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달 착륙 50년'…우주전쟁 2라운드 뉴 스페이스 시대의 주역은]
- 전태균 에스아이에이 대표…쎄트렉아이 자회사로 3년 내 글로벌 ‘톱5’ 자신

[한경비즈니스=대전 = 이현주 기자] “인공위성이 몇 십 년 사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많은 데이터가 쌓여 왔습니다. 우주항공에서 영상 분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봅니다.”
“위성 영상, AI 활용해 3분 만에 판독… 국방 등 정부 기관이 주고객이죠”
인공지능(AI) 기반의 위성·항공 영상 분석 기업 에스에이아이의 전태균(38) 대표의 말이다. 에스아이에이는 2018년 7월 설립된 신생 스타트업이지만 위성 활용 분야에서 ‘3년 내 글로벌 톱5’의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항공우주의 광활한 영역에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는 대표적인 분야가 인공위성이다. 인공위성 개발 업체 쎄트렉아이는 설립 20년을 넘어서며 우주산업에서 글로벌 위상을 차지한다. 에스아이에이는 쎄트렉아이의 자회사이면서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스타트업으로 위성 활용 분야를 공략하고 있다.


국내보다 해외를 타깃으로 인지도 쌓아
에스아이에이가 첫손에 꼽는 경쟁력은 AI 기술이다. 인공위성에 AI를 접목해 영상을 분석하면서 기존 위성 영상 분석의 한계점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공위성에서 중요한 해상도의 경우 하드웨어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소프트웨어적 접근을 통해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AI 박사인 전 대표가 쎄트렉아이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머신러닝과 AI로 석·박사를 마친 후 취업할 무렵 알파고의 여파로 AI가 각광 받으면서 많은 러브콜이 있었어요. 회사에 다니던 중 항공우주 분야에서 세트렉아이를 소개받고 세미나를 열게 됐는데 AI가 해상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의견을 냈더니 반응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입사 조건 자체가 창업이었고 1년 6개월 정도 준비하면서 세트렉아이의 인큐베이팅을 통해 자회사로 분사했습니다.”

당시 전 대표는 미국 구글을 비롯해 국내외 굴지의 기업들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더 원대한 목표를 향해 창업을 택했다. AI를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 중 항공우주가 ‘미개척지’라고 봤다. 도전적이고 인류에 도움이 되는 일이면서 아직까지 AI 기술이 적용돼 있지 않아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할 수 있고 최고가 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또한 항공우주는 진입 장벽이 높아 대기업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분야라는 판단도 있었다.

영상 분석은 AI 기술뿐만 아니라 인공위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전 대표는 1년 6개월간 필요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한편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AI 기반의 위성·항공 영상 분석 기업을 목표로 직접 필요한 인력을 채용해 팀으로 함께 준비해 나갔다. 이 기간 동안 기술력을 입증하기 위해 세계 경진 대회 수상과 논문 발표에도 힘을 쏟았다. AI 분야에서 각광받는 주요 학회에 10건의 논문을 발표했다. 국제무대에서 4번, 국내에서 1번의 수상 실적도 거뒀다.

주로 미국·중국·유럽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진 대회에서 에스아이에이는 매년 조금씩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2017년 초 영국의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해 위성 영상으로 지도를 만드는 AI 경진 대회 ‘영국 DSTL 위성 이미지 기능 탐지(UK DSTL Satellite Imagery Feature Detection)’에 처음 출전해 단번에 은메달을 수상했다. 특히 지난해 참가한 ‘항공 이미지 물체 감지 콘테스트(Object Detection in Aerial Images Contest)’는 같은 항공 영상 데이터 세트에서 객체를 찾는 도전이었는데 총 60여 팀 가운데 2등을 차지하며 전 세계에 에스에이아이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에스아이에이는 국내보다 해외를 타깃으로 국제 무대에서 인지도를 쌓는 일에 꾸준히 역량을 모으고 있다.

또한 전 대표는 개인적으로 2017년부터 구글에서 외부 자문위원 격인 ‘머신러닝 부문 구글 개발자 전문가(Google Developer Experts-Machine Learning)’로 활약 중이다. 머신 러닝 분야에서 개발 전문가로 선정돼 구글이 만든 소프트웨어 기술들을 먼저 접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역할을 한다. 또한 연 2회에 걸쳐 미국 구글 본사에서 전 세계 전문가들과 회의를 갖는다. 혁신 기업이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글로벌 기업들의 영향을 받아 전 대표는 구글처럼 일하는 문화를 스타트업에 접목하고 있다.

