는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부하 시간(밤 11시~오전 9시)’에 차를 주로 충전한다. 이 시간 전기요금은 kW당 약 60원(겨울철 80원). 볼트 EV의 배터리 용량이 60kW인 만큼 바닥에서 완전 충전까지 3600원이면 된다.

볼트 EV의 공식 주행거리가 383km인 점을 감안하면 단돈 10원으로 1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 충전료만 놓고 봤을 땐 대중교통보다 저렴한 셈이다. 강 씨는 매달 전기 사용료 등으로 평균 2만원 정도를 지출한다.

강 씨가 전기차 오너가 되면서 얻게 된 특권은 또 있다. 강 씨는 매일 아침 서울 지하철 9호선 개화역까지 약 12km를 차량으로 이동한 후 이곳 환승 주차장에 차를 두고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출근한다.

개화역 환승 주차장의 한 달 정기 주차 요금은 4만원이다. 반면 강 씨는 약 70% 할인된 1만3200원에 이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다. 마음 같아선 직장까지 차를 몰고 가고 싶지만 회사 월 주차료가 만만치 않아 포기했다.

그 대신 종일 외근이 있는 날이나 지방 출장길에는 무조건 차를 이용한다. 일산대교 통행료와 서울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면제,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공영 주차장 50% 할인 등 두루 이득이기 때문이다. 엔진 대신 모터로 움직이는 전기차의 특성상 안락한 승차감과 정숙성으로 출장길의 피로가 덜한 부분은 덤이다.

맞벌이 부부인 강 씨의 전기차는 주말이 되면 더욱 바빠진다. 부인의 일반 차량 대신 전기차를 몰고 둘만의 나들이를 떠나기 때문이다. 차량 출고 후 겨우 2년 만에 누적 운행 거리가 5만km를 훌쩍 뛰어넘은 이유다.

1년 전만 해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횟수가 잦았지만 최근에는 ‘전기차 오너들의 성지’로 꼽히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나 용산 아이파크몰을 자주 찾는다. 아이파크몰에서는 전기차 충전 시 5시간 동안 무료로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충전비 전면 무료에 주차는 최대 4시간까지 무료다.

(사진) 강익수 씨가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볼트 EV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범세 기자



강 씨에게는 전기차와 관련한 두 가지 목표가 있다. 현재 차량을 폐차 직전까지 운행하는 게 첫째다. 충전비와 타이어·에어컨 필터 교체 비용 외에는 유지비가 거의 들지 않는 장점도 있지만 관련 업계 종사자로서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인 배터리의 한계를 테스트해 보고 싶어서다. 볼트 EV의 배터리 보증 기간인 8년 또는 16만km 이상은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짐작이다.

둘째 목표는 부인의 차도 전기차로 바꾸는 것이다. 향후 아이가 생기면 아무래도 큰 차가 필요하지만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전기차 모델은 테슬라를 제외하곤 모두 소형이다.

강 씨는 “몇 년 안에 중형차 정도의 덩치를 가진 전기차 모델이 등장하면 바로 구입하겠지만 대안이 없다면 열심히 벌어 테슬라를 구입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충전기 호환성 문제 등 개선할 점도

국내 전기차 이용 환경은 과거에 비해 차츰 나아지고는 있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부족한 공공 충전소다.

서울만 해도 일부 대형마트 주차장 등에 충전기가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점포별 충전기 수가 1~2개 정도 수준에 그쳐 아직 미흡하다는 게 전기차 오너들의 생각이다. 한 공간에 5대 이상의 충전기를 갖춘 ‘집중 충전소’는 롯데월드타워와 상암월드컵 경기장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지방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전국 한국전력 지소나 면사무소·읍사무소 등에도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해당 기관이 운영하는 전기차를 주로 충전하기 때문에 외부인이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의 허술한 관리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충전기가 별도의 가림막이나 차양 없이 비나 햇빛에 그대로 노출돼 있고 아예 작동되지 않는 곳도 수두룩하다.

디자인



강 씨는 “2년 전만 해도 충전소가 있는 휴게소 리스트를 외우고 다녀야 할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최근엔 상황이 많이 나아졌지만 관리는 여전히 엉망”이라며 “환경부에 고장 신고를 해도 대응이 느린 편이어서 전기차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엔 충전기와 차량 간 호환성 문제도 전기차 이용자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다른 공공 충전소에서는 멀쩡히 충전이 잘되던 것이 특정 회사의 충전기 또는 특정 장소의 충전기에서는 아예 충전이 안 될 때가 있다는 주장이다.

강 씨는 “내 차와 같은 차량이 바로 앞에서 완충 후 떠나는데 내 차만 충전이 안 되는 곳도 있다”며 “충전기 생산 업체에서는 차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반면 완성차 업계에서는 충전기가 문제라는 식으로 서로 근본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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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9호(2019.04.08 ~ 2019.04.1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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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4-0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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