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45호 (2019년 10월 09일)

자동차 부품업계, 영업이익률 1% ‘쇼크’…각자도생 나섰지만 앞길 ‘막막’

[커버스토리=자동차 부품업계 미래 찾기]
- 미래차 전환 필요하지만 ‘인재’도 ‘자금’도 부족…전속거래 속 적기 납품에만 길들여져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국내 자동차 산업은 소수의 완성차 업체와 수천 개의 부품 업체로 이뤄져 있다. 누군가는 수만 개라고 이야기한다. 그 수를 다 헤아리는 곳은 없다. 자동차 산업 경쟁력은 부품업계에서 나온다.

7월 4일 열린 제3회 자동차 산업 발전 포럼에서 정만기(앞줄 오른쪽)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과 오원석(앞줄 왼쪽)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이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발표를 듣고 있다.


자동차 산업을 떠받치는 국내 중소 부품업계가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자금난과 인력 부족 문제를 호소한다. 하루 이틀 사이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의 위기는 최악의 실적에 내몰린 데 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을 곳까지 왔다”는 게 부품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 부품업체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0%로 떨어졌다. 1000원어치를 팔아 10원을 남기는 셈이다. 2016년 3.1%에서 이듬해 2%대로 떨어졌고 급기야 1%대를 기록했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가치 사슬 구조로 돼 있다. 완성차 업체는 1차 협력사와 거래하며 1차는 2차와 2차는 3차와 또 3차는 4차와 연결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상황이 더 좋지 않다는 게 특징이다. 단가 인하 압력은 내려갈수록 더 받기 때문이다.

대규모 1차 협력사들도 상황은 좋지 않다. 매출 6조원으로 국내 1위 종합 부품사(현대·기아차 계열사 제외)인 만도가 역사상 처음으로 임원을 20% 이상 감원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 자동차업계는 미래차 패러다임 전환과 디지털화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고 전기동력 자율주행이 부상 중이다. 자금난과 인력난으로 중소 부품 업체들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다가올 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미래를 대비하는 연구·개발(R&D)은 대기업의 몫이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투자금액은 2015년 6조4729억원으로 전체 R&D 투자금액의 9.8%를 차지하며 전자 산업 다음으로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투자 규모는 2010년 대비 62% 늘어났고 연평균 10%의 성장률을 나타낸다. 그런데 그중 대기업이 89%를 차지한다. 자금난과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소 부품 업체들은 투자 여력이 없다. 반면 선진국 부품 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7%대를 기록하며 풍부한 자금력으로 미래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자료: 산업연구원


자료: 산업연구원



중국의 ‘가격’, 유럽의 ‘기술’…한국은?
현재의 위기 원인을 두 가지로 요약하면 뒤늦은 미래차 전환과 거래 구조의 문제가 떠오른다. 지금 세계 자동차 시장의 매출은 전기차·자율주행차·승차 공유 등 신규 시장 규모가 커지는 반면 전통 자동차 시장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맥킨지에 따르면 2015년 전통 자동차 시장은 약 5조4000억 달러(약 6468조1200억원)에서 2030년 3조4000억 달러(약 4072조1800억원)로 줄어드는 반면 신규 자동차 시장은 1000억 달러(약 119조7700억원)에서 4조3000억 달러(약 5150조1100억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국내 자동차 완성차 업체들은 2015년까지 내연기관 확대 전략을 펴 왔다. 늘어나는 내연기관차 실적이 근거였다. 여기에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의 전속 거래 형태로 인해 부품 업체들의 주된 관심사는 해당 부품을 제때 생산해 공급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완성차 업체의 생산 대수가 줄어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400만 대에서 800만 대 수준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하는 데 기여했던 중국 시장에서 물량이 빠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부품 업체들은 중국과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유럽과는 프리미엄 기술력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설 곳을 잃어버렸다.

현대차·기아차·쌍용차 이외에 외국계 완성차 업체인 한국GM과 르노삼성 또한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GM은 군산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르노삼성도 생산량 감산과 대규모 구조조정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거래 구조는 경쟁력 확보 저해 측면에서 문제로 제기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 완성차 업체들은 1차 협력 업체들이 대부분의 부품이나 모듈을 설계해 생산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역량이 부족해 수출 증대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이들 대기업들이 전속 거래를 중심으로 준 폐쇄적인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중견 중소 협력 업체를 포함한 산업 전반의 제휴가 부진해 융합을 통한 혁신 역량 강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과 산업의 효율적인 성장을 위해 도입한 ‘중소기업 계열화 촉진법’은 압축 성장이라는 성과를 달성했지만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수익성과 혁신성 측면에서 격차를 확대하면서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천 남촌동에 있는 한 자동차 부품 공장 담벼락에 공장 경매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공장은 모회사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 관리에 들어가 경매에 넘어갔다.


