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원인은 ‘비용·원가 통제 실패’…금호그룹은 건설·버스 중심으로 재편
결국 새 주인에게 팔리는 아시아나항공…예상 가격 ‘1조원’
(사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그룹 비상경영위원회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4월 16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그룹의 전체 매출 중 60%를 차지한다, 아시아나항공이 팔리면 그룹에는 금호고속·금호산업·금호리조트 등의 계열사만 남게 된다.

박삼구 전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는 초강수까지 두고 자구안을 내놓았지만 채권단에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채권단과 금융 당국은 시간 벌기용 계획이 아니라 오너가의 경영권을 담보로 하는 강도 높은 자구안을 요구했다. 사면초가에 처한 박 전 회장은 결국 가장 피하고 싶었던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단을 내리게 됐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은 조만간 급물살을 타고 금호그룹은 주력인 항공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될 전망이다.



◆박삼구 전 회장 “피 토하는 심정으로 매각”

현재 논의되는 매각 방식은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항공의 주식을 매각(구주 매출)하고 제삼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동시에 하는 방안이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매각설로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이 급등하면서 매각 대금은 1조원 수준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채권단은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한 만큼 최대 5000억원의 자금을 영구채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논의하고 있다. 발행하는 영구채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도 부여하기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영구채는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인수할 것이 확실시된다.
결국 새 주인에게 팔리는 아시아나항공…예상 가격 ‘1조원’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게 된 이유는 쉽게 말해 경영 실패다. 시장에선 박 전 회장에 대한 평가는 크게 나뉜다. 하나는 ‘승부사’이고 다른 하나는 ‘마이너스의 손’이다.

박 전 회장은 1967년 금호타이어(옛 삼양타이어)에 입사하면서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주)금호·아시아나항공 사장을 거쳐 2002년 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박 회장은 공격적 인수·합병(M&A)에 사활을 걸었다. 대우건설 6조4000억원(2006년), 대한통운 4조1000억원(2008년) 인수가 대표적이다.

이후 2008년 금융 위기를 맞았다. 그때부터 그룹은 흔들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건설경기 둔화로 대우건설의 기업 가치가 떨어졌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그룹 전체에 유동성 위기가 닥쳤다.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것도 이때쯤이다. 2009년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고 스스로 그룹 회장에서도 사임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율 협약을 맺었고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박 회장은 책임을 강조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박 전 회장은 2010년 경영에 복귀했고 2013년 금호산업 대표를 맡았다. 다행히 금호산업은 조건부로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박 전 회장은 그룹 재건을 꿈꿨다. 2015년 12월 KDB산업은행에 인수 대금 7228억원을 완납하고 금호산업을 인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박 회장은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과 함께 보유했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지분을 팔았고 CJ·효성·LG화학 등을 백기사로 유치하는 능력도 보여줬다.

다음 목표는 금호타이어였다. 박 회장은 2017년 우선매수청구권을 앞세워 금호타이어 인수를 천명했지만 컨소시엄 구성 등은 물거품이 됐고 끝내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박 회장은 결국 인수를 포기했고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4월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에 매각됐다.

이후에도 악재는 계속됐다. 지난해 7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이 벌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이 기존 기내식 공급 업체인 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 계약 만료 후 신규 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로부터 기내식을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하면서 승객들이 기내식을 기다리다가 받지 못하고 이륙하는 이른바 ‘노밀(no meal)’ 사태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의 배임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결국 새 주인에게 팔리는 아시아나항공…예상 가격 ‘1조원’
(사진)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 연한뉴스


