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달 착륙 50년'…우주전쟁 2라운드 뉴 스페이스 시대의 주역은]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뉴 스페이스 시대, 우주탐사 분야 ‘도전정신’ 필수
[대전=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미국 우주개발의 중심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있다면 국내에서 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은 바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이하 항우연)이다.

대한민국 첫 기상위성인 ‘천리안위성’을 비롯해 국내 첫 독자 기술 우주발사체 ‘누리호’ 개발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항우연은 현재 2021년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 본발사에 이어 2030년 달 탐사선 발사를 목표로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주 강국 대한민국’을 향한 첨병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는 항우연에서 8월 26일 임철호(68) 원장을 만났다. ‘뉴 스페이스 시대’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한 국내 우주개발의 중요성과 우주 스타트업 등 민간 우주개발의 활성화 방안을 들어봤다.
“한국을 아시아의 우주 스타트업 거점으로 만들어야”

-2030년까지 ‘우리 땅에서 우리의 달 탐사선을 우리 발사체로 쏘아 올린다’는 목표로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국내 우주개발 산업에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한국은 1단계로 시험용 달 궤도선 개발 후 2단계로 2030년까지 달 착륙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현재 1단계로 시험용 달 궤도선 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궤도선이 달 까지 가기 위한 항법, 심우주통신 기술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달 탐사’에 대한 전 지구적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어요. 우주 기술의 진보는 ‘국력’과 맞닿아 있습니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고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의 자금을 투자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최근의 우주 경쟁은 지구 주위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이를 활용하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우주개발의 영역을 확대하고 ‘우주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측면이 큽니다. 우주개발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한국도 적극적으로 기회를 붙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선진국에 비해 늦게 시작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빠른 속도로 기술을 확보해 가고 있습니다. 달 탐사를 계기로 국내 우주 기술 역량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향후 우주탐사 분야에서 국제 협력의 기회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미국 등에서는 국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최근까지 우리는 국가 중심의 우주개발 사업에 민간 기업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추진돼 왔습니다. 지금은 정부의 우주 산업화 육성 전략에 따라 위성 기술이 산업체로 이전되는 단계입니다. 국내 우주개발 경쟁력은 세계 8위권 수준입니다. 미국 등에서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기업이 우주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데는 내부에서 그동안 축적된 산업 기술과 인력 등의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아직 민간 기업이 나서 우주개발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 국내 위성이나 발사체 개발에도 많은 민간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확대해 가고 있고 대부분 설계는 연구원에서, 하드웨어 제작은 산업체에서 담당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최근에는 정부에서도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위성 기술에 대한 기술이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차세대 중형 위성 같은 사업은 처음 1기는 항우연이 개발하고 2기부터는 민간 기업이 총괄 개발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발사체는 특히 민간 기업들의 참여 비율이 더 높습니다. 설계도 항우연과 산업체가 연구소 내에 공동설계센터를 설립해 함께하고 제작부터 총조립까지 산업체가 맡아 하는 등 총개발 예산의 80% 이상이 국내 산업체들에 지출되고 있습니다.”

-민간 우주개발이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의 참여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들의 활약도 중요합니다.

“새롭게 열리는 ‘뉴 스페이스’ 시대의 중심에는 도전 정신과 민간 벤처캐피털의 투자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의 활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예전에는 국가 차원에서만 추진할 수 있었던 우주탐사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이들도 적지 않고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벤처캐피털들이 상대적으로 더 익숙한 분야인 정보기술(IT)과 바이오 등에 관심이 컸던 만큼 아직 항공우주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편은 아닙니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들어 항공우주 분야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들이 도전하는 분야 또한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는 거예요. 향후 국내 우주 스타트업들도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더욱 경쟁력을 갖춰 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국내 민간 우주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항우연의 지원 프로그램이 있나요.

“아직은 IT 등의 산업과 비교해 우주항공 기술 기반의 창업은 적은 편입니다. 우주 기술 자체가 생소하고 전문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죠. 이와 같은 현실을 고려해 항우연은 현재 국내 우주항공 분야에서 유일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초 교육부터 기술의 사업화에까지 이르는 창업 아카데미, 창업 지원, 기술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주항공 분야 창업의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올해로 항우연이 설립된 지 30년을 맞았습니다. 그 동안 국내 우주개발 산업의 발전 과정을 지켜봐오셨는데, 앞으로의 30년은 어떨까요.
“연구원이 설립되던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항공우주산업은 불모지나 다름없었습니다. 선진국보다 출발이 많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기술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히며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자긍심이 큽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앞으로 항공우주산업은 국가 전략 산업의 핵심 축으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거예요. 특히 우주탐사 분야는 국제 협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우주 비즈니스들이 출현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cm급의 초정밀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등 활용 범위 또한 넓어지고 있습니다. 국내의 핵심적인 신성장 동력으로서 우주산업의 잠재력을 고려한다면 민간 우주개발 산업의 활성화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놓쳐서는 안 되는 분야입니다.”

-향후 국내 우주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우선 우주 분야에 대한 투자 규모를 키워야 합니다. 선진국 대비 한국의 우주 분야 투자 규모를 보면 미국의 2%, 일본의 20%, 인도의 60% 수준에 불과해요. 본격적인 ‘우주 경쟁’ 시대에 돌입할수록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독자적인 우주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우주개발 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 차원의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시켜야만 우수한 인력도 유치할 수 있고 산업체도 지속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민간 기업 또한 우주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하드웨어 중심의 우주개발 체계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딥러닝 등의 기술들이 우주 분야와 융합되도록 하는 연구·개발도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국내에 보다 다양한 우주 스타트업들이 활약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프랑스 툴루즈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습니다. 프랑스 툴루즈는 전 세계 우주 기업들에는 상징적인 지역입니다. 우주 관련 산업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미 수많은 기업들이 모여 있는 툴루즈를 지나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룩셈부르크·러시아와 같은 나라들도 전 세계 우주 스타트업들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활발한 홍보 활동을 벌이는 중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특정 지역을 선정해 항공우주 분야 기술 창업인들이 같이 모여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 장비와 인프라를 제공해 주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IT는 ‘판교’가 떠오르듯이 ‘우주’ 하면 대전이든 제주든 대표적인 지역을 떠올릴 수 있도록 특별구역을 조성하는 겁니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국제적으로 아시아의 우주 스타트업 거점을 한국에 유치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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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스페이스 시대의 개막(인포그래픽)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1호(2019.09.09 ~ 2019.09.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