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28호 (2019년 06월 12일)

‘가전 두뇌’ MCU 세계 5위, 어보브반도체…12년간 연평균 12% ‘성장 질주’

[커버스토리=반도체 대전환 플랜] 
-옛 LG반도체 설계팀 주축으로 2006년 창업, 글로벌 가전기업에 400여 개 제품 공급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냉장고·TV·에어컨 등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칩은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이다. 모바일 폰이나 PC와 같은 스마트 기기뿐만 아니라 대형 가전제품에도 필수적으로 장착된다. 비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사물인터넷(IoT)이 일상화될수록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손꼽히는 분야다. 어보브반도체는 MCU 칩을 전문으로 설계하고 공급하는 팹리스 회사로, 국내 MCU 칩 시장의 독보적인 1위다.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 대부분이 부진한 상항에서도 흑자를 이어 가며 ‘토종 팹리스’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6월 5일 국내 팹리스 대표 주자인 어보브반도체를 방문했다. 



◆ LG반도체부터 이어진 ‘30년 노하우’ 응집  

어보브반도체는 2006년 설립됐지만 그 뿌리는 LG반도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LG반도체와 현대전자가 합병하며 하이닉스반도체가 탄생했고 이후 2004년 경영난이 닥치면서 ‘시스템IC부문’을 씨티벤처캐피탈에 매각하며 ‘매그나칩반도체’로 새 출발했다. 최원 대표는 당시 매그나칩반도체의 사업부를 인수해 어보브반도체를 설립했다. 

현재 어보브반도체의 핵심 인력들은 구 LG반도체의 MCU 설계 인력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사 14명 중 절반인 7명이 LG반도체 출신이고 최 대표 역시 LG반도체에서 MCU사업부 팀장을 지내며 전문성을 쌓았다. 

어보브반도체는 2011년 당시 국내 MCU 시장 2위였던 ‘이타칩스’를 합병하며 국내 MCU 시장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굳혔다. 이를 통해 회사 규모뿐만 아니라 MCU 설계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당시 이타칩스의 대표였고 현재 어보브반도체 부사장으로 재직 중인 김석진 부사장도 LG반도체에서 MCU칩 설계팀장으로 최 대표와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6월 5일 방문한 서울 삼성역 인근 어보브반도체 서울 사무소는 팹리스 업체의 핵심이랄 수 있는 연구·개발(R&D) 설계 파트의 직원들이 주로 근무하는 곳이다. 겉모습만 보기에는 여느 직장과 다를 바 없지만 설계 인력들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모니터마다 복잡한 설계 도면이 펼쳐져 있다. 사무실 한편에는 조그마한 방이 마련돼 있는데, 설계 작업 중간 중간 설계자들이 실제 마이크로 칩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장비들이다.

예를 들어 MCU 칩이 상온에서뿐만 아니라 섭씨 영하 40도 저온이나 섭씨 영상 150도 고온에서도 오작동 없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는지 점검하는 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어보브반도체 설계 인력은 크게 5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각 팀마다 적게는 4명에서 8명까지의 팀원들이 일한다. 아날로그 파트 설계, 디지털 파트 설계 등 각각의 맡은 역할에 따라 협업을 통해 ‘하나의 칩’을 완성하게 된다고 한다. 

설계 파트만큼이나 중요한 파트는 ‘응용 설계 파트’다. 설계가 끝난 MCU의 반도체칩(IC 칩)이 실제로 기능을 잘하는지 간단한 실험을 통해 측정하고 부족한 부분들을 찾아내 보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모니터마다 설계 도면을 띄워 놓고 책상에는 작업 중인 IC 칩을 잔뜩 쌓아 놓은 사무실 풍경이 응용 설계 파트의 역할을 한눈에 보여준다. 수시로 MCU 칩의 기능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점검해 봐야 하는 만큼 사무실 한쪽에는 다양한 실험 장비들이 구축돼 있는데 조그마한 반도체 칩을 자세히 관찰하기 위한 현미경에서부터 간단한 수정 작업을 위한 실제 장비도 눈에 띈다. 

