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세계 최초 상용화 5개월 점검…5G 경쟁, 게임의 법칙이 바뀐다]
-SK텔레콤, 5G 특화 서비스 6종 선보여…핵심상권엔 지역 특색 접목한 ‘5G 클러스터’ 구축
SKT, 전국 10여 곳에 ‘AR동물원’…‘몰입 경험’ 극대화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서울 올림픽공원 한복판에 커다란 ‘자이언트 고양이’가 나타났다. 높이 15m의 거대한 자이언트 고양이는 거대하지만 귀여운 자태로 공원을 오가던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공원의 더 큰 비밀은 스마트폰 안에 있다. SK텔레콤이 내놓은 증강현실(AR)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점프(Jump) AR’을 실행하면 레서판다나 웰시코기부터 자이언트 비룡처럼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거대 동물들까지 눈앞에서 볼 수 있다.
SKT, 전국 10여 곳에 ‘AR동물원’…‘몰입 경험’ 극대화
◆상상 속 동물이 눈앞에 펼쳐지는 ‘AR동물원’

SK텔레콤은 지난 8월 5G 기술을 토대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미한 ‘AR동물원’의 문을 열었다. AR동물원을 체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스마트폰에서 ‘점프 AR’ 앱을 다운로드한 후 실행한다. AR동물원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어디에서나 잔디밭을 향해 화면을 비추고 원하는 동물을 선택한다. 바닥에서 섬광이 일어나면서 선택한 동물이 화면 속에 나타난다. 마치 AR 게임의 열풍을 일으킨 ‘포켓몬 고’와 유사하다.

SK텔레콤에 따르면 현재 AR동물원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는 전국 10여 곳에 이른다. 서울 여의도공원과 올림픽공원을 시작으로 대전 보라매공원, 대구 두류공원, 광주 5·18공원 등 전국 각지에 AR동물원을 설치했다. 자이언트 비룡이나 자이언트 캣과 같은 거대 동물은 동물원에서만 체험할 수 있지만 레서판다나 강아지와 같은 미니 동물은 집이나 사무실 등 어디에서도 소환할 수 있다.

AR동물원은 단순히 볼거리에 그치지 않고 체험의 요소를 더했다. 화면에 나타난 AR 동물을 중심으로 위치를 바꿀 때마다 AR 동물의 옆모습과 뒷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고 AR 속 10m 이상의 거대한 고양이와 함께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 촬영도 할 수 있다.

실감나는 동물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SK텔레콤은 AR·가상현실(VR) 통합 콘텐츠·서비스 플랫폼인 ‘T리얼 플랫폼’의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T리얼 플랫폼은 AR 렌더링 기술, 공간 인식 기술, 아바타 동작 등을 표현하기 위한 프레임워크, 혼합현실(MR) 가상 회의 등 텔레프레즌스 등 AR·VR 관련 엔드 투 엔드(end to end) 핵심 기술을 총망라했다. SK텔레콤은 T리얼 플랫폼을 중심으로 다양한 5G 콘텐츠를 생성하기 위해 중소 개발사 등과 협력 중이다.

특히 SK텔레콤은 AR 동물을 진짜 동물처럼 재현하는 것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AR 동물들의 움직임에 따라 수만 가닥 털의 흩날림과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등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자사가 개발한 ‘T리얼 렌더링 기술’을 적용했다.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초실감 렌더링’ 기술과 ‘환경 반영 렌더링’ 기술을 통해 초고화질 시네마급 시각 효과를 구현했다.

또 ‘모바일 최적화 렌더링’ 기술을 통해 모바일 디바이스 화면에서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고품질 그래픽 렌더링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각 특수 효과의 대표적 기술인 퍼 시뮬레이션과 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이 ‘초실감 렌더링’ 기술과 결합해 거대 고양이가 앞발을 내딛고 달려올 때 수만 개의 털이 세세하게 움직이는 연출이 모바일 환경에서 가능하다.