◆독이 돼서 돌아온 공격적 M&A

올해에는 ‘꼼수 회계’ 파문이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감사보고서가 부적합하다며 ‘한정’ 감사 의견을 내면서 금융시장에 혼란이 일었다. 이 영향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모기업인 금호산업까지 ‘한정’ 감사 의견을 받았다. 이후 ‘한정’ 의견은 4일 만에 ‘적정’ 의견으로 바뀌었지만 박 전 회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실제로 박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2010년부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지표는 악화되기 시작했다. 2010년 636.34%였던 부채비율은 2014년 715.41%를 넘었고 2015년 991.48%를 기록했다. 이후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자구 노력으로 부채비율이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은 814.8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수익성도 나빠졌다. 매출원가와 판관비 구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매출원가율은 90.26%다. 2010년 75.63%였던 매출원가율은 꾸준히 오름세다. 여기에 판관비율도 10% 이상을 기록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물론 글로벌 저성장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쟁사인 대한항공과 비교해 보면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를 알 수 있다. 단순 실적만 비교해 보면 지난 9년간 대한항공이 5조746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때 아시아나항공은 1조42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9년간 아시아나항공이 기록한 영업이익보다 4배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셈이다. 이 기간 매출 증가율을 보면 대한항공은 12%, 아시아나항공은 23%다. 매출 증가 폭은 대한항공의 2배에 달하면서 영업이익은 4분의 1에 불과했다는 것은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등 비용 통제에 실패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시아나항공은 새 주인을 찾기 시작한 동시에 자체적인 체질 개선에도 돌입했다. 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아시아나항공은 4월 17일 기존의 39개 부문, 224개팀 체제로 운영하던 조직을 38개 부문, 221개팀 체제로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조직 개편으로 정비본부 내에 정비품질부문을 신설했다.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로 풀이된다. 기존에는 정비본부장 아래 흩어져 있던 정비품질팀과 정비검사팀을 모았다. 정비훈련팀도 신설해 정비품질팀과 정비검사팀이 총괄하도록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국내 항공사 중 노후 항공기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을 인지, 안전 운항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안전 업무 강화를 위한 팀 통합도 단행했다. 사장 직속 조직인 안전·보안실 산하의 안전예방팀과 안전심사팀을 안전품질관리팀으로 통합했다. 운항본부에 속했던 운항표준팀과 운항평가팀은 운항표준평가팀으로, 운항훈련팀과 운항훈련지원팀은 운항훈련팀으로 통합했다.
결국 새 주인에게 팔리는 아시아나항공…예상 가격 ‘1조원’
◆아시아나항공, 자체적인 체질 개선 돌입

매각 작업을 위한 업무 조정도 진행됐다. 전략기획본부 산하에 있던 구매부문은 경영관리본부로 이관했다. 이에 따라 전략기획본부에는 전략기획부문과 재무부문만 남았다. 경영관리본부는 기존의 인하(HR)와 대외협력, 커뮤니케이션 부문에 구매부문까지 함께 맡을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은 정비를 강화하고 안전·운항 조직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편한 것”이라며 “안전 운항을 위한 조직을 강화해 본연의 업무인 항공 운송업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으로 그룹의 규모는 작아지겠지만 보다 탄탄한 기업으로 변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 재계 인사는 “외형적으로 그룹 사이즈가 줄어들겠지만 향후 아시아나항공 매각 자금 등이 들어오면 금호산업과 건설 등 남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연결 기준 1조3767억원, 영업이익은 423억원이다. 부채비율은 235%로 전년보다 48%포인트 줄었다. 금호고속은 같은 기간 매출 4232억원, 영업이익 308억원을 올렸다.hawlling@hankyung.com

[돋보기] 금호3세 박세창 “매각 주체는 금호…진정성 갖고 추진”

금호가(家) 3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진과 관련해 “다른 의도가 전혀 없다. 진정성을 갖고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박 전 회장과 함께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 지분 50.7%를 보유하고 이를 통해 그룹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박 사장은 4월 1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매각 작업과 관련해) 제가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무조건 한다”고 자신의 책무와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박 전 회장의 복귀를 위한 ‘우회 매각’이 아니냐는 의심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그는 “이제 그런 방식이 통하는 시대도 아니다. 우리가 투명성을 담보하고 ‘딜(deal)’을 추진하는 것이 모두에게 가장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주체가 금호아시아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소개하며 “(이동걸) 회장께서도 확실히 매각 주체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라고 해 저와 그룹이 책임지고 해보려 한다. (인수 의향이 있는) 좋은 분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매각과 관련해 KDB산업은행과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KDB산업은행과 예전처럼 갑론을박하거나 대척할 게 아니라 완전히 터놓고 얘기하면서 긴밀히 협조해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또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다 바쳐 뛰겠다. 저도 조부께서 창업하신 회사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 견지에서 어떤 다른 의도도 갖지 않고 매각에 전념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업으로 거론되는 기업과의 접촉이나 KDB산업은행과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느 기업이건 진정성을 갖고 인수하겠다고 하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어느 기업은 되고 어느 기업은 안 되고 얘기할 게 없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에 얹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 세부적인 매각 조건 등과 관련해서도 KDB산업은행과는 논의가 없었다면서 “매각 절차가 시작되면 매각 성사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 책임질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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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1호(2019.04.22 ~ 2019.04.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