자동차 부품 산업 재편 국면
올해는 그런 점에서 자동차 부품업계가 기로에 선 한 해다. 실적 추락으로 사라지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곳들도 적지 않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1차 협력사 기준 부품 업체는 2017년 851개에서 지난해 831개로 1년 새 20곳 줄었다. 규모가 큰 1차 협력사가 무너지면 이후 줄 도산이 예상된다.

여기에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미래차 전환을 시작했다. 현대·기아차가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스마트모빌리티에 팔을 걷어붙이고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면서 자동차 부품업계들의 행보도 바빠졌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끈끈했던 거래 구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다 어렵기 때문에 각자 살길을 찾자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의 주문에 따라 움직이던 방식에서 벗어나 각자의 기초 체력을 탄탄하게 만드는 노력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여기에서 특히 2차 협력사들의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치 사슬로 연결돼 있는 자동차 부품업계는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성시영 자동차부품연구원 금속소재공정연구센터 박사는 “1차 벤더사들은 조 단위 매출액을 달성하는 곳이 많고 자체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브랜드와 겨뤄 볼만하고 미래 대응에도 나설 수 있지만 문제는 2차 벤더사들부터 시작”이라며 “(자동차 부품업계의 생태계는 규모로 가치 사슬을 규정할 수는 없지만) 매출액 5000억원 내외라고 볼 때 스스로 개발을 통해 올라서기 모호한 포지션에 있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불안감이 팽배하다. 특히 3차 협력사 아래로는 여전히 수주 물량에만 관심이 더 큰 상황이다.

기존 내연기관 기술을 활용해 미래차 대비
막연한 불안감은 더 큰 공포를 불러올 뿐이다. 전문가들은 “위기가 곧 기회이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모든 산업의 전환기에는 사라지는 곳과 또 새롭게 부상하는 곳이 있었다. 누군가는 뼈아픈 실패를 하지만 또 누군가는 더 큰 성장으로 나아가는 도약의 계기로 삼기도 한다.

이미 부품업계의 미래 찾기 움직임은 시작됐다. 성 박사는 수년 전부터 미국과 독일의 전기차를 들여와 세부 부품들을 다 해부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때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고 한다. 세미나를 열면 일부 부품들이 사라졌다. 현장을 찾은 업체 관계자들이 부품을 가져가서다. 그만큼 부품 업체들도 생존이 걸린 싸움을 하고 있다.

개화하는 전기차는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아직 전체 완성차 생산 대수로 5% 미만의 시장이다. 수소차는 1% 미만이다. 수소차가 연간 5000대 생산된다면 5000대를 위해 지금 당장 공장 라인을 확 바꾸는 것은 망하는 길일 수도 있지만 각자가 가진 역량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미래차 전환에 나서는 것은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기 객관화’다. 기술 역량과 설비, 인력 등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찾는 것이 관건으로 떠오른다.

엠에스오토텍은 올해 초 GM대우 군산 공장을 인수했다. 전기차 위탁 생산을 위한 기지로 활용할 계획에서다. MG오토텍은 올해 말 전기차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엠에스오토텍은 가격 압박과 낮은 이익률로 위기가 감지되면서 고객사 다변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2015년 테슬라와 계약을 체결해 지난해부터 전기차 부품 양산에 돌입했다. 자체 부품 중 경량화 기술에 강점이 있던 MS오토텍은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테슬라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유형자산 매입을 통해 전기차 위탁 생산의 신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에스트라오토모티브는 전기차용 에어컨 시스템 양산 개발을 시작했다. 기존 강점인 자동차 에어컨 분야 기술을 전기차에 활용했다. 에스트라오토모티브가 개발 중인 전기자동차용 히트 펌프 시스템은 전동 컴프레서와 캐빈 히터, 배터리 히터, 4 웨이 밸브(Way valve) 등을 채용한 시스템으로 2021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자동차용 방진 시스템을 생산하는 평화산업은 전기차용 첨단 부품을 잇달아 개발하며 미래차 부품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평화산업은 2017년 말 이후 폭스바겐으로부터 총 233만 대분의 전기승용차용 마운트(316억원)를 수주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부품의 종류와 수가 크게 달라진다. 내연기관이 2만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된다면 이 중 약 70%는 사라진다. 크게는 엔진과 변속기가 모터와 배터리로 대체된다. 전체 부품 수는 줄어들지만 ‘간소화’, ‘모듈화’된 게 미래차의 특징이다. 전기차(테슬라 모델3 기준)는 핵심 모듈을 중심으로 약 200개 정도의 부품을 가지고 있다. 반도체 저항까지 포함하면 내연기관보다 더 많은 모듈을 갖는다. 핵심 모듈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부품업계의 체질 개선도 촉구된다. 지금과 같이 인건비를 낮추는 방식으로만 이윤을 창출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자동화, 소재 개발, 공정 혁신 등을 통해 부가가치와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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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5호(2019.10.07 ~ 2019.10.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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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10-0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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