공원·광장·모래사장 등 장소와 시간대에 따른 빛의 조도·채도·산란 정도에 따라 물체에 반영되는 질감과 색감 등이 달라진다. 이를 자세하게 연출하기 위해서는 ‘환경 반영 렌더링’ 기술이 필수다.

T리얼 기술과 AR·VR이 결합되면 AR동물원과 같은 서비스뿐만 아니라 교육·광고·게임·엔터테인먼트에서도 폭넓게 응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향후 서울 익선동과 성수동 등 전국 각지 골목 상권의 소상공인과 제휴, ‘AR 멤버십’을 출시하는 등 AR 서비스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특별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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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경험의 가속도 더하는 것이 바로 ‘5G’

SK텔레콤이 선보이는 5G 서비스는 5G 이동통신 사용자들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R동물원은 4G 사용자들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5G망에서 질적으로 향상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VR 콘텐츠 300여 편을 볼 수 있는 5GXVR은 LTE보다 5G망에서의 화질이 4배 정도 향상된다. SK텔레콤은 현재 제공되는 서비스들을 ‘5G 특화 서비스’라고 부른다.

SK텔레콤의 5G 특화 서비스의 핵심은 ‘몰입 경험’이다. 몰입 경험은 대화형 플랫폼과 VR·AR·MR 기술을 아우르는 용어다. 지금까지는 컴퓨터·스마트폰·스마트워치 등 각각 디바이스와 사용자 간 상호작용이 독립적이었다. 하지만 AR의 현실감과 VR의 몰입감을 융합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한 기술인 MR이 등장하고 사용자를 둘러싼 디바이스도 모두 하나로 연결된다. 이러한 변화에 가속도를 더하는 것이 바로 5G 네트워크다.

SK텔레콤은 몰입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 ‘5G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5G 클러스터는 초밀집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AR·VR·인공지능(AI) 등 뉴 정보기술(IT)이 융합된 선도적 5G 환경을 의미한다. SK텔레콤은 7월부터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각지의 5G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서울 롤(LoL)파크, 올림픽공원, 부산 해운대 등 5G 클러스터를 통해 고객이 직접 AR·VR 등 몰입 경험의 즐거움을 체험할 기회를 넓혀 나갈 예정이다.

SK텔레콤이 5G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은 국내 5G 가입자 수가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성공한 후 5개월 만에 가입자 수가 250만 명을 돌파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5G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클러스터도 더더욱 붐빌 것이란 전망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5G 성장과 함께 ‘5G 클러스터’를 조성해 프리미엄 네트워크와 혁신적인 서비스를 갖춘 고객들에게 경험하지 못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지역 고유의 문화와 특색을 5G와 접목해 새롭게 해석하는 등 지역 경제 균형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서울의 강남·광화문·건대·홍대·잠실과 대구 동성로, 대전 둔산동, 광주 상무지구, 부산 남포동·서면 등 고객들이 많이 찾는 전국 핵심 상권 10개 지역과 5G 롤파크·여의도공원·올림픽공원 등 ‘5G 클러스터’를 선정해 그 지역에서만 즐길 수 있는 차별화된 혜택을 선보인다.

이에 더해 SK텔레콤은 글로벌 AR 기업들과 5G 킬러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 독자적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지난 2월 ‘포켓몬 고’로 유명한 AR 콘텐츠 기업 ‘나이언틱’과 5G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특히 나이언틱과는 지난 6월 출시한 AR 게임 ‘해리포터 : 마법사연합’의 공동 마케팅을 시작으로 5G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기반 실시간 초저지연 멀티플레이 서비스, 지역 기반 AR 플랫폼 구축 등 공동 연구·개발(R&D)과 서비스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에서도 5G의 활약은 기대된다. SK텔레콤은 라이엇 게임즈로부터 롤 챔피언스코리아(LCK) 중계권과 AR·VR 콘텐츠 독점 개발권을 따내고 2020년까지 LCK를 비롯해 롤 월드 챔피언십, 롤 올스타전 등 국제 대회 중계권과 5G 관련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권리를 추가로 확보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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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2호(2019.09.16 ~ 2019.09.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