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젊은 2세 경영인 3040 혁신 성공기]
-‘빚더미’ 견과류 수입사에서 16개국 수출하는 K푸드 대표 주자로
윤문현 길림양행 대표 “아몬드에 양념 입히자 판매 날개…중국 관광객 싹쓸이 품목 됐죠”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동에 가면 관광객들이 면세점과 마트 진열대에 놓인 노란색 포장지의 아몬드 과자를 쓸어 담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아몬드라고 해서 원물 그대로의 고소한 맛을 상상하면 안 된다. 이 제품은 아몬드 표면에 허니버터 양념이 입혀 있어 단짠(단맛+짠맛)의 중독적인 맛이 특징인 ‘허니버터 아몬드’다.

◆ 세상에 없던 ‘시즈닝 견과’의 탄생

허니버터 아몬드를 만든 사람은 윤문현(41) 길림양행 대표다. 윤 대표는 부친인 윤태원 회장에 이어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28세에 부친의 회사를 물려받은 ‘금수저 경영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윤 대표가 경영권을 이어받은 2006년은 윤 회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회사가 크게 기운 시절이었다. 100억원의 빚더미에 앉게 된 회사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던 윤 대표는 운명처럼 회사를 맡게 됐다.

윤 대표의 도전 정신은 위기 속에서 싹텄다. 그는 지속 가능하려면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새로운 레시피 개발에 집중했다.

그러던 중 우연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2014년 GS편의점이 허니버터맛 아몬드 제조를 의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자 허니버터칩을 구하지 못한 GS편의점이 대체품으로 아몬드에 허니버터맛을 입혀 달라고 제안했다.

윤 대표는 버터와 꿀을 이용한 레시피를 개발하고 겉면에 설탕을 코팅해도 아몬드끼리 서로 달라붙지 않고 눅눅하지 않게 유지되는 비법 개발에 성공했다. 제품 신선도와 식감을 살리기 위해 국내 최초로 견과 원료를 드라이 로스팅한 후 시즈닝 코팅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 견과 원료를 기름에 튀겨 시즈닝(양념)하던 방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시도였다. 다양한 맛의 견과를 선보일 수 있었던 비결이다.

기존 원물 그대로 섭취하던 아몬드에 양념을 입히자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다양한 맛과 향을 입히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국내 최초로 시즈닝 견과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시즈닝 견과의 성공으로 길림양행의 매출은 2013년 560억원에서 2018년 1400억원으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윤 대표가 허니버터 아몬드를 개발한 것은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길림양행 관계자는 “현재도 시즈닝 견과 중 허니버터 아몬드가 가장 많이 팔리며 전체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첫 수출을 시작한 2015년 수출액은 90억원 정도였는데 현재 2배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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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짠’ 매력…15억 인구 국민 간식으로

허니버터맛 과자의 인기는 이제 한풀 꺾였지만 후발 주자인 허니버터 아몬드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허니버터 아몬드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제품 라인업도 현재 18종까지 늘었다.

허니버터 아몬드를 필두로 와사비·별빛팡팡·티라미수·쿠키앤크림·단팥·딸기·망고바나나·복숭아·요구르트·카라멜아몬드앤프레첼·불닭·김맛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맛의 시즈닝 견과가 출시됐다.

길림양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존에 먹어보지 못했던 새롭고 다양한 맛의 시즈닝 견과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라선 허니버터 아몬드에서 브라질너트 등 다른 견과류로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길림양행의 메가 히트작인 허니버터 아몬드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많은 수출 효자 상품이다. 시즈닝 견과는 중국·홍콩·일본·싱가포르·태국·아랍에미리트 등 전 세계 16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미국·캐나다·호주·대만·베트남·필리핀 등으로 해외시장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허니버터 아몬드는 특히 견과류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견과류는 웰빙·다이어트·영양 제품의 대표 식품이자 ‘국민 간식’으로 통한다. 이 제품이 중국인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게 된 데는 기존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아몬드에 다양한 양념을 입힌 시즈닝 견과라는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허니버터맛은 불닭볶음면과 함께 중국에는 없는 한국적인 독특한 맛으로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견과류 브랜드인 싼즈송슈가 증시에 상장할 정도로 견과류 인기가 높은데 길림양행처럼 맛에 다양한 변화를 준 제품은 드물다”며 중국에서는 맛볼 수 없던 다양한 맛을 인기 비결로 꼽았다.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웨이보를 통해 허니버터 아몬드가 대표적인 K푸드 제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가 한층 더 치솟았다. 아직도 웨이보에는 중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해 구매한 허니버터 아몬드 제품 후기가 넘쳐난다. ‘맛있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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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목표는 “‘허니버터 아몬드’ 브랜딩 구축”

