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45호 (2019년 10월 09일)

국내 100대 자동차 부품 업체 살펴보니…생존 키워드는 ‘해외 공략·합작법인·M&A’

[커버스토리=자동차 부품업계 미래 찾기]
- 2018년 매출 92조원, 종업원 9만8000명…전기차 부품 등 신산업 투자 기업 1% 못 미쳐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미국의 오토모티브뉴스는 매년 전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 업체를 선정해 발표한다. 매출액 기준 글로벌 100대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다. 전 세계의 완성차 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매년 이를 눈여겨보곤 한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부품 업체들이 많아야 한다.

2018년 11월 열린 대구 국제 미래 자동차 엑스포 2018에 참석한 SL이 다양한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선 자동차 부품 업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수치를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생태계는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복잡한 모양새로 이뤄져 있는 게 특징이다. 한경비즈니스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과 함께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100대 자동차 부품 기업을 찾아봤다.

KEIT는 2005년에도 같은 작업을 한 적이 있다. 높은 산을 연결하다 보면 산맥의 흐름을 볼 수 있듯이 규모가 큰 부품 업체들을 통해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조사를 담당한 김세진 KEIT  책임연구원은 “과거와 비교하면 그사이 인수·합병(M&A)이 활발했고 최근 화두인 전기차나 수소차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어려워진 곳들이 많다”고 말했다.

영업이익·이익률 지속 하락
100대 자동차 부품 기업 리스트는 몇 가지 큰 흐름을 보여준다. 완성차 업체와 협력사 간의 공고했던 거래 관계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 부품업계가 맞닥뜨린 위기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먼저 2018년 기준 국내 100대 자동차 부품 업체는 총매출액 92조원, 종업원 수 9만8000명으로 조사됐다. 매출 1조원 이상의 부품 기업은 총 14개 기업이다. 이 가운데 현대차 계열사가 4개 포함돼 있다.

최근 3년간 영업 현황을 비교해 보자. 국내 100대 자동차 부품 업체의 2016년(91조5397억원) 대비 2018년 매출액(92조3981억원)은 소폭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18년 기준 영업이익(3조1492억원)은 2016년(5조2638억원)보다 줄었고 영업이익률도 2016년 5.75%에서 2017년 3.54%, 2018년 3.41%로 내려앉았다.

앞서 언급한 수치보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률이 조금 나은 것은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 중 규모가 큰 100개사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완성차 업체의 1차 협력사에 해당한다. 1차 협력사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2~4차 협력사들의 실적은 더 악화되기 마련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생태계가 공급망(서플라이 체인) 체계로 구성돼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또 하나의 특징은 한국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현대차그룹과 한라그룹 이외에도 대부분이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그룹 형태를 띠고 있다. 한라·한국프랜지공업·현대성우홀딩스는 범현대가 기업 부품 기업집단이고 이래CS 부품 집단은 주 거래처가 한국GM과 쌍용자동차다.

이러한 형태는 주문이 쏟아지는 성장기에는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한 곳이 어려워지면 다른 곳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리스크를 안는다. 100대 기업이 별개로 존재하지 않고 다수의 기업이 서로 연결돼 있어 만약 주요 핵심 계열사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부품업계 전반적으로 감당이 안 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 때문에 부품 업체들은 최근 통폐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합치거나 쪼개고 인력을 조정하는 등 시너지를 높이는 방향을 모색한다. 최근 10년간 경영 효율화와 판로 개척을 위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크게 세 가지 방법을 통해 살길을 찾는 중이다. △탈(脫)현대차·기아차와 글로벌 무대 공략 △외국계 기업과의 합작법인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M&A를 통한 업무 효율화가 그것이다.

