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매년 40% 성장’ 전기차 배터리 삼성$LG$SK 글로벌 ‘원톱’ 경쟁]
-CATL, 창업 7년 만에 판매량 세계 1위
-BYD, 배터리로 출발 2003년 전기차 생산 진출
‘보조금’ 힘입어 중국 배터리 시장 양분한 CATL·BYD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 받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해 1~5월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중국 기업인 CATL이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위와 3위는 일본의 파나소닉과 중국의 BYD가 엎치락뒤치락 중이다. 글로벌 톱3 전기차 배터리 가운데 2군데가 중국 기업들인 셈이다.

이 두 기업은 중국 시장 내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에 힘입어 최근에는 유럽과 북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CATL이 최근 볼보와 수조원대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독일에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을 발표하는 등 공세가 만만치 않다. BYD 또한 유럽에 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7년 만에 글로벌 시장 정복, CATL

중국 남부 푸젠성의 소도시인 ‘닝더’시가 최근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소박하고 평온한 작은 마을처럼 보이지만 바로 이곳에 세계 최대의 배터리 업체 CATL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ATL(닝더스다이)의 중국어 이름을 풀이하면 ‘닝더의 시대(the age of Ningde)’라는 뜻을 담고 있다.
CATL의 쩡위췬 회장은 바로 이곳 닝더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발명 특허도 10여 건에 이르는 배터리 엔지니어로 성장, 일본의 전자부품 업체 TDK의 홍콩 자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회사를 창업한 게 2011년이다. CATL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판매량 1위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다. 불과 창업 7년 만에 자신의 회사를 세계 최대 규모로 키우는 데 성공한 것이다. CATL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쩡 회장이 종종 ‘중국의 엘론 머스크’라고 비유되는 이유다.

쩡 회장은 CATL을 창업하기 전인 1999년 당시 TDK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과 뜻을 모아 ATL이라는 하이엔드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업체를 먼저 창업한 바 있다. 당시 ATL의 리튬 이온 배터리는 자동차 업체들이 아닌 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 디바이스에 사용되는 배터리들이 중심이었다. 이후 ATL은 2005년 일본의 TDK에 인수되며 일본의 우수한 배터리 기술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계속 ATL의 회장을 맡으며 회사를 이끌어 왔던 그는 2011년 DTK로부터 ATL의 지분을 되찾아 오기로 결정한다.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을 분사해 독립된 회사를 꾸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 회사가 다름 아닌 CATL이다. 쩡 회장으로서는 이미 시장성을 검증 받은 아이폰 배터리 등과 비교해 시장이 태동하는 단계였던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 도박을 걸었던 셈이다.

“우리 회사의 경쟁 상대는 다른 전기차용 배터리 업체들이 아니라 가솔린 차량”이라는 쩡 회장의 언급이 당시 그의 도전의 의미를 잘 설명해 준다. 쩡 회장은 이후로도 ATL과 CATL의 회장을 모두 맡아 왔지만 현재는 ATL의 CEO직을 내려놓고 CATL의 CEO만 맡고 있다.

물론 CATL의 빠른 성장에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중국은 전기차 시장을 키우기 위해 정부 주도로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을 펼쳐 왔다. 그런데 자동차 업체들이 보조금을 받으려면 중국 기업이 만든 배터리를 사용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이후 현행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기로 했다.

쩡 회장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외의 글로벌 시장 개척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CATL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확실한 스타’로 떠오른 것은 독일의 세계적 자동차 기업인 BMW의 선택을 받으면서부터였다. CATL은 이후 BMW의 명성에 힘입어 독일과 유럽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과 거래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었다. CATL은 폭스바겐 MEB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다임러와 BMW 등 해외 업체들을 대상으로 거래처를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최근에도 일본의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와 배터리 공급과 관련한 신기술 개발, 재사용·리사이클 등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하는 업무 제휴를 맺었다.
‘보조금’ 힘입어 중국 배터리 시장 양분한 CATL·BYD

◆세계 유일 전기차·전기차 배터리 동시 생산, ‘BYD’

BYD의 왕촨푸 회장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으로부터 “미국의 토머스 에디슨과 잭 웰치를 합해 놓은 인물”이라는 평을 들은 것으로 유명하다. 왕 회장 역시 1966년 안후이성의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났다. 13세 때 부친이 사망하며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고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놓였지만 형의 지원을 받아 중난대 야금물리화학부에 진학했다. 1987년 대학 졸업 후 베이징의 비철금속연구원에서 석사과정에 진학하며 배터리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 나갔고 졸업 후 26세까지 배터리연구실 부주임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후 대학이 선전시에 비거 배터리전기유한공사를 설립하면서 왕 회장이 이곳의 사장을 맡았다. 왕 회장 역시 ‘배터리 전문가’인 셈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만큼 BYD의 성장 과정 곳곳에서 새로운 기술의 연구·개발을 강조한 덕분에 ‘기술 광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29세였던 1995년 사촌형에게 빌린 250만 위안을 자본금 삼아 중국 선전에 충전용 배터리 전문 제조업체인 BYD실업을 창업했다. ‘당신의 꿈을 설계하라(Build Your Dream)’의 영문 약자인 BYD라는 회사 이름은 그의 도전 정신을 잘 보여준다. BYD실업은 초창기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며 안착하는 듯했지만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로 자금난에 부딪치며 위기를 맞았다. 당시 배터리 가격이 20~40% 정도 폭락한 것이다.

하지만 왕 회장은 이를 ‘기회’로 뒤집었다. 스스로 배터리 연구원 출신인 BYD의 강점은 ‘배터리에 대한 높은 기술력’이었다. 왕 회장은 이를 무기로 삼았다. 일반 배터리와 비교해 고급재를 필요로 하는 필립스·파나소닉·소니·제너럴모터스(GM) 등과 접촉해 ‘낮은 가격’을 앞세워 대규모 주문을 받아오는 데 성공한다. 창업 3년 만에 글로벌 니켈 카드뮴 배터리 시장의 40%를 석권하며 고성장의 기반을 다졌다.

2000년 모토로라의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2002년 홍콩 증시에 상장하며 배터리 부문에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다진 왕 회장은 2003년 새로운 모험을 선택한다. 자동차 산업에 직접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배터리를 전문으로 하던 업체가 그보다 몇 배나 복잡한 ‘자동차 제조업’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시장의 우려는 매우 높았다. 하지만 BYD는 현재 중국 최대이자 세계 최대의 전기차 업체로 성장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BYD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도 직접 전기차를 생산 판매하는 업체로서 BYD의 명성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BYD가 전기차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전략은 ‘수직 계열화’를 통한 원가절감이다. 전기차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부품을 외부 업체에 의존하는 기존의 자동차 제조업체와 달리 BYD는 대부분의 부품들을 수직 계열화를 통해 내부적으로 직접 조달한다. 특히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전기차 제조업체로서는 엄청난 강점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의 가격을 낮추고 중국 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BYD 또한 현재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BYD의 전기차용 배터리는 지금까지 BYD의 전기차 제작을 위해서만 주로 납품해 왔다. 하지만 최근 CATL이 외부 파트너들과의 네트워크를 넓혀 가며 공격적인 시장 확장에 나서면서 BYD 또한 최근 장안자동차를 비롯한 외부 자동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넓혀 가는 중이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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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4호(2019.07.22 ~ 2019.07.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