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국 대표 스마트시티를 가다] -250여 개 CCTV ‘폴’ 설치, 미세먼지 줄이는 ‘스마트 포그’도…7월부터 5개 리빙랩 가동
‘로봇 음식 배송·도시 냄새 지도’…마곡, 시민참여형 스마트 시티로 진화 중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서울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 1번 출입구를 나와 마주하게 된 마곡의 첫인상은 깔끔하게 잘 정돈된 도시였다. 마곡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마곡중앙로 양 대로변에는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단정한 외관의 건물들과 아파트들이 조화롭게 들어서 있다.

널찍한 보도블록 위를 사람들이 여유롭게 거니는 모습을 보는 와중에 인도 한쪽에 마련된 자전거전용도로가 눈에 들어온다. 마곡중앙로를 따라 쭉 길게 이어져 마곡 곳곳을 자전거로 다닐 수 있게 했다. 한눈에 봐도 서울 구도심과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마곡의 변신은 계속된다

마곡은 10년 전인 2009부터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주도 아래 ‘스마트 시티’를 목표로 지금의 모습을 완성했다. 이런 ‘스마트 마곡’의 변화는 향후 더욱 확연하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현재 마곡에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보다 완성도 높은 스마트 시티로 발돋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곡에 새롭게 적용할 기술은 시민들의 편의성 증대와 함께 ‘상생’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따라 거주민들의 생활을 업그레이드해 줄 스마트 시티 리빙랩 프로젝트 5개를 올해 7월 선정한 상태다.


기술 적용 방식도 눈에 띈다. 선정된 기업들과 실제 사용자가 될 시민·전문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술 개발 방향은 물론 실험·실증을 함께 진행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필요 기술을 마곡에 도입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선정된 5개 기업들은 로보티즈·에어오더·디지털서울·커뮤니티매핑센터·대시컴퍼니 등이다. 로보티즈는 마곡 내에서 자율주행 기반의 로봇 활용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로봇이 주문자에게 음식을 직접 배송하는 기술을 구현해 낼 계획이다.

에어오더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고 있다. 현재 에어오더가 구축 중인 앱 내부에 시각장애인용 내비게이션 기능을 넣어 상점의 위치와 입구 등을 음성으로 안내한다. 에어오더 관계자는 “매장의 메뉴판도 음성으로 알려주고 생체 정보로 결제할 수 있는 기능도 함께 넣어 시각장애인이 직접 상점을 방문해 물건을 살 수 있는 앱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서울은 거주민들의 안전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아파트의 화재를 감지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고 있다. 마곡 내 아파트 곳곳에 온도를 파악하기 위한 센서를 설치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이런 정보를 앱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커뮤니티매핑센터는 마곡의 악취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했다. 냄새 측정기로 마곡 지역 곳곳의 냄새를 측정·수집하고 이를 온라인 지도로 만들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수집된 정보는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해 악취를 해결하는 데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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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컴퍼니는 최근 거리 곳곳에 사용자가 늘고 있는 ‘전동킥보드’ 충전을 위한 ‘전용 스테이션을’ 설치한다. 거주민들의 친환경 운송 수단을 활용한 근거리 이동에 목적이 있다.


전동킥보드의 안전이 문제가 되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 중이다. 전동킥보드에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장착해 주행 환경, 시민 이동 경로 등의 데이터를 수집한 후 안전 운행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12월 이들 기업에 대한 성과 보고회를 열고 이런 기술을 직접 마곡에 적용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가 시설에도 첨단 기술 장착

도시 외관도 외관이지만 마곡은 그 속을 들여다보면 스마트 시티로서의 진가가 더욱 확연하게 나타난다. 계획 당시부터 도시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정보기술(IT)을 함께 접목하며 차근차근 쌓아 올렸기 때문이다.

마곡나루역에서 서북쪽 방향으로 20여 분을 걸으면 ‘강서통합관제센터’가 나타나는데 이곳이 바로 ‘스마트 마곡’을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2015년 만들어진 강서통합관제센터의 핵심은 건물 3층에 있는 관제상황실이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이곳의 불은 잠시도 꺼지는 법이 없다. 3교대 근무를 하는 10여 명의 당직자들이 늘 자리를 지킨다. 관제상황실 맨 앞쪽에 설치된 커다란 메인 현황판은 실시간으로 도시 곳곳의 모습을 보여주며 효율적으로 도시의 안전과 치안을 스마트하게 관리한다.

