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28호 (2019년 06월 12일)

‘팹리스 1세대’ 넥스트칩, 자율주행차용 반도체에 승부 건다

[커버스토리=반도체 대전환 플랜] 
- 영상처리 기술에서 독보적 경쟁력...2012년부터 8년간 800억원 선제적 투자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1990년대 중·후반, 국내 벤처 투자 열풍이 한창이던 시절 함께 태동했던 팹리스 기업들을 ‘1세대 팹리스’라고 부른다. 하지만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1세대 팹리스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새로운 반도체 시스템을 개발하는 산업이다 보니 남들보다 앞선 기술력을 확보해야 하고 지속적인 투자로 경쟁력을 쌓아야 하는데 대부분 버티지 못했다.

더욱이 시대의 흐름을 읽고 미래 산업의 방향성을 찾아내는 기업가의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산업이다 보니 생존율이 더 낮을 수밖에 없었다. 1세대 팹리스이자 팹리스 기업 중 가장 오래된 ‘넥스트칩’이 주목받는 이유다.

◆ 산업 흐름을 읽고 과감한 투자

경기도 분당에 자리한 넥스트칩은 1997년 설립돼 벌써 22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사업 시작 당시 10여 명에 불과했던 임직원은 어느덧 128명까지 늘어날 정도로 회사가 커졌다.

넥스트칩은 국내 지능형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 기업 중 한 곳이다. 자체 개발한 영상 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영상 처리 핵심 반도체를 국내외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고해상도가 요구되는 CCTV, 아날로그 카메라, IP 카메라 등을 위한 영상 보안 산업용 반도체 위주로 공급한다.

기술력은 물론 시장 장악력도 우수하다. 전 세계 카메라 10대 중 2대에 넥스트칩에서 개발한 칩이 사용될 정도다. 하지만 넥스트칩이 진짜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개발이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특화된 영상 처리 기술과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싱을 좀 더 연구·개발(R&D)해 자율주행 기반의 미래차를 개발하고 있는 전장 사업자들에게 공급하기 위해서다.

2000년대에는 신기술이자 경쟁자가 많지 않았던 영상 보안 산업용 반도체 산업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심화될 것을 예상하고 시작한 사업이다. 넥스트칩을 이끌고 있는 김경수 대표가 8년 전인 2012년부터 직접 신사업으로 정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해 왔다. 당시만 해도 요즘처럼 자율주행차가 주목받지 못할 때였다.

넥스트칩은 자율주행 반도체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 8년 동안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투자금은 물론이고 영상 보안 반도체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재투자했다. 금액만 800억원 가까이 된다. 이 덕분에 넥스트칩이 보유한 기술력은 독보적이다.

넥스트칩은 올해 지난 8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개발해 온 자동차 전용 5개 제품을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중국·일본에 있는 8개의 자동차 제조사에 납품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넥스트칩은 올해 1월 각 산업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물적 분할을 통한 사업 구조 변경을 단행했다. 기존 법인명이었던 넥스트칩은 자동차 사업부문으로 물적 분할하고 영상 보안 반도체 사업은 앤씨앤으로 새롭게 출범시켰다.

앤씨앤은 기존 영상 보안 사업부문을 맡으면서 블랙박스 완제품과 공기 살균 청정기, 가스 센서 등을 제조하게 됐다. 넥스트칩이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의 성장 속도를 높이고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전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 자율주행 레벨4 수준 개발 박차



넥스트칩이 현재 개발한 자동차발 사업은 차량용 카메라에 들어가는 핵심 영상 처리 반도체인 카메라 영상 처리 반도체(ISP)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자동차발 시장 진입을 위해 다양한 ISP 제품을 준비하고 있고 최근에는 레벨4 수준(완전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개발이 완료된 제품 자동차 리어뷰 카메라에 들어가는 풀HD(FHD) 카메라 ISP다. 향상된 광각 보정 기능(LDC)과 FHD 센서까지 지원 가능한 고성능 금속 산화막 반도체(CMOS) ISP로, 차량용 리어뷰 카메라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무엇보다 뛰어난 화질과 차별화된 역광 보정(WDR), 주차선 구현 등의 화면상 강점과 소형화 패키지의 특성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이들 제품들은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과 납품 계약을 한 상태다.

