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화장품·명품·의료용품…판 커진 ‘남성 소비시장’]
-활성 비타민 제품 매년 30% 이상 ‘쑥쑥’
-유산균 시장 ‘큰손’ 된 아빠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직장인 A(43) 씨는 2년 전부터 부쩍 피로감이 늘었다. 마흔을 넘기면서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았다. 퇴근하면 곧바로 씻고 침대에 눕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주말에도 침대와 소파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변하기 시작했다. 1년 전 친구의 권유로 각종 영양제 등을 챙겨 먹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는 매일 아침 세 종류의 ‘알약’부터 챙긴다. 최근에는 장 건강에 좋다는 유산균 제품도 먹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타민제 등은 쳐다보지도 않던 그였다.

기분 때문일까. 몸이 부쩍 좋아졌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그 덕분에 부인의 잔소리에서도 해방됐다.

◆제약업계, 멀티 제품으로 ‘아로나민’ 아성 넘봐

자신을 가꾸기 위해 지갑 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루밍족’ 못지않게 A 씨처럼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건강을 챙기려는 ‘아재’들이 늘고 있다. 제약업계는 피로를 호소하는 아재 등을 위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활성 비타민이 대표적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활성 비타민은 육체 피로, 체력 저하, 눈의 피로, 신경·근육·관절통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관련 시장은 매년 3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업계가 ‘고함량’·‘멀티’·‘기능성’을 콘셉트로 한 제품을 연이어 선보이는 이유다.

일동제약의 ‘아로나민’은 국내 활성 비타민의 대명사 격이다. 아로나민 시리즈는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의 2018년 매출 통계를 기준으로 의사의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시장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이후 3년 연속 1위다. 일동제약에 따르면 아로나민은 지난해 78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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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나민 시리즈의 맏형 격인 ‘아로나민골드’는 활성 비타민 B1인 푸르설티아민을 비롯해 활성 비타민 B2, 활성 비타민 B6, 활성 비타민 B12 등의 유효 성분을 함유했다.

최근에는 GC녹십자·유한양행·종근당 등이 관련 제품군을 강화하며 아로나민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GC녹십자가 2012년 출시한 고함량 비타민 ‘비맥스’ 시리즈는 2017년 대중 광고 없이 입소문만으로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일반의약품 시장 ‘블록버스터’로 등극했다. GC녹십자는 최근 활성 비타민 B군을 포함한 비타민 B군 함량을 100mg으로 크게 늘린 ‘비맥스 메타’를 출시하며 제품 라인업을 7종으로 확대했다.

이원재 GC녹십자 브랜드매니저는 “비맥스 시리즈는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30~50대 남성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2012년 고함량 기능성 비타민 ‘메가트루’를 선보인 이후 중·장년층을 위한 ‘메가트루 골드’와 ‘메가트루 포커스’에 이어 최근 활성 비타민을 보강한 ‘메가트루 액티브’를 연이어 출시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메가트루 시리즈는 지난해 메가트루 포커스의 인기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최근 메가트루 액티브가 가세하면서 블록버스터가 될 채비를 갖췄다”고 말했다.

종근당은 활성 비타민인 벤포티아민 등의 비타민 B군 9종과 간기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우르소데옥시콜산(UDCA), 노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코엔자임Q10, 비타민C·D·E, 아연 등을 복합적으로 함유한 ‘벤포벨’ 시리즈로 시장점유율을 높여 가는 중이다.

JW중외제약은 활성 비타민과 뇌장벽을 통과해 신경에 티아민을 전달해 주는 푸르설티아민을 동시에 갖춘 ‘뉴먼트프리미엄B’를, 한미약품은 한국인 결핍 영양소 1위인 비타민D를 비롯해 국내에 출시된 종합 영양제 중 가장 많은 성분(28종)을 함유한 ‘나인나인’을 각각 선보이고 있다.

탈모 증상 개선을 위해 먹는 탈모 치료제를 복용하는 아재도 늘고 있다. 동국제약의 ‘판시딜’이 대표적이다. 판시딜은 모발과 손톱의 구성 성분인 케라틴·L-시스틴, 모발 영양 성분인 약용 효모, 비타민 등 6가지 성분을 함유한 제품이다.