◆ 매출 40% 중국 시장, ‘기술력’으로 승부 

어보브반도체는 핵심 R&D 인력과 영업 인력이 근무하는 서울 사무소 외에 충북 오창에 본사를 두고 있고 청주에도 R&D 인력들을 중심으로 한 사무실을 두고 있다. 특히 오창 본사는 팹리스 업체로는 드물게 설계를 마친 MCU 칩의 시제품을 생산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소규모의 공장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어보브반도체의 경쟁력은 범용 MCU를 비롯해 리모컨용·모터용 등 400여 가지 제품에 MCU를 공급하며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기준으로 세계 소비 가전 MCU 시장에서 점유율 4%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 리모컨용 MCU 시장에서는 80%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문정 어보브반도체 마케팅부문 부장은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전자제품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며 제품의 수명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며 “어보브반도체는 매우 다양한 분야의 제품에 활용되고 있는 만큼 경기 변동에 따른 영향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제품군이 다양한 만큼 고객군도 다양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모두 어보브반도체의 MCU 칩을 사용하고 있고 필립스 등 해외 대기업들에도 MCU 칩을 납품할 만큼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어보브반도체는 초창기부터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시장 개척에 나섰다. 현재 어보브반도체 전체 매출의 40% 정도가 중국 시장에서 나오고 있을 정도다. 중국 최대 가전 업체인 미디어·하이얼 등이 모두 어보브반도체의 주요 고객이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2007년 기준으로 매출 3000만 달러(약 300억원)에 못 미쳤지만 공격적인 중국 시장 확장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억 달러(약 1200억원)를 돌파했다. 12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2%에 달한다. 

어보브반도체는 특히 IoT 확산과 함께 더 큰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커넥티비티 기능이 포함된 무선통신·센서·알고리즘 등이 융합된 스마트 MCU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IoT 전자제품 무선제어에 적합한 블루투스 저전력 기술인 BLE(Bluetooth low Energy) 개발에 성공, 이제 막 제품 매출이 나오기 시작한 단계로 높은 성장성이 기대된다.



◆인터뷰 최원 어보브반도체 대표
“비메모리 육성의 관건은 ‘생태계 구축’…중국 대만에서 교훈 얻어야”

최원 어보브반도체 대표와의 인터뷰는 6월 5일 저녁 8시가 다 돼서야 이뤄졌다. 이날 중국 출장을 마친 최 대표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지도 못한 채 사무실에 도착했다. 더 넓은 시장을 개척하며 토종 팹리스 업체의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의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최 대표는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생태계’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우수한 인재들이 이 분야에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보브반도체는 중국을 포함한 해외시장 매출이 전체의 45% 정도다. ‘토종 팹리스’ 업체로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현재 전 세계 MCU 시장의 규모는 대략 22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MCU는 특히 냉장고·TV·리모컨과 같은 가전제품에 장착되는 시스템 반도체인 만큼 향후 성장성이 매우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시장 등에서 많은 경쟁 업체들이 새롭게 이 분야에 뛰어들며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MCU 칩은 아날로그 회로 설계와 디지털 회로 설계가 모두 필요한 매우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특히 아날로그 회로 설계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쌓아온 ‘노하우’가 제품의 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마찬가지로 해외시장에서 어보브반도체의 가장 큰 무기 역시 LG반도체 시절부터 이어져 온 30년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높은 ‘기술 경쟁력’이다. 현재 어보브반도체는 매출의 2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는데, 그만큼 중국 기업들보다 높은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삼성이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기대감이 클 텐데.

“고무적인 일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비메모리 분야의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시장에서 한국은 일본만큼 높은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본이나 미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지원금을 등에 업고 제품의 단가를 매우 낮게 책정하는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 경쟁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아직은 국내 업체들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이 더 높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기술 수준을 높이며 따라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지원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정부의 육성 정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해외시장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비메모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결국 ‘생태계’라는 점이다. 실제 중국이나 대만만 하더라도 우리와 비교해 비메모리 산업의 생태계가 굉장히 유기적으로 잘돼 있는 편이다. 팹리스(설계)-파운드리(위탁 생산)-후공정(패키징·테스트)까지 크게 세 분야의 기업들의 먹이사슬이 잘돼 있다. 이와 비교해 국내는 반도체 산업이 아무래도 삼성이나 SK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 중심으로 발달해 왔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생태계 측면에서 약하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파운드리 개방 이후 국내 팹리스 업체들과의 상생 협력 모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도 이와 같은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더욱 중점을 뒀으면 한다.”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비메모리 반도체만 하더라도 매우 많은 영역이 있다. 그중에서도 팹리스의 핵심은 반도체의 설계다. 쉽게 말해 ‘고급 두뇌’를 가진 인력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얼마나 집적해 고객들이 원하는 기능을 가진 칩을 만들어 가느냐의 싸움다. 매우 창의적인 분야다. 이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이다. 우리를 포함한 많은 팹리스 업체들이 ‘고급 인력’을 끌어오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젊은 인재들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매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성공 모델’이 나와야 한다. 경쟁력 있는 팹리스 업체 간의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전 세계시장에서 매출 5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는 업체들이 국내에서도 충분히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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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8호(2019.06.10 ~ 2019.06.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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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6-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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