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스마트시티 서비스 도입...스마트폰 대면 지하매설물이 ‘한눈에’
자율주행차 달리는 ‘대구 수성알파시티’…기술 테스트베드 거듭나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대구 수성구 대흥동에 자리 잡은 수성알파시티. 미래 도시 같은 이름에 걸맞게 스마트 시티 기술이 집약된 테스트베드다.

대구시와 대구도시공사는 97만9000㎡(30만 평)에 달하는 수성알파시티에 스마트 시티 기반 기술을 구축한 후 기술 개발과 테스트를 거쳐 서비스를 고도화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에는 대구시 전체로 스마트 시티 인프라를 확장할 계획이다.

9월 24일 방문한 수성알파시티는 여전히 곳곳이 공사 중이었다. 아직까지는 인프라 구축 초기 단계일 뿐만 아니라 스마트 플랫폼과 서비스 기술을 검증하는 안정화 단계이기 때문이다.

한산한 수성알파시티를 걷다 15km로 유유히 달려오는 버스와 마주쳤다. 동글동글한 디자인이 귀여워 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운전자와 운전대가 없었다. 수성알파시티를 달리는 자율주행 셔틀버스였다.

프랑스 자율주행 기업 ‘나브야’에서 개발한 이 자율주행 버스는 전면·후면·측면·실내에 장착된 여러 대의 카메라를 통해 차로와 주변 도로 상황을 인식한다. 정류장 4곳에 스스로 멈춰 서고 12개의 교통신호도 지킨다. 도로의 기반 시설과 상호 데이터를 주고받기 때문이다.

현재는 시범 운행 기간이지만 11월부터 일반인도 탑승할 계획이다. 시범 운행 기간 동안 축적한 실증 데이터는 향후 기술 개발 지원용으로 공개할 계정이다.

자율주행차가 새롭게 구축한 도로가 아닌 기존도로를 달리는 사례는 보기 드물다. 현재 수성알파시티 자율주행 테스트 도로는 6.5km에 달한다. 기존 도로에 웨이브(WAVE) 통신 처리 시스템, 자율주행 상황관제 시스템, 20개의 교통신호 제어기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구축해 자율주행 도로로 활용 중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이 도로에서 ‘제1회 국제 대학생 자율주행차 경진대회’가 열렸다. 중국·일본 등 해외 대학생과 국내 대학생 등 9개 팀이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실력을 겨루는 자리였다. 단순히 주행 기술만 겨루는 것이 아니라 실제 교통법규 적용과 돌발 교통 상황, 승객이나 택배의 픽업 서비스 등 다양한 미션 과제도 포함됐다.

대구시는 2015년부터 스마트 시티를 추진해 왔다. 당시 대구시와 대구도시공사가 스마트 시티 전담 조직을 꾸리고 스마트 시티 테스트베드 조성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까지 수성알파시티에 160억원을 투입해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한 상태다.

1단계에서 구축한 스마트 시티 플랫폼과 13개 서비스는 현재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수성알파시티 플랫폼센터에서 총괄 관리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달리는 ‘대구 수성알파시티’…기술 테스트베드 거듭나

◆스마트폰으로 지하 매설물 정보 제공


스마트 시티 플랫폼은 교통·방범·방재·에너지·기반시설 관리 등 다양한 도시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다. 이 플랫폼은 SK 등 민간 사업자들이 구축했다.

대구도시공사는 플랫폼을 통해 수성알파시티 전역의 스마트 시티 시설물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수성알파시티 구축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구도시공사 배우성 스마트도시사업처장은 데이터가 곧 도시의 지표라고 말한다.

배 처장은 “데이터가 플랫폼에 축적되면 인공지능(AI)으로 향후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고 데이터를 통해 도시의 지표를 만들 수 있다”며 “과속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과속 발생 지역의 주변 상황이나 여러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그 지역에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달리는 ‘대구 수성알파시티’…기술 테스트베드 거듭나
현재 수성알파시티에서는 교통·안전·생활 등 5개 분야에 걸쳐 13개 스마트 시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서비스는 ‘지하 매설물 관리 서비스’다.