이 밖에 넥스트칩은 자사의 첫째 센싱 솔루션 제품인 아파치4(APACHE4) 개발도 완료했다. 이 제품은 차량·보행자·차로·움직이는 물체를 검출하는 센싱 제품으로 자율주행 3단계 이상의 기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넥스트칩은 현재 아파치4에서 더 진일보한 아파치5 개발도 추진 중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내년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며 아파치5는 자율주행 레벨4 수준이 일부 포함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통합 칩이다.

제품 개발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넥스트칩은 제품을 알리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미국·독일·중국에 현지 법인을 세워 마케팅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고 일본에도 에이전트를 두고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cwy@hankyung.com

[인터뷰] 김경수 넥스트칩 대표
“팹리스 성장 위해선 자율적이고 수평적 지원 환경 만들어야”




1세대 팹리스 기업인 넥스트칩을 이끌고 있는 김경수 대표는 요즘 가장 주목받는 기업인 중 한 명이다. 정부가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육성과 지원을 적극 나서기로 한데 이어 5월 23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넥스트칩 본사를 찾았기 때문이다. 당초 성 장관의 넥스트칩 방문은 1시간으로 예정됐는데 넥스트칩이 개발한 제품의 성능에 흥미를 보인 성 장관은 2시간 넘게 머무르다 떠났다. 특히 이 자리에서 성 장관과 김 대표는 많은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 성 장관과의 만남은 어땠나.
“사실 깜짝 놀랐다. 공무원이라는 느낌보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특허청장을 지낸 경력 때문인지 팹리스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업계의 사정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팹리스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한 지원을 이야기할 때는 세세한 것까지 신경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 정부의 지원책이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나.
“물론 도움이 된다. 다만 팹리스는 반도체 개발에서 실제 매출을 올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동안 이 업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것은 정권이나 정치 논리에 따라 지원책이 자주 바뀌고 중단되고 하는 부분이 아쉬웠다. 팹리스는 미래·고성능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만큼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 지원이 꼭 필요한 기업에 장기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

▶ 자금만 투자한다고 될 문제는 아닐 것 같다.
“당연하다. 지원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정부 지원 시스템은 일정 틀을 짜 놓고 ‘이거 저거 개발할 사람 들어와, 지원해 줄게’라는 구조였다. 즉, ‘톱다운’ 방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단 예산을 받자는 생각에 너도나도 지원하면서 진짜 경쟁력 있는 업체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큰 틀에서 지원책을 짜 놓고 각자 경쟁력을 가지고 자신 있는 분야에 뛰어들어 개발할 수 있는 자율적이고 수평적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 그러면 너무 방향성 없이 지출만 되는 것은 아닌가.
“그런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가려내야 한다. 이건 업계에서 혼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정부가 투자한 금액에 대해 일정 부분을 회수해 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경쟁력을 쌓을 수 있다. 또한 회수한 돈을 업계로 재투자한다면 결국 더 많은 기업이,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

▶ 넥스트칩에 거는 업계의 기대가 크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모빌아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비슷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 나오는 이야기 같은데, 특정 제품만 놓고 따지면 한 2년 정도 뒤처진 것 같다. 더욱이 인텔이 인수했으니 규모면에서는 더욱 격차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이 있고 꾸준히 개발하다 보면 모빌아이보다 더욱 좋은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경쟁사는 어디라고 생각하나.
“글로벌 무대에서는 꽤 여러 곳이 있다. 이들 대부분이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 받고 있어 규모가 우리와는 다르다. 이 부분이 아쉬운데 이상하게 한국은 대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고 설사 받는다고 하더라도 투자사들이 빨리 돈을 회수하기 위해 너무 바빠 제대로 된 연구·개발(R&D)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 국내에서 경쟁사는 어디를 꼽을 수 있나.
“넥스트칩이 압도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비슷한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소형 팹리스가 몇 곳 생기긴 했는데 차이가 많이 난다.”

▶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양산한다고 하던데.
“그렇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등 자동차 제조사에 납품 계약을 체결했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계약과 관련한 논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8년간의 기간이 준비 기간이었다면 올해는 넥스트칩이 도약하는 시기라고 보면 된다.”

▶ 도약을 위해 신경 쓰는 것이 있다면.
“마케팅이다. 제품 개발은 그동안 계속해 자신이 있는데 마케팅이 참 어렵다. 잘 만든 제품을 알려야 쓰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겠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8호(2019.06.10 ~ 2019.06.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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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6-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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