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생명보험, 사내 명상센터 개소, 삼성·LG는 명상연수원 보유
“직원이 행복해야 성과도 좋다”…명상에 빠진 기업들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눈을 감고 편안하게 앉아 주세요. 평소 호흡 그대로 편안하게 숨을 쉬면서 숨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느낌을 느껴 보세요. 코 점막에 공기가 스치는 간질간질한 느낌에 집중해 보세요.”

명상 수업이 한창인 이곳은 광화문 라이나생명보험 사옥이다. 늘 바쁘게 지나치는 사람들과 대형 오피스 빌딩이 즐비한 광화문역의 풍경을 뒤로한 채 직원들은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고 있다.

라이나생명보험 사옥 13층에는 직원 복지를 위한 시설이 모여 있다. 피트니스센터와 한방·양방 병원을 지나쳐 오면 명상센터인 ‘마음쉼터’가 자리하고 있다. 마음쉼터 문을 열자 아로마 향기와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11시 30분, 점심시간이 되자 이곳에 직원들이 몰려들었다. 왁자지껄하게 들어온 직원들은 강사가 놋그릇 같이 생긴 싱잉볼을 치며 수업을 시작하자 금세 명상에 빠져들었다.

“호흡을 하다가 다른 생각이 나더라도 생각이나 시끄러운 소리와 다투지 마세요. ‘이런 생각이 났네’ 알아차린 후 다시 호흡으로 돌아옵니다. 이제 정수리에 감각을 집중해 볼까요.”


◆점심시간 이용한 명상, 오후 업무에 도움

호흡으로 시작해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감각을 집중하며 내려온 명상 수업은 30분 동안 이뤄진다. 나머지 30분은 명상에 참여한 직원들이 함께 모여 회사에서 제공한 도시락을 먹는다.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에 열리는 명상 수업에는 30여 명의 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명상에 참여한 직원들은 명상을 통한 업무 생산성 향상을 체감한다고 설명했다.
“직원이 행복해야 성과도 좋다”…명상에 빠진 기업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정호섭 라이나생명보험 금융서비스팀 차장은 “명상이라고 하면 낯설고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명상 워크숍이나 사내 명상센터를 통해 좀 더 친숙하게 접할 수 있었다”며 “회사에 있으면 하루에도 수만 가지 생각이 드는데 잠시나마 업무 스트레스와 고민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소영 라이나생명보험 디지털플랫폼팀 대리는 “명상은 짧은 시간 동안 깊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회사에서는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 힘들지만 명상을 하면서 오전에 쌓인 피로감을 리프레시할 수 있기 때문에 오후 업무 시간에 집중도가 확실히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사옥 내에 개소한 명상센터는 최근 라이나생명보험이 주력하는 ‘행복 중심 케어’의 일환이다. 명상은 홍봉성 라이나생명보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부터 시작했다. 명상의 효과를 직접 체험한 경영진이 직원들에게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라이나생명보험은 명상센터 개소 전 모든 직원이 강원도 홍천으로 명상 워크숍을 떠났다.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두 달 동안 10회에 걸쳐 900명이 참여했다. 1박 2일 동안 이뤄진 명상 워크숍에서 다른 교육이나 조별 활동은 일절 없었다.


참가자들은 회사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 1박 2일 동안 명상·요가·휴식에만 초점을 맞췄다. 직원들 사이에서 “이렇게 회사 얘기 안 하는 워크숍은 처음”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워크숍에서 임직원들의 반응이 좋아 일회성에 그치지 않게 사옥 내 명상센터도 개소했다.

박영하 라이나생명보험 인사부문 상무는 “보험회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고객의 행복을 생각하기 때문에 직원이 행복해야 더 좋은 성과가 난다고 믿었다”며 “회사의 경영 철학과 마음 챙김 명상의 방향성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라이나생명보험뿐만 아니라 생산성과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에서도 최근 ‘명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구글은 2007년 사내에 ‘내면 검색(Search Inside Yourself)’이라는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명상이 단순히 심신 안정과 휴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들의 생산성 향상, 창의력 증진 등 인적자원 관리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냈다. 이후 애플·SAP·골드만삭스·P&G·나이키 등 다양한 기업에서도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이 행복해야 성과도 좋다”…명상에 빠진 기업들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2017년 1000억원을 투자해 경북 영덕군 칠보산 일대 8만5950㎡(2만6000평)에 명상을 주제로 한 연수원을 열었다. 호흡·걷기·먹기·수면과 같은 생활 명상부터 숲·해변의 자연환경을 활용하는 응용 명상까지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삼성 임직원에게 제공한다. 또한 매달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임원진을 대상으로 ‘숙면테라피’를 진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경북 문경의 한 폐교 부지를 임차해 명상·요가·다도실을 갖춘 ‘힐링센터’를 열었다. 전문가와 함께 명상을 통한 자신과의 소통, 오감 깨우기, 소통 스킬 훈련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명상 시설에 직접적인 투자를 하지는 않았지만 신입 사원 연수나 임직원 연수 프로그램에 명상 수업을 도입한 기업도 많다.

삼성화재·한화에어로스페이스·SK플래닛·교원·교보생명·오뚜기·HS애드·대상그룹·한국동서발전 등 많은 기업이 직원 연수 프로그램으로 명상 수업을 도입했다.


◆인터뷰 박영하 라이나생명보험 인사부문 상무
“생산성 더하기보다 ‘스트레스 빼기’에 초점”
“직원이 행복해야 성과도 좋다”…명상에 빠진 기업들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이 행복하다.’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성과를 우선시하는 기업에서 직원의 행복을 챙기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라이나생명보험은 명상을 통해 ‘행복 중심 케어’라는 경영 철학을 실현하고 있다. 직원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스스로 동기부여할 수 있는 시간이 곧 생산성 향상과 고객 만족으로 돌아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옥에 명상센터를 개소한 이유는 뭔가.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회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는 곳이기 때문에 일하는 게 즐겁고 출근하는 게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명상을 통해 자신에 대해 잘 알 수 있고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시간에 쫓기다 보니 점심시간만 활용해 잠시 스트레스를 내려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명상센터를 오픈했을 때 사내 반응은 어땠나.
“처음에는 직원들이 약간 갸우뚱했다. 명상을 접해 본 적이 없고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직원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명상 워크숍 이후 긍정적인 반응과 피드백이 이어졌다. 특히 더 많은 책임과 결정을 떠안고 있는 임원진의 반응이 가장 좋았다. 임원이 스트레스를 관리함으로써 긍정적인 에너지를 조직 전체에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명상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 능력 향상을 기대하고 있나.
“명상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다. 명상을 통해 집중력 향상과 창의력 증진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그건 부수적인 효과다. 오히려 직원들이 스트레스와 잡념을 버리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랐다. 삶은 언제나 스트레스를 동반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얼마나 관리하고 해소할 수 있느냐가 행복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했다. 직원들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현재에 집중하다 보면 우리가 원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업무 성과나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다.”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6호(2019.08.05 ~ 2019.08.1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