마곡에는 CCTV와 비상벨이 함께 달린 250여 개의 ‘폴(기둥)’이 설치돼 있는데 이 시설물들이 곳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감시자와 보안관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거리를 걷다가 위급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 이가 거리에 있는 비상벨을 누르면 자동으로 신고가 관제상황실에 접수된다. 그러면 메인 전광판에 신고가 들어온 위치가 빨간색으로 표시되고 CCTV로 신고자와 그 주변 모습까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비상벨을 누른 폴 가까이에 있는 CCTV 역시 일제히 전광판에 뜬다. 예컨대 이런 시스템 덕분에 화재 발생 시 소방차의 경로 확보를 용이하게 하거나 범죄자의 도주로를 쉽게 추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폴에는 스피커가 달려 있어 양방향 소통도 가능하다. 상황실 근무자들이 비상벨을 누른 사람이 처한 상황을 들을 수 있고 이를 파악한 뒤 안심시키거나 행동 요령 등을 조언해 줄 수 있다.

관제상황실에는 경찰 인력 1명도 늘 24시간 상주한다. 이들은 절도나 폭행 등 형사 사건이 CCTV에 찍히면 지구대에 연락해 현장에 출동을 요청한다.

관제상황실 관계자는 “아직 경찰서와 CCTV가 연동되지 않아 이런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올해 말 경찰서와 함께 소방서와도 CCTV 연동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도시 내 치안·안전 대응 조치가 더욱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폴의 기능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실시간으로 불법 주정차 차량을 파악해 자동으로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본이다. 더 나아가 고액 체납자를 잡아 징수하는 효과도 톡톡히 거뒀다. 방식은 이렇다. 관제상황실은 매일 서울시에서 고액 체납자의 차량 번호를 업데이트 받는다.


관할 지역 내 해당 차량이 돌아다니다 폴에 탑재된 CCTV에 찍히면 관제상황실에 이를 알려준다. 그러면 관제상황실 근무자는 강서구청 징수과에 정보를 전달해 현장에 출동할 수 있도록 한다.

관제상황실 관계자는 “징수과 직원들의 추적이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 차를 세워 놓는 주차장에서 이런 방식으로 고액 체납자들을 단속하고 있다”며 “한 주차장에서만 총 1000만원이 넘는 미납 세금을 징수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대포 차량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포획 중이기도 하다. 비가 많이 와 도로가 침수되거나 갑작스러운 재난 사고가 발생하면 폴에 달린 CCTV로 이를 파악하고 이를 실시간 전하하는 임무도 수행 중이다.

◆스마트 시티 구축 계획 연장 유력

마곡은 ‘주거’와 ‘일자리’, ‘여가’ 등 세 개의 콘셉트로 구성된 전형적인 ‘콤팩트 스마트 시티’다. IT를 활용한 치안과 안전을 통해 만족스러운 주거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LG그룹을 비롯해 150여 개가 넘는 기업을 마곡에 유치하며 일자리 창출 목적을 달성했다.

여가는 마곡나루역 바로 옆에 있는 ‘마곡광장’과 바로 옆에 붙은 ‘서울식물원’이 하나의 거대한 공원을 이루게 하는 방식으로 완성해 냈다. 특히 두 곳 역시 스마트 시티를 지향하는 마곡에 걸맞게 각종 첨단 기술을 적용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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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과 식물원으로 가는 곳곳에 설치된 가로등에는 모두 데이터 송수신기와 IoT 센서를 장착했다. 사람이 지나다닐 때마다 상황에 맞춰 밝기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스마트 가로등’이 에너지 절감에 도움을 준다.

실시간 기상 정보를 알려주는 스마트 전광판도 곳곳에 설치됐고 공기의 질이 좋지 않으면 이를 완화해 주는 ‘스마트 포그’ 시스템도 갖췄다. 이 기계는 뿌연 미립자 연기를 내뿜어 미세먼지에 달라붙게 한다. 이런 방식으로 미세먼지가 땅에 떨어지게 해 주변의 공기 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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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공원에는 마곡 도심과 마찬가지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비상벨과 CCTV도 배치해 공원 내 사고나 미아 발생을 막아주고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이렇게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들어간 공원은 세계에서도 찾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12월 마곡의 스마트 시티 구축 작업은 종료된다. 하지만 현재보다 진일보한 스마트 시티를 구축하기 위해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기술 도입 등의 상황을 봤을 때 마곡 스마트 시티 구축 기간이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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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4호(2019.09.30 ~ 2019.10.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