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국 대표 스마트시티를 가다] 황종성 부산에코델타시티 MP…“유럽은 시민 참여, 미국은 에너지 절감에 강점”
“도시 데이터 수집·활용, 한국이 가장 앞서 있죠”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지난해 부산에코델타시티 총괄 계획가(MP : Master Planner)로 선정된 황종성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은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스마트 시티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오랜 기간 정보화진흥원에서 스마트 시티에 대해 연구하며 국내에서 다양한 관련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했다.

2011년부터 2년간 서울시 정보화기획단 단장을 맡아 활약하며 자신의 이름을 해외로까지 널리 알리기도 했다. 당시 ‘스마트 서울’ 프로젝트를 최전선에서 지휘하며 서울의 스마트 시티 구축을 이끈 주인공이다. 그 결과 서울시는 2013년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선정한 최고의 스마트 시티에 뽑혔다.


이후 싱가포르 등 여러 해외 국가들의 스마트 시티 구축과 관련한 자문을 도맡아 수행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다 지난해 부산에코델타시티 MP를 맡게 됐다.


9월 23일 서울 용산에 있는 스마트시티추진단 사무실에서 만난 황 MP는 “현재 한국의 스마트 시티 관련 구축 사업이 기나긴 ‘겨울’을 지나 비로소 ‘봄’을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혁신을 통해 스마트 시티 산업을 부흥시켜 국가 발전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스마트 시티 구축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얼마나 좋은 스마트 시티를 구축했는지에 대해 평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스마트 시티의 개념 자체가 넓기 때문이죠. 예컨대 유럽의 여러 도시들은 시민들의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측면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했어요. 정부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이 원하는 기술 개발을 통해 스마트 시티를 구축한 결과물이죠. 그런가 하면 미국의 도시들은 에너지 절감에 강점을 보입니다.


이처럼 스마트 시티들은 지역적인 특색에 따라 다르게 구성되기 때문에 상대적인 비교가 어려워요. 그래도 굳이 모든 부분을 수치화해 점수를 매기면 한국이 월등이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서울은 외국에서도 흉내 내기 어려울 정도로 잘 만들어진 스마트 시티입니다.”

▶서울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데 서울을 따라올 수 있는 도시는 없다고 봅니다. 시내버스만 봐도 잘 알 수 있죠. 버스 정류장에는 곧 정차 예정인 버스 내부의 혼잡 상태를 보여줍니다. 물론 해외에서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어요. 보통 버스에 센서를 달아 데이터를 수집하죠. 센서를 활용해 필요한 데이터를 모두 직접 수집하는 것은 굉장히 돈이 많이 들어 쉽지 않아요. 서울은 거기에서 더욱 진화된 방식으로 사용 중입니다. 바로 빅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것이죠. 버스에서 사람들이 교통카드를 찍고 현금을 내는 사람의 비율, 버스의 형태 등 여러 소스로부터 데이터를 가져와 내부가 여유로운지, 혼잡한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안전 측면에서 보더라도 뛰어나요.


서울은 곳곳에 구축한 관제센터에서 수집한 CCTV 정보를 경찰이나 소방서 등과 공유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가 출동할 때 다양한 교통 정보, 행사 정보, 공사 정보 등을 활용해 현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죠. 전 세계 스마트 시티 관계자들에게 최고의 혁신 기술로 인정받는 서울시의 시내버스·지하철 통합 교통카드 시스템은 말할 것도 없고요. 최근 스마트 시티가 각광받으면서 해외를 견학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고 제게 조언도 많이 구합니다. 그럴 때마다 몇몇 특별한 주제가 아닌 이상 한국부터 둘러보라고 얘기합니다.”

▶요즘 보다 완성된 스마트 시티를 만들기 위한 논의와 작업이 한창인데요.

“뛰어난 관련 기술력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에서는 ‘겨울’이라는 단어까지 빗대어 쓸 정도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스마트 시티에 대한 관심도가 낮았어요. 2017년 출범한 새 정부가 스마트 시티 구축 계획을 내놓으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로소 ‘스마트 시티의 봄’이 왔다고 생각해요. 많은 기업들은 물론 시민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스마트 시티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사람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혁신이란 말 그대로 새로운 시도입니다. 꼭 기술을 발전시켜야 이뤄낼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좋은 혁신의 예로 서울시의 통합 교통카드를 들 수 있어요. 기술 측면에서 보면 통합 교통카드는 별로 새로울 게 없습니다. 대중교통의 요금을 받는 것을 하나로 통합하고 몇 번을 갈아타는 것에 상관없이 이동한 총거리로 요금을 책정하자는 굉장히 합리적인 생각이 만들어 낸 혁신이죠.


앞으로 스마트 시티에서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을 비롯해 각종 감성 기술이 많이 쓰일 것입니다. 이런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심에서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혁신도 필요합니다. 인터넷을 보세요. 가장 먼저 발전시킨 곳은 미국이지만 가장 좋은 사용 환경을 한국이 구축해 인터넷 강국이라는 명성까지 얻었습니다. 다만 과거에 비해 이런 혁신 동력이 국내에서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움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기존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구축 중입니다. 방식도 완전히 달라요. 미래 도시가 공통적으로 필요한 기반을 도시 플랫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부산도 이를 잘 구성하기 위한 노력을 그간 기울여 왔어요. 도시 플랫폼이 중요한 이유를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구도심은 로봇을 쓰기 위해 만든 도시가 아닙니다.


로봇을 쓸 수 있지만 지능이나 성능이 굉장히 뛰어난 비싼 로봇을 써야 하죠. 도시 플랫폼은 로봇이 기본적인 기능만 갖고 있어도 나머지 부족한 부분을 지원해 활용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를테면 도로 구성과 같은 부분을 로봇이 다니기 적합하게 설계하는 것이죠. 현재 큰 그림은 다 완성했고 세부 기획을 짜는 중입니다. 현재대로라면 내후년 말에 새로운 도시 운영 시스템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스마트 시티는 어떤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십니까.

“스마트 시티 만큼 한국 경제나 사회에 좋은 전략은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 기술인 AI나 로봇 산업의 부흥을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고령화, 대도시 집중과 같은 문제들을 풀 수 있는 해법이 바로 스마트 시티라고 생각합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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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4호(2019.09.30 ~ 2019.10.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