자료: 김세진 KEIT 연구원


미국 자본 떠나고 유럽 자본 들어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수소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산업 지형으로 변화하면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더 이상 현대차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최근 자동차 부품업계의 실적 악화 요인은 중국을 중심으로 내연기관 완성차 판매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수소차로 옮겨 가는 세계 자동차 산업의 흐름은 완성차 업체와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전통적인 부품 업체들에 더 큰 위협 요인이다. 김세진 연구원은 “과거 현대모비스가 현대정공 시절 컨테이너 박스를 만들던 데서 국내 1위 자동차 부품사로 완벽하게 탈바꿈한 것처럼 대기업은 트랜스포메이션이 가능한 반면 그에 예속돼 대량생산만 해오던 부품 업체들은 준비가 안 됐을 뿐만 아니라 변화할 만한 여유도 없다”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이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부품 업체들도 위기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이 변하는 가운데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매출 다변화다. 부품 수요 감소로 생산 라인이 멈추면 라인 축소→직원 해고→공장 파산 등의 수순을 밟게 된다. 국내 물량이 줄어들면 전 세계 물량을 확보하는 게 실질적인 생존 방법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에 의존하던 데서 해외 내연기관 시장으로 눈을 돌려 물량을 확보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일례로 이래오토모티브는 해외 수주에 초점을 맞추고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아직 미래차 열풍이 다다르지 않은 제3국에 공장을 지어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한다.

해외 유수 부품 기업과의 합작회사 설립도 대응 방안이다. 매출처를 다변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일으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카펙발레오는 한국파워트레인과 프랑스 부품 기업인 발레오의 50 대 50 합작법인이다. 이를 통해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와 같이 외국계 기업과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최근 트렌드로 꼽을 만하다.

자료: 김세진 KEIT 연구원


엠에스오토텍, GM 군산공장 인수해 전기차 위탁 생산 나서
주목할 점은 미국 자본이 떠나고 유럽과 중국의 합작법인이 늘어나는 현상이다. 일례로 미국의 비스테온은 한온시스템과 덕양산업을 매각하고 델파이는 한국델파이 지분을 다 팔고 떠났다. 미국 정부가 자동차 산업을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육성하면서 직접적인 부품 기업 육성에 힘을 뺀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2030년 이후 내연기관을 생산하지 못하는 유럽의 전통적인 부품 업체들 역시 매출 다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한국의 부품 기업들과의 합작법인을 설립, 서로가 함께 살길을 모색하는 중이다.

이와 함께 주요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M&A를 통해 경영 효율화를 모색하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한국 자동차 부품업계의 생태계는 새판 짜기에 한창이다. 전기차·수소차·자율주행차 산업은 기존 전통적인 부품 업체보다 새로운 영역에서 후보군들이 부상하고 있다. 전자 부품, 카메라 모듈, 탄소섬유, 이차전지 등 사업을 영위하던 업체들이 자동차 부품 업체로의 진입을 시도하는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뿐만 아니라 넥스트칩·세코닉스·엠씨넥스·일진복합소재 등 소재 업체와 시스템 반도체 업체 등이 미래차 핵심 부품 사업에 진출해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 업체가 미래 산업 전환에 실패하면 대부분의 업체들은 생존하기 위해 해외 이전이나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친환경 센서, 전동 부품 등 미래 신산업에 투자한 자동차 부품 기업은 9000여 곳 중 1% 미만에 불과하다. 세종공업은 친환경 센서 등 전동차 부품에 투자하고 있고 엠에스오토텍은 계열사 명신을 통해 한국GM 군산공장을 인수해 전기차 위탁 생산업에 진출했다. 삼보보터스는 전기차 속도 조절 부품을 개발했고 유니크는 수소전기차 관련 부품 사업에 진출했다. 이와 같이 자동차 부품업계 전반에서 혁신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융·복합 산업 진출과 합종연횡이 지속돼야만 위기가 곧 기회가 되는 전화위복의 기적이 가능할 것이다.

자료: 김세진 KEIT 연구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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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5호(2019.10.07 ~ 2019.10.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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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10-0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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