허니버터·와사비맛·요구르트맛 등 다양한 맛의 아몬드 과자를 세트로 묶은 ‘허니버터 아몬드 피크닉 세트’는 중국 관광객들의 사랑에 힘입어 2017·2018년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산 제품 1위를 차지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허니버터 아몬드는 2015년부터 중국인들에게 꾸준히 잘나갔던 상품”이라며 “현지에서는 시즈닝된 상품이 없는데 허니버터 아몬드는 다양한 맛으로 출시돼 한국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허니버터 아몬드의 성공 이후 시즈닝 견과류는 맛있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식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한국을 대표하는 먹거리인 ‘K푸드’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GS편의점과 이마트 자체 상표(PB)로 시작해 연구·개발(R&D) 노력 끝에 자체 생산 상품으로 히트작을 만든 길림양행은 현재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의 3대 유통사와 GS25·CU·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 4대 편의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면세점에 입점해 있다.

올리브영·롭스·삐에로쑈핑 등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와 국내 대형 유통사들과도 협업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고객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열 계획이다.

현재 도매 방식으로 운영 중인 명동 유니클로 건물 지하 매장은 롯데마트 서울역점, 면세점과 함께 제일 많이 팔리는 채널이다. 이 매장을 재정비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길림양행의 다음 과제는 브랜딩이다. 초콜릿 하면 ‘페레로로쉐’, 젤리 하면 ‘하리보’가 떠오르는 것처럼 아몬드 과자를 떠올리면 누구나 ‘허니버터 아몬드’를 떠올리게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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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신라면·초코파이·불닭면 비켜” K푸드 아성 넘보는 아몬드 과자
윤문현 길림양행 대표 “아몬드에 양념 입히자 판매 날개…중국 관광객 싹쓸이 품목 됐죠”
허니버터 아몬드가 중국·미국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K푸드의 선두 주자인 농심 신라면, 오리온 초코파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길림양행은 업계 최초로 아몬드에 맛과 향을 입힌 시즈닝 견과를 출시하면서 이제는 허니버터 아몬드라는 브랜드를 확고하게 구축했다는 평가다.

길림양행의 2세 경영인 윤문현 대표는 허니버터 아몬드가 차세대 K푸드 제품으로 부상하면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허니버터맛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는 트렌드와 고객 니즈를 반영해 다양한 맛을 개발하는 데 열중한 결과다.

길림양행은 현재 시즈닝 견과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확대, 연구·개발해 18종의 파생 상품을 만들었다. 허니버터 아몬드는 해외 16개국에 수출하는 대표적인 K푸드이자 회사 매출 성장을 견인하는 효자 상품으로 거듭났다.

1988년 설립된 길림양행은 견과류 제조 가공과 판매, 해외 수출입 무역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세계적 아몬드 공급사인 미국 블루다이아몬드 그로워스의 한국 독점 총판을 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호두·건포도·마카다미아 등 다양한 견과와 견과류를 수입, 제조해 롯데제과·CJ·오리온·SPC 등 국내 굴지의 식품 대기업에 판매해 왔다. 길림양행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각종 견과류를 수입해 기업에 납품하던 B2B 회사로만 인식됐다.

그러던 중 허니버터 아몬드를 히트시키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2C 완제품 제조 능력을 보여줬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길림양행이라는 회사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거기에서 만든 견과류 제품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빵·과자·아이스크림·피자 등 즐겨 찾는 간식에 견과류가 보인다면 대부분이 길림양행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보면 친숙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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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8호(2019.08.19 ~ 2019.08.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