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28호 (2019년 06월 12일)

“PC와 스마트폰 시대엔 메모리, 5G 시대엔 비메모리 반도체가 승부처”

[커버스토리=반도체 대전환 플랜] 
-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삼성뿐 아니라 SK하이닉스·DB하이텍에도 기회 열려"

김기남 기자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반도체 시장점유율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국내 총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강국, 한국.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개막되며 메모리에서 비메모리로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면 후발 주자로 뛰어들어 비메모리 반도체 전쟁에서 ‘반도체 코리아’ 위상을 이어 갈 수 있을까. 국내 대표적 반도체 석학인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가능한 스토리”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은 5G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1위, 파운드리 시장의 약 50%, 자율주행 3단계 이상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 선점, 이미지 센서 시장 확대 등을 통해 이루겠다는 시나리오이며 SK하이닉스도 자동차용 반도체와 파운드리 확대를 통해 비메모리 경쟁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비메모리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위한 조건으로 “정부의 ‘시스템 반도체 비전과 전략’ 후속 조치 법제화”를 들었다. 5개년 계획을 통해 실질적인 액션을 취하고 지속적으로 시행 결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지원 정책은 이번이 셋째다. 
“앞선 지원책은 무선 휴대전화 시장을 바라보고 시행한 조치였다. 그 사이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면서 휴대전화를 만드는 회사가 삼성과 LG 위주로 정리되고 대기업이 직접 설계부터 생산까지 담당하면서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설 자리가 없었다. 이번에 달라진 점은 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산업 분야를 커버하면서 팹리스들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렸다는 점이다. 수요처를 개발할 수 있도록 ‘팹리스-수요 기업 간 협력 플랫폼(얼라이언스 2.0)을 만들어 준 점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예전에 파운드리 분야에 뚜렷한 정책이 없었다면 이번에는 세액공제 등 혜택을 줘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생태계 조성에 역점을 뒀다.”

대만은 TSMC라는 걸출한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반면 우리는 각각의 경쟁력은 있지만 생태계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규모가 작은 팹리스 회사들은 삼성이나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진입 장벽이 높았다. 파운드리 규모가 크기 위해서는 계속 웨이퍼를 투입하고 자동 출하해 이익을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들이 굳게 닫았던 파운드리의 문을 경쟁사와 중소 팹리스 업체들에도 열면서 진지한 파운드리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내 팹리스의 약점이었던 설계 후 시제품 제작에서 소규모 국내 생산이 가능해진다면 기술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핵심 분야는 무엇인가.
“글로벌 비메모리 시장 규모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로직(logic)이다. 2018년 기준 약 40%를 차지한다. 로직은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용 CPU인 AP다. CPU 분야의 강자는 인텔(약 80% 점유율)이고 2위가 AMD(약 20%)다. 두 회사가 합쳐 매출액 77조원 정도를 내고 있다. AP 시장은 20조원 시장이다. 그러면 한국이 CPU 시장에 들어갈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하다. 이미 인텔과 AMD가 장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요가 많은 인터넷 데이터센터들이 이미 인텔의 CPU에 맞춰 구축돼 있기 때문에 새로운 회사의 제품을 쓰면 시스템을 다 바꿔야 한다. 우리가 들어갈 곳은 AP 시장이다.”