동국제약에 따르면 판시딜은 일반의약품 탈모경구제 시장 5년 연속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국제약은 정맥 순환 장애에 민감한 여성과 달리 증상을 방치하는 아재가 많다는 점에 주목해 관련 마케팅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맥 순환 장애는 정맥이 느슨해지면서 혈액 역류를 방지하는 판막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발과 다리가 자주 붓고 저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방치하면 다리의 혈관이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센시아는 ‘센텔라 정량추출물’이 주성분인 식물 성분의 정맥 순환 개선제로, 6년 연속 관련 카테고리 판매 1위 제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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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선물하는 ‘효도템’도 등장

아재들은 지난해 기준 2100억원대 유산균 시장에서도 큰손으로 통한다. 잦은 음주와 흡연 등으로 망가진 장 건강을 바로잡으려는 아재들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종근당건강의 유산균 브랜드 ‘락토핏’ 시리즈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락토핏은 2016년 9월 출시 이후 매출이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종근당건강에 따르면 락토핏은 지난해 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유산균 제품 판매 1위 자리를 꿰찼다. 올 들어서는 지난 7월 11일 기준 1000억원의 매출을 돌파하며 지난해 판매량을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현 추세라면 올해 매출 2000억원 달성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종근당건강 관계자는 “성인용 또는 아이용으로 각각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제품과 달리 아빠를 비롯해 온 가족이 나눠 먹는 ‘락토핏 생유산균 골드’ 등 차별화한 제품군을 구축했고 값비싼 수입 제품 등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했던 게 주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은 특허 받은 4중 코팅 기술을 적용한 유산균 브랜드 ‘지큐랩’ 시리즈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일동제약은 60년이 넘는 유산균 연구·개발 역사를 가진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분야 선도 기업”이라며 “약국 위주였던 지큐랩의 기존 판매 채널을 홈쇼핑 등으로 확대하는 한편 프로바이오틱스 원천 기술 등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속쓰림 증상 등에 복용하는 위장약도 아재들의 ‘건강템’ 중 하나다. 지난 40여 년간 아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보령제약의 ‘겔포스’가 대표적이다.

겔포스는 요즘 외국 아재들에게도 인기다. 대만에서는 제산제 시장의 70%를 점유 중이고 중국 시장에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20% 정도의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방 성분 피로 해소제도 빼놓을 수 없는 아재들의 ‘최애템’이다.

광동제약의 ‘광동 쌍화탕’은 1975년 출시 이후 환절기 피로 해소를 원하는 소비자 등이 즐겨 찾는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광동 쌍화탕에 쓰이는 작약·숙지황·황기·당귀·천궁 등은 예로부터 피로 해소와 체력 보강에 도움을 주는 대표 약재로 알려져 있다.

잇몸 건강을 위한 잇몸 약 등도 아재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동국제약의 ‘인사돌’은 생약 성분인 옥수수 불검화 정량 추출물을 주성분으로 지난 40여 년간 국내 잇몸 약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수성 중이다.

동화약품의 치약형 잇몸 치료제 ‘잇치’도 매년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동화약품에 따르면 잇치는 연평균 19.5%의 매출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1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가족이 우선? 요즘 남성은 건강도 스스로 챙긴다
칫솔질만으로 잇몸병까지 치료할 수 있어 약 복용을 꺼리는 아재 등에게 인기라는 게 동화약품의 설명이다.

동아제약의 구강 청결제 ‘가그린’과 잇몸 가그린 ‘검가드’도 흡연과 음주가 잦은 직장인 아재 등에게 인기다.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구강과 잇몸을 케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가그린의 매출은 278억원으로, 전년(218억원) 대비 27.5% 증가했다”며 “틀니 세정제 ‘클리덴트’는 최근 30~40대 아재들이 60~70대 부모에게 선물하는 ‘효도템’으로도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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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9호(2019.08.26 ~ 2019.09.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