시민들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도시를 관통하는 도로 밑에는 가스·통신·전기·상수·오수 등 다양한 관로가 매설돼 있다. 만약 공사나 시설 노후화로 지하 매설물 관련 사고가 발생한다면 상수관 누수, 가스 누출, 도로 함몰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지하 매설물은 그동안 각 기관과 기업이 개별적으로 시설을 매설하고 관리 역시 분산해 이뤄지고 있어 제대로 된 현황 파악이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시는 수성알파시티 전역에 있는 1480여 곳의 지하 매설 관로 위치 정보와 시설물 정보를 통합한 지하 매설물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도로 위에 부착돼 있는 동그란 금속 형태의 지능형 매설 관로 인식 표시기(SPI)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SPI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매설 관로의 통합 단면도, 관로 정보, 지표면으로부터의 거리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사고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재난 발생 시 매설물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재난 확산을 방지하거나 초동 대처에 신속하게 나설 수 있다.

향후에는 현장에서 지하 매설물 현황을 증강현실(AR)을 통해 확인하고 AR로 비춰지는 모습을 관제센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에서도 이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예정이다.
자율주행차 달리는 ‘대구 수성알파시티’…기술 테스트베드 거듭나
◆스마트 홈으로 시민 이해도 높여

수성알파시티는 2021년까지 한 단계 더 진화한다. 2단계 사업인 ‘스마트 시티 비즈니스센터‘가 건립될 예정이다.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의 비즈니스센터가 2021년에 완공되면 기존 플랫폼센터가 826㎡(250평) 규모로 확장·이전하고 스마트 시티가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대구도시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영구 임대 아파트를 실증 공간으로 ‘사회복지형 스마트 홈’ 사업도 실험 중이다. 이 사업은 영구 임대 아파트 중 65세 이상 홀몸노인이 거주하는 300가구를 대상으로 상수도·전기·가스 원격 검침기를 통해 일상생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는 내용이다.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 시티 플랫폼, 지역돌봄센터와 연계한 스마트 홈 라이프 케어 서비스를 개발해 커뮤티니 케어 확산을 위한 기초 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홀몸노인 가구에서 전기나 가스 사용이 일정 기간 끊기면 이상 상황으로 판단해 바로 플랫폼센터로 연결해 상황을 알리고 지역돌봄센터에서 직접 가정을 방문해 문제 상황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스마트 홈 기술은 수성알파시티 내에 조성되는 ‘청아람아파트’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청아람아파트에는 삼성SDS의 스마트 홈 솔루션이 적용된다. 집과 스마트폰을 연동해 침입이나 도난을 감지하거나 집안의 가전이나 기기를 제어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음 불편 요청, 유지·보수 신청 등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이 도입된다.

배 처장은 시민들에게 스마트 시티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와 닿는 사업이 바로 스마트 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가와 종사자들은 스마트 시티에 관심이 많지만 정작 도시의 주인인 시민들은 이를 잘 모를 수도 있다”며 “지자체가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서야 할 뿐만 아니라 스마트 홈을 통해 스마트 시티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도시공사는 청아람아파트에 최첨단 사물인터넷(IoT)이 도입되는 만큼 입주민들이 리빙랩 등 시민 참여형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는 그동안 선도적으로 스마트시티 기술 및 자율주행 실증 환경을 구축해 왔다. 지난해에는 국토부의 ‘스마트 시티 실증도시’ 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가코리아’ 사업에 선정됐다. 이 두 개 사업은 지역 거점의 데이터 허브센터 구축 및 도시행정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5G 통신망 기반의 스마트 시티 인프라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1년에는 대구도시공사가 구축한 수성알파시티의 스마트 시티 기반 시설과 플랫폼이 모두 대구시로 이관될 예정이다.

배우성 처장은 “지속 가능한 스마트 시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보다 지자체가 중심이 돼 꾸준히 운영해 나가야 한다”며 “지자체가 시민의 참여를 꾸준히 도모하고 주체적으로 운영해야만 스마트 시티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

[커버스토리=한국 대표 스마트시티를 가다 기사 인덱스]
-거리 비명소리까지 감지...도로 밑 센서로 실시간 교통상황 파악도
-자율주행차 달리는 '대구 수성알파시티'...13개 서비스 제공
-'로봇 음식 배송·도시 냄새 지도'...마곡, 시민참여형 스마트시티로 진화 중
-'도시를 더 스마트하게'...전문가·시민 머리 맞대는 '리빙랩' 확산
-데이터 도시 '세종', 로봇 도시 '부산'...전국에 부는 '스마트시티' 열풍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4호(2019.09.30 ~ 2019.10.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