전 대표는 에스아이에이가 단기간에 국제 무대에서 인지도를 올릴 수 있었던 비결로 자율성을 꼽는다. 에스아이에이에선 최종 결정을 각 부서 실무자가 내리고 있다. 그래서 일처리가 빠르고 명확한 결론이 나온다. 연구팀·개발팀·관리지원팀에서 총 13명의 전문가들이 자체 권한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고 전 대표는 연구 총괄을 담당하는 한편 사업을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 “생소한 분야이지만 그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이라는 자부심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고 전 대표는 말했다.

위성 영상에 대한 ‘접근성’도 기술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분야에 뛰어든 스타트업은 국내외에 20여 개 업체가 있다. 글로벌 강자는 미국의 디지털 글로브(Maxar), 오비탈 인사이트, 에어버스, 플래닛, 데카르트랩스 등이 있다. 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된 민간 스타트업들로 대규모 투자를 받아 규모가 커진 곳들이다. 국내에서 에스아이에이가 후발 주자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글로벌 톱5’라는 목표를 밝힌 근거는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위성 영상을 확보하는 데는 규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영상 한 장에 300만~1000만원으로 AI 분석을 위해 수천~수만 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영상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에스아이에이는 쎄트렉아이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연구 목적으로는 무상에 가깝게 영상을 확보할 수 있고 해외로 수출한 위성도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 또 소프트웨어를 분석하기 위한 하드웨어로는 미국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맺어 사용하고 있다. 마크 해밀턴 엔비디아 부사장은 ‘엔비디아 미 콘퍼런스 2018’ 키노트 강연에서 한국의 AI 적용 사례로 SK하이닉스·네이버랩스·LG CNS와 함께 에스아이에이를 언급한 바 있다.


국방과 감시 정찰 분야에 주력
에스아이에이의 주 고객은 민간보다 정부 기관이다.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시장에서 주로 국방과 감시 정찰 분야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에스아이에이는 두 개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판매 중이다. AI 분석을 위해 위성 영상을 데이터화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항공 위성에서 개별 객체를 파악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군사 목적으로 영상을 모니터링할 때 현장에 얼마나 많은 대상물이 있고 기존 영상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때 사람의 눈으로 일일이 판독하는 데는 영상 한 장을 분석하는 데 평균 40분이 소요된다. 이것을 기계에 맡기면 3분으로 단축된다. 찾고자 하는 대상물을 일일이 표기해 위협이 될 만한 요소를 파악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와 같은 객체 검출, 변화 탐지, 해상도 개선 등에서 강점을 보인다. 올해에만 약 50억원의 수주를 달성했다. 향후 위성 자체에 AI 기술을 탑재하는 진화도 모색 중이다.

전 대표가 생각하는 우주 스타트업의 매력은 무엇일까. 전 대표는 “절차와 프로세스가 명확하고 실패를 용인하지 않던 항공우주 분야에서 수많은 실패를 통해 성공에 접근하는 AI의 방식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한 번 로켓을 쏘면 내려오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었다면 스페이스X를 통해 재활용이 가능해졌고 단 한 대의 완벽한 인공위성으로 지구를 관측했다면 불완전한 여러 대의 작은 인공위성을 쏘아 더 좋은 성능을 내고 있습니다. 실패를 거듭해 결과를 얻는 게 AI의 방식이라면 이를 통해 우주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한 축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charis@hankyung.com


[‘달 착륙 50년’…우주전쟁 2라운드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로켓 재활용하고 초소형 위성 인기…패러다임 바뀐 우주산업
-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 “‘30cm’ 초소형 위성 띄워 부산항 해양관리 책임질 겁니다”
-이성희 컨텍 대표 “제주에 우주지상국 구축…스페이스X 위성도 우리 고객 될 겁니다”
-조남석 무인탐사연구소 대표 “나로호 발사 보고 자란 세대…NASA 화성 로보 프로젝트에 참여했죠”
-전태균 에스아이에이 대표 “위성 영상, AI 활용해 3분 만에 판독…국방 등 정부 기관이 주고객이죠”
-알렌 살마시 퀄컴 공동 창업자 “초소형 위성에 스마트폰 탑재…비용 저렴하고 교신 성능 뛰어나죠”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한국을 아시아의 우주 스타트업 거점으로 만들어야”
-뉴 스페이스 시대의 개막(인포그래픽)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1호(2019.09.09 ~ 2019.09.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