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44호 (2019년 10월 02일)

‘도시를 더 스마트하게’…전문가·시민 머리 맞대는 ‘리빙랩’ 확산

[커버스토리=한국 대표 스마트시티를 가다] 
-도시문제 함께 발굴하고 기술 개발 과정에도 참여…스마트 시티 새 추진 모델로 주목

관광객들로 붐비는 서울 북촌 한옥마을은 지역 주민들을 주축으로 리빙랩을 만들었다. 그 결과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관광객들에게는 북촌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위치 정보 및 지도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스마트 시티를 건설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도시에 접목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쓸모없는 ‘죽은 기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완성형 스마트 시티’을 구축하기 위해 ‘시민 참여형 스마트 시티’ 추진 모델인 ‘리빙랩(living lab)’이 각광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를 보더라도 서울의 ‘마곡 스마트 시티’ 역시 서울시가 주도한 ‘리빙랩 프로젝트’에 따라 기업·시민·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마곡에 적합한 기술 개발과 실험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국내 여러 지방 도시들도 스마트 시티 구축을 목표로 저마다 다양한 방식의 ‘리빙랩’을 도입하며 적용해 나가는 모습이다.    


◆유럽에서 개념 발전돼 확산 


그렇다면 과연 리빙랩은 무엇일까. 리빙랩은 우리말로 직역하면 ‘생활 실험실’이다. 일상생활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실험하고 검증해 도시에 도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리빙랩은 시민들이 직접 기술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데 의미가 있다. 해당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도시문제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다. 이들로부터 각종 애로 사항을 청취·수집하고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전문가들이 함께 기술 개발의 방향이나 계획 등을 수립해 나가는 방식이다.  


리빙랩의 역사는 스마트 시티와 함께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스마트 시티는 환경이나 에너지 절감 등의 필요성에 따라 1990년대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구축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되면서 스마트 시티 붐이 불었고 여러 기업들이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그러다 보니 화려하기만 할 뿐 시민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 기술들도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점차 시민들에게 필요한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미국이나 유럽 등의 국가에서는 점차 도시문제를 해결하거나 도시 관련 기술을 개발할 때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사례가 나타났는데 이런 움직임이 리빙랩의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때 리빙랩이라는 단어 자체가 나온 것은 아니다. 


국내 스마트 시티 관련 학계에 따르면 리빙랩은 2004년 윌리엄스 미첼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의 연구를 계기로 세상에 나왔다. 배경도 흥미롭다. 


당시 그는 ‘스마트 홈’ 관련 기술을 갖춘 미래의 집을 만들기 위해 한 아파트를 개조하면서 ‘플레이스랩(PlaceLab)’이라고 이름 지었다. 거기에서 직접 생활하며 여러 기술들을 직접 테스트한 것이다. 


이런 연구 도중 미첼 교수는 유럽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인 ‘인텔리전트 시티즈(intelligent cities)’에 자문 역할로 참여하게 됐는데 거기에서 자신의 플레이스랩을 소개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서 미첼 교수가 건넨 플레이스랩의 개념을 확대 발전시켜 리빙랩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


이후 네덜란드·핀란드·덴마크 등 유럽 지역 곳곳에서 많은 리빙랩들이 생겨났고 이들이 모여 2006년 ‘유럽 리빙랩 네트워크’를 출범하기에 이른다.


유럽의 내로라하는 스마트 시티들이 겉으로 봤을 때 스마트해 보이지 않는 것도 리빙랩을 기반 삼아 사람을 위한 기술을 도시에 접목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적극적인 활용 위해 규제 완화 지적도  


그간 학계에서 펴낸 연구 논문 등을 살펴보면 리빙랩은 활동 과정에서 가장 중추가 되는 집단에 따라 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 


크게 기업 주도형, 국가 주도형, 시민 주도형 등으로 나뉜다. 기업 주도형은 기업들이 리빙랩을 통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테스트하는 것을 뜻한다. 단기간에 성과 창출이 빠르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국가 주도형은 지자체가 중심이 된다. 지역 커뮤니티가 조력자로 참여해 관련 지식이나 정보의 확산이 용이하다. 시민 주도형은 말 그대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의 관심사에 초점이 맞춰졌다. 사회문제 해결력이 강하며 지속성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국내에서는 리빙랩과 관련한 개념이 소개된 것은 약 7년 전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국에선 대략 2012년쯤 스마트 시티 구축을 위한 연구 과정에서 리빙랩의 개념이 등장했다. 정확하게 누가 먼저 연구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이 처음 개념을 연구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한동안 개념으로만 전해지다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스마트 시티 구축이 중요한 국정 과제로 설정되면서 리빙랩이 부각됐고 현재까지 계속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물론 그간 리빙랩이라는 단어가 알려지지 않았을 뿐 한국에서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다양한 시민 참여형 문제 해결을 펼쳐 온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에서도 오래전부터 사실상 리빙랩이 존재했었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현재 국내 상황만 놓고 본다면 혁신적인 스마트 시티 구축 모델로 리빙랩이 각광받는 모습인데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유는 이렇다. 리빙랩의 또 다른 특징은 유형에 상관없이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도출된 방안들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선 기술 개발은 물론 관련 규정이나 법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손을 봐야 하는 것이 많다는 설명이다. 


국내 한 스마트 시티업계 관계자는 “마곡만 놓고 보더라도 리빙랩을 통해 추진 중인 다양한 혁신 기술들이 완전히 도시에 녹아들기 위해선 규제를 손봐야 한다. 예컨대 로봇을 활용한 배달 서비스만 놓고 보더라도 로봇이 인도를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제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리빙랩이 국내에서 갑작스럽게 유행처럼 번지다 보니 당초 취지가 퇴색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만들어진 리빙랩 모델은 온전히 도시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현재 도심 내 기술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여러 방안들이 리빙랩이라는 이름하에 쏟아지며 혼선이 일어나는 모습”이라며 우려하기도 했다.


enyou@hankyung.com

[커버스토리=한국 대표 스마트시티를 가다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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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더 스마트하게'...전문가·시민 머리 맞대는 '리빙랩'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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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데이터 수집·활용, 한국이 가장 앞서 있죠"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4호(2019.09.30 ~ 2019.10.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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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10-0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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