AP 시장에선 1등이 될 수 있나.
“20조원 정도의 AP 시장에서 현재 1위는 퀄컴(37%)이다. 약 7조3000억원 정도다. 그다음이 미디어텍(23%)이다. 애플(14%)이 그 뒤를 잇고 삼성(12%)이 현재 4위다. 연 2조4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내고 있다. 규모가 작은 것이다. 최근 AP는 프로세스에 통신 칩(모뎀 칩)이 포함된 형태다. 5년 전만 해도 두 칩을 따로 판매했다면 퀄컴이 제일 먼저 통합 칩으로 AP를 개발했고 그 덕에 강자가 됐다. 삼성은 그동안 모뎀 칩을 만들지 못해 고생하다가 2년 전부터 개발에 성공해 생산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10년간 AP 비즈니스를 해 왔다. AP 시장에서 유일하게 삼성은 팹리스도 하고 파운드리도 하고 있다는 점이 특장점이다. 설계부터 생산·판매까지 다 하는 것을 시스템 LSI라고 한다. 그동안 이 분야에서 이익은 많이 내지 못했지만 갤럭시에 탑재될 AP를 만들기 위해 투자는 꾸준히 해 왔다. 삼성은 AP를 만드는 설계 기술에서 퀄컴의 수준까지 따라잡았고 공정 기술에선 글로벌 AP 파운드리 3사(TSMC·글로벌파운드리·삼성) 중 앞서 있다. 삼성이 AP 분야에서 자신감을 얻어 시장의 틀을 깨려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실현 가능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어떻게 기존 시장의 틀을 깰 수 있나.
“기존의 12% 점유율을 최소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이 5G 모바일 AP를 가장 먼저 시장에 내놓으면서 특히 자신감을 얻었다. 모바일 AP의 특성은 계속해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공정 설비를 갖추는 데 막대한 투자비용이 든다. 5G는 10나노 공정 이하에서 생산된다. 삼성은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계속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드는 공정에 지속 투자하고 파운드리 경쟁력을 글로벌 리딩 수준으로 키워 왔다. 133조원 투자의 핵심도 이 부분에 있다. 그렇게 2030년까지 AP 1위, 파운드리의 50% 이상을 점유하면서 이 부분에서만 약 40조원을 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이 비메모리 1위 인텔을 따라잡겠다고 했다. 기존 모바일 시장에서만 잘한다면 넘어설 수 없다. 더 큰 시장을 보는 것이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더 화려하게 꽃피울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유망 분야는 무엇인가.
“한국이 메모리 강국이 될 수 있던 배경에는 PC와 스마트폰이 있었다. 그런데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비메모리 전략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5G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자율주행차·증강현실(AR)·사물인터넷(IoT)·드론·인공지능(AI) 등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특히 자동차용 반도체가 큰 시장이다. 삼성이 그래서 하만을 인수하고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특징은 새로운 플레이어들은 끼어들 수 없는 엄청난 진입 장벽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기존의 모바일 AP 기술을 자동차 반도체에 심어 하만을 통해 유럽·글로벌 자동차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3단계 이상의 AP 분야가 큰 시장이 다. 또 큰 시장이 IoT 센서 분야다. 이미지 센서 시장이 연간 16조원 정도 된다. 2030년에는 32조원이 예상된다. 소니가 강자인데 삼성은 올해 초 별도의 부서로 독립해 이 부분을 키우고 있다.”

국내 파운드리 4사의 전략은 각기 달라야 할까.
“국내 비메모리는 크게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가 주도하는 시장이었다. AP를 비롯해 CMOS이미지센서(CIS)·전력관리칩(PMIC)·디스플레이구동칩(DDIC)·T-컨트롤러 등을 만들었다. 비메모리 규모는 작았지만 수요가 많고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 똑똑한 비즈니스를 해온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집적도를 올려야만 생존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유휴 설비가 생긴다. 새로운 공장을 지으면 기존 공장의 장비가 남는다. 전 세계 메모리 1~2위를 유지하는 동안 이 유휴 설비를 통해 파운드리 비즈니스를 할 수 있었다. 업의 특성상 한국은 시스템 LSI 사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지 않고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굳이 성장하지 않아도 됐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은 2030년까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리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이미지 센서와 시스템 LSI 사업에서 현재의 스마트폰 위주 공정에서 자동차로 확대할 것이고 파운드리 비즈니스도 국내와 중국에서 키운다는 전략이다. 시간이 걸릴 뿐이지 미래는 밝아 보인다. DB하이텍이나 매그나칩반도체는 스마트폰만 바라보면 어려울 수 있지만 5G 시대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기회가 생겼다. 소량·다품종의 팹리스 비즈니스도 영위할 수 있다.”

비메모리 생태계 전반이 살아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팹리스 업체들의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팹리스 업체에는 찬스가 온 것이다. 자동차용 AP만 하더라도 대기업이 뛰어드는 시장이 있는 반면 다양한 저용량 AP들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다양한 수요처를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얼라이언스 2.0’을 통해 기업 간 연계를 시도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또 공공 영역에서 스마트 시티 등 사업 기회를 국내 팹리스에 열어주겠다는 것도 좋은 정책으로 보인다. 다만 계획에 그치지 말고 법제화를 통해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평가 제도를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등 지속적인 후속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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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8호(2019.06.10 ~ 2019.06.